한 개의 한계를 넘으리
영상을 보면 다들 너무 쉬워 보였다.
나도 조금만 연습하면 금방 될 줄 알았더니.
... 택도 없었다.
내가 본건 CG였나.
주변에서 늘 듣는 조언은
한 개만 되면 그다음은 쉬워.
하...
그 한 개가 안 되니.
1년 넘게 해도 넘을 수 없는 한계, 풀업 한 개.
그래서
운동 4년째,
여전히 소원을 빌고 있다.
12월 31일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새해 일출을 보며,
생일날 케이크의 촛불을 불며,
관악산 정상에 오를 때마다
진심으로 빈다.
풀업 성공하게 해 주세요.
운동을 시작한 지 2년 차쯤이었나
바디프로필 찍었을 때, 최저 체중이었다.
키 158에 46킬로그램.
어느 날 시티드 로우로 45킬로그램을 당기자
트레이너 샘이 용기를 준다.
"풀업 되겠는데요?"
그래서 해봤는데
어?
됐다. 된 건가? 맞나?
올라갔다 내려오고 나서 잠깐 멍했다.
'어? 나 방금 한 건가?
비록 자세는 엉망이었지만
영상자료는 남아있지 않지만
분명했었던 기억.
하지만 바프가 끝나고 체중이 다시 늘었고
테니스 엘보까지 와서 등운동을 거의 못 했더니
내 몸에서 풀업이 사라졌다.
그렇게 한동안 풀업이랑 멀어지고
짝사랑은 깊어만 가는데.
자려고 누우면 천장에 떠오르는
풀업 하는 여자의 뒷모습.
나의 로망
풀업 하는 여자.
그래
다시 시작하자.
이번엔 마음가짐이
처음 풀업을 도전할 때와 조금 달랐다.
개수뿐 아니라 더 중요한 게 있으니
바른 자세.
목표설정.
일단 한 개.
그리고 자세.
운동 4년 차.
이제는 속일 수 있는 단계가 아니지 않나.
남도 못 속이고
나도 못 속인다.
그래 나는
근력은 없어도 철학은 있는 사람.
안방 화장실 앞 통로에 밴드를 새로 걸었다.
지난번 밴드는
아들이 그네를 타다가 끊어먹어서
이번엔 풀업 전용이라고 못을 박아둔다.
귀신의 집이냐며 비아냥 거리는
남편의 잔소리에 귀를 후비며
화장실을 지날 때마다 한 번씩 매달려본다.
그리고 상상한다.
강원도 어느 해변
무심코 박혀 있는 철봉을 잡고
끙 소리 하나 안 내고 정자세로
중력을 거스르며
쓱 올라가는 내 뒷모습.
어머,
몸 좋은 남자 한 명이 와서
같이 철봉을 잡는다.
마주 본 채로 동시에 올라간다.
미쳤나 봐. 너무 좋잖아.
가야겠다. 풀업 연습하러.
오늘 내 알통엔
그 남자의 이두가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