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레레는 얼굴운동이다

사레레 중독

by 실버라이닝

오늘은 진짜 참을 거야.

30개 다 할 때까지 소리 안 지를 거야.

마지막 세트까지 같은 자세로 할 거야.


덤벨을 잡고 거울을 보면서 매번 그렇게 다짐한다.


어제는 사레레를 3kg으로 했다.

덤벨 숄더프레스와 붙여서 하는

컴파운드 네 세트.


운동 4년 차지만

사레레는 여전히 참을 수 없다.


특히 10개.


그래 딱 10개까진 괜찮다.

그런데 11개부터는 내가 얼마나 나약한 인간인지

알게 된다.


팔은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얼굴은 찌그러져 흉측하기 그지없다.


트레이너 샘이 말한다.


“팔을 멀리 보내세요.”

“내려올 때 천천히 버텨요. “

“고개 들고, 가슴 펴요. 천천히.”


다 알죠.

머리로는 다 알죠.


그런데 10개만 넘어가면 안 되는 거죠.


숨은 언제 쉬는 거였더라.

눈은 더 커지고

입은 앙다물어지고

얼굴에는 주름이 신나게 쭈글거린다.


확실히 사레레는 어깨운동이 아니라

얼굴운동이다.


잠깐,

피부과에서 맞는 그 주름 치료 주사.

그게 얼마더라.


가격을 떠올려보다가

다시 환하게 웃어 주름을 펴고

덤벨을 드는데

그 모습이 더 기괴하다.


사실 사레레를 할 때

머릿속에는 별생각이 없다.


그냥 이것뿐이다.


미치겠다.

미치겠다.

미치겠다.


그리고 트레이너 샘이 세는 숫자만 듣는다.

혹시라도 하나 잘못 세서 하나라도 더 할까 봐서.


“비둘기 안 돼요. 고개 들어요. “


엥? 비둘기?


그렇다. 거울을 보니

나는 지금 한 마리 비둘기.


영락없이 탑골공원에서 모이를 쪼아 먹는

그 녀석들의 모습이구나.


신음소리가 구구소리로 바뀌기 전에

얼른 이 세트가 끝나야 한다.


오래전에 트레이너 샘께 물어본 적이 있다.


사레레 고통을 참는 방법이 있냐고.


샘은 단호하게 말했다.


“없어요.”


운동을 10년 넘게 했다는 사람에게도 물어봤다.


“그냥 해.”


지금 트레이너 샘은 웃으면서 알려줬다.


“울면서 해요. “



거울을 보는데

옆에서 피트니스 선수로 보이는 분이

같은 운동을 하고 있다.


그녀는

조용히 버티면서 올리고

조용히 버티면서 내린다.


그걸 보면서 생각한다.


나도 입 다물고

조용히 해야겠다.


하지만 역시나

10개가 넘어가니 다시 원래의 나로 돌아간다.

비둘기 박.


신음소리가 절로 나온다.


“으으…” 혹은 ‘구구’


거울에 비친 그녀의 얼굴을 다시 본다.


자세히 보니 저분도 꽤 힘들어하고 있네.


그걸 보니까 갑자기 조금 힘이 난다.




운동 4년 차,

나는 아직도 사레레가 힘들다.


하지만 세트가 끝난 뒤거울을 보며 어깨에 힘을 주고 근육을 짜면 방금까지 미칠 것 같았던 운동이 갑자기 다 괜찮아진다. 그래서 내 오운완 사진은 늘 어깨다.


어깨 운동하는 날이 아닌데도 가끔 사레레를 하게 된다. 미칠 것 같은 걸 알면서도 다시 한다. 이쯤 되면 사레레는 중독이다.





오늘 내 알통에는 뭐가 들어갔을까.


트레이너 샘이 그렇게 말리던

비둘기 한 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