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너무 많이 벌여놓은 것
자신을 알리는 매체 중에 가장 좋은 것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유튜브와 같은 영상매체가 있지만 잘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마치 같은 내용이어도 글로 쓰는 것과 피피티로 꾸미는 데는 시간이 천지차이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본다면 글이 모든 것의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한다.
최근에는 글을 잘 쓰지 못했다. 정신의학적 지식이 없는 나지만 일종의 번아웃이 왔던 것으로 보인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계속해서 지배해 왔다. 그래서 내가 열어놓았던 무수히 많은 것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다. 어떤 책에서 나오듯이 5분씩이라도 해보기는 해 봤지만, 그걸 가지고 글을 쓰지는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제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글을 조금씩 써 내려가야 하지 않을까. 내가 그래도 목표한 것이 있었으니 다시 해나가야겠다. 인간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로 글을 시작했으니 이제 건축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의 글을 다시 써보도록 한다.
건축과 클라우드에 대해
요즘은 클라우드 설루션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건축업계는 누군가와 공유하기보다는 꽁꽁 숨기는 것이 업계의 관례이다. 가장 큰 장벽은 보안이다. 시설물에 대한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니 클라우드와 보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근데 과연 그럴까? 한국인은 본인을 미국인이라 생각하니 미국의 사례를 보자
디즈니도 다시 돌아보니 상당히 많은 부동산과 건설 프로젝트를 하는 곳이다. 이 나라 저 나라에 디즈니랜드를 지어야 하고 해당 시설을 관리해야 한다. 그런 디즈니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를 채용공고를 통해 얼핏 볼 수 있다. 그들도 AutoCAD나 3D 도구를 쓰고 있지만 cloud도 병행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위 자료는 디즈니의 시설관리 직군의 공고인데, 마찬가지로 클라우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사람들은 항상 선진사례를 얘기하기 좋아하는데, 선진에서는 클라우드를 꽤나 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더 정확히는 아무리 큰 회사여도 자체 솔루션 보다는 믿을 수 있는 회사의 솔루션을 가져다 쓰는 게 일상이 되어있다. 좀 더 큰 이름과 보안이 필요핟면 아래를 보자
위는 Meta의 데이터센터 건설 직군의 공고 내용이다. 많은 내용이 있지만 클라우드 솔루션에 대한 내용이 역시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주요 시설과 관련해 클라우드 솔루션과 보안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결론부터 간다면 메타의 데이터센터만큼의 중요도를 가진 시설이 얼마나 될까. 여기를 기준으로 비교를 해보면 클라우드를 쓰지 않는 이유는 보안은 아니라고 보는 쪽이 맞다.
그럼 클라우드는 왜 안 쓰는가?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어렵다. 왜냐면 모든 것은 그저 가정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적어보자
1. 투자대비 효용성이 명확하지 않음
어떤 솔루션을 도입한다는 것은 그마만큼 돌아오는 것이 있어야 한다. 한국말로는 투자대비 효용성이라고 칭하고 영어로는 RoI라고 표현한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클라우드가 투자대비 효용성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누구나 알다시피 구글 클라우드를 쓰면 컴퓨터를 바꿀 때마다 파일을 옮길 필요 없이 알아서 된다는 점은 알고 있다. 건설업에 국한해서 얘기하면 이렇다. 분명 클라우드를 쓰면 편하다. 근데 이게 얼마만큼의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지 명확히 얘기해 줄 사람들이 없다.
나는 엔지니어로서 일을 많이 해왔다. 그리고 분명 많은 문제들을 해결했다. 어떤 문제는 내가 아니었으면 정말하기 어려운 일부터, 내가 아니어도 할 수 있지만 수십 배 빠르게 해결해 준 일까지 다양한 분류의 일이 있다. 나 자신도 내가 한 것의 가치를 전달하는 일이 적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클라우드 부분에 있어서도 지금 대부분의 관행이 그런 것으로 보인다. 도입을 했을 때 RoI가 어떻게 되는지 누군가는 분명히 설명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말하면 이러한 RoI를 제대로 얘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업계의 중요 위치를 가져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2. 클라우드 기반 워크플로우를 정의하지 못했다.
클라우드를 또 달라지는 것들이 있다. 바로 기존에 하고 있던 방식 중 일부는 변경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가령 도서의 인허가를 도장으로 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럼 클라우드 시대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도서에 도장을 찍고 스캔을 할 것인가? 이런 질문들이 끊임없이 온다. 일하는 사람들은 디지털 도장으로 오케이 하자고 해도 관공서는 그것을 받아 주는가? 또 그렇지도 않다.
이건 단순히 클라우드의 문제만은 아니고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과 엮어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비슷하게 사람의 손으로 찍은 도장에 대해 깊은 의미를 부여한다. 디지털 서명과 관련된 부분이 따라오고 인허가 과정에 실무자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도움이 되지 않을까.
3. 공유를 꺼리는 문화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오픈소스라는 것이 있다. 내가 쓴 코드를 모두에게 무료로 공개하고, 다른 여러 사람이 참여해서 해당 기능을 개선하도록 하는 것이다. 선택받은 일부의 개발자가 하는 것보다 자발적으로 참여한느 여러 사람이 만드는 것이 더 낫다는 발상아래서 이루어지는 행위이다. 몇 년 전에 프로젝트 때문에 어떤 분을 만난 적이 있다. 그분은 개발자들의 오픈소스를 얘기하시며 "그런 걸 왜 하는 거예요? 잘 이해가 안 가는데"라며 건축의 분위기와 사뭇 다른 개발자의 문화에 놀라며 이야기를 하셨다.
한국에 국한해서 건축 프로젝트를 하면 철저하게 서로를 기만하는 시간의 연속이다. 제대로 된 자료를 받지 못할 때도 많고, 제대로 된 걸 준다고 해도 잘 열어보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몇몇 회사들은 중요한 내용은 빼고 남들에게 전달해주기도 한다. 이때 중요한 내용이 빠졌다는 것을 건설사도 알아야 하지만, 건설사가 그런 것까지 일일이 알아봐 주진 않는다. 어디서부터 어려움이 시작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건축 사람들은 공유를 좋아하진 않는다.
갑과 을의 입장으로 보면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을의 입장에선 자신의 자료를 공유하면 지적재산을 뺴앗기는 느낌이다. 또한 내가 일한 것을 실시간으로 클라우드 공유하면 이전에는 아무 말 안 하던 발주처가 시간 압박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럼 더 빨리하게 되어 그 보상이 나에게 돌아오냐? 한국의 법적 제도엔 그런 것은 빠져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갑의 입장에선 좋은 일이다. 이전에는 파일 열어보기도 힘들었는데, 클라우드에 뷰어라도 달려있으면 모든 파일을 열어볼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정보를 쥘 수 있으니 나중에 써먹기도 좋고
결론
글을 써 보고 나니 나도 정리가 된다. 클라우드 설루션은 이미 상당히 고도화되어서 그 누가 쓰더라도 괜찮은 상황이다. 메타의 데이터센터 급이 아니라면 본인 프로젝트의 보안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클라우드 사용 시 기존 프로세스 대비 얼마나 좋아졌는지 잘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을의 입장에선 더 쪼이는 상황이 되는데, 이 상황에서 다른 보상이라도 와야 한다. 모든 게 윈윈을 위한 것인데, 그렇지 않으면 누가 쓰고 싶어 할까.
클라우드에 해당 업체들의 퍼포먼스를 평가해 줄 수 있으면, 그리고 그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보상을 해준다면 더 잘 쓰려나? 상상과 함께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