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트레이너 가라사대
옛날 옛적, 안양 비산골에
삼겹살과 소주를 벗 삼아 살던 한 여인이 살았으니,
여인은 스스로를 아끼는 줄 알았으나
실은 안쓰럽게 여겨
날마다 술로 달래며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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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나 시절,
여인은 남편과 더불어 날마다 술을 마셨는데
순댓국과 곱창전골, 삼겹살을 즐기고
그 사이사이를 믹스커피로 채웠다.
그리하여 어느덧
몸은 임신 막달과 같아지고
체지방은 몸의 삼분의 1에 가까워졌으며
아침마다 허리가 아파
벽을 짚고서야 일어날 수 있는 지경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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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어느 밤,
여인이 한 선생의 바디프로필을 보게 되었는데
그 모습이 심히 단정하고 강건하여
마음에 작은 불이 일어났다.
“나도 저리 살아보고 싶구나. “
그리고 다음 날,
어디선가 한 사람이 홀연히 나타났으니
그 이름이 단군트레이너라 하였다.
그가 이르되,
“지금의 몸으로 살 것인가,
다시 태어날 것인가.”
여인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소주잔을 내려놓고 대답하였다.
“다시 태어나고자 합니다.”
그가 말하였다.
“그러면 삼겹살과 술을 멀리하고,
아침은 귀리로 시작하라.”
“또한 하루 세끼,
탄단지를 갖추어 먹어야 하느니라.”
여인이 물었다.
“귀리는 맛이 있습니까?”
그가 답하였다.
“처음에는 한지와 같으리라.”
“버텨야 하노니. 우리는 식단으로 나라를 세운 민족이니라.“
그날, 여인은 알았다.
이 길이 결코 쉽지 아니함을.
단군트레이너가 이르되,
“백 일을 견디면
너는 새 몸으로 태어나리라.”
그리하여
여인의 혹독한 수련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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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여인은 귀리를 먹었다.
단군 트레이너의 말대로
한지를 물에 불려 씹는 듯하였고,
숲 속 어딘가로 들어가
풀을 뜯는 수행자가 된 듯도 하였다.
여인은 슬퍼하였다.
“흑흑… 도대체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그때 문득 머릿속에 스치니
순댓국에 곁들이던 낮술,
관악산 입구의 파전과 도토리묵
그리고 뽀얀 막걸리.
여인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다.
“그래… 그동안 많이도 먹었구나.”
“이제는 조금 참아볼 때이니.”
그리하여
그녀의 수련이 시작되었으니
참회와 인내의 연속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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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도저히
귀리가 목구멍을 넘어가지 않아
닭가슴살이나 참치에
달걀과 채소를 곁들여 끓여 먹었는데
다행히 그 맛이
마치 본죽과도 같아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매
식단은 점점 단순해져
채소를 빼도 괜찮았고,
달걀은 따로 먹어도 견딜만하였으니,
마침내 남은 것은
귀리 세 숟가락과 뜨거운 물,
그리고 약간의 소금뿐이었다.
아침마다
귀리에 물을 붓고 기뻐하는 여인을 보며
어느 날 남편이 말하기를,
“귀리부인 나셨네.” 하니
이날로부터
그녀의 이름은 귀리부인이 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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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리부인이 되고 나서도
수련의 길은
여전히 험하였다.
남편은 밤마다 너구리를 끓이고
여인이 좋아하는
꼬북칩 초코츄러스맛 과자를 씹으며 말하였다.
“방토랑 아몬드가 맛있냐?”
여인은 답하였다.
“이는 지중해식 식단이니라.”
그는 믿지 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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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느 날,
한 선배가 여인을 불러 말하였다.
“오랜만에 한잔해야지. “
여인이 답하였다.
“이제 술을 끊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가 말하였다.
“뭔진 모르겠지만 그거 끝나면 보자.”
“우리가 술 안 마시면 만나서 뭐 하냐? “
여인은 속으로 생각하였다.
“… 다 내 업보로다.”
이와 같이
수많은 유혹이 있었으나
마침내 백 일이 지났고
여인은 바디프로필을 남겼다.
이는 곧
새 삶의 첫 증거였다.
그리고 여인은
예전으로 돌아가지 아니하였다.
날마다 귀리를 먹고
탄단지를 갖추며
몸을 단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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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그동안의 식단 기록을 보게 되었는데
그 음식들이 심히 정갈하고 건강하여
여인의 마음이 크게 움직였다.
그녀는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나에게
이 좋은 것을 먹여주고 있었구나.”
더불어
어린 아들이 서당에서 ’ 작심삼일‘을 배우고
그 아래 글을 쓰기를
“우리 엄마는 그렇지 않음.”
여인은 그 글을 보고
가만히 웃었다.
세월이 흘러
천 일이 지나고
여인은 마침내
대회 무대에 설 채비를 하고 있었다.
“백일은 시작일 뿐이로다. “
여인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여인이 지나온 길은
몸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삶을 바꾸는 일이었음을.
이제 여인은
더 이상
자신을 안쓰럽게 여기지 아니하며
자신을
굶기지도 달래지도 아니하고
다만,
사랑으로 돌보며 지낸다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