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없는 삶

죽음의 가치

by 미지

최근에 읽은 글에 헤밍웨이 법칙을 다룬 이야기가 있었다.


미국 대학의 인문학 교수가 학생들에게 풍선 속에 자기 이름을 써서 넣고, 바람을 채워 날려 보내라고 했다. 그리고는 5분간 복도에서 자기 풍선을 찾아보라고 했다. 아무도 시간 내에 찾은 학생은 없었다. 그러자 교수님이 이번엔 이름을 보고, 주인을 찾아주도록 했고 학생들은 5분 만에 자기 풍선을 찾을 수 있었다.


이 풍선들은 마치 행복과 같다. '모두가 자신의 것만 찾으려고 하면 아무도 그 행복을 찾을 수 없지만, 다른 이들의 행복을 찾기 시작하면 우리 자신의 것도 찾을 수 있다.'라는 말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아간다.


그렇다면 살아오는 동안 나는 주변에 행복을 얼마나 나누어 주고 있었는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을 나는 얼마나 잘 살고 있는가?

네이버 웹툰 <죽음에 관하여> 시니/혀노


나의 하루를 마무리하는 루틴은 네이버 웹툰을 보는 것이다.


평소 만화책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침대에 누워 자기 전에 휴대폰을 하면서 챙겨 보던 것들을 보다 보니 직장인이 된 지금까지도 이어진 습관이다.


가장 인상 깊은 웹툰을 하나 추천하라고 한다면, <죽음에 관하여>를 꼽을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평소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죽음이라는 것이 두렵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 개인 적인 경험, 혹은 주변 사람의 경험으로 인해, 이러한 사실 자체를 떠올리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죽음을 기억하라, "메멘토 모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번 사는 인생에서 무언가 선택을 하거나 행동을 할 때에 죽음을 떠올려 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20살 때, 나는 이러한 고민을 했다.

'언젠가 죽을 거, 지금 이렇게 아등바등 사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냥 지금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사는 것이 나은 것 아닐까?'


그렇지만 삶이라는 것은 마냥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게 내버려 두지 않기에,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지금의 내가 하는 이 모든 것이 예상하지 못한 때에 죽는다면 다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법의학자가 쓴 책부터, 수많은 죽음과 관련된 책을 찾아 읽었다. 그렇게 책을 읽다 내가 위안을 삼고 비로소 마음이 놓였던 사실은 삶이 유한하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의미가 있다는 사실이다.


삶이 무한했다면 지금 이 순간에 하는 행위, 경험, 말들이 결국 끝없는 우주 속에서 허공에 떠돌아다니는 일에 불과했겠지만 끝이 정해져 있기에 비로소 의미가 부여되는 일 들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데미안


죽음을 떠올린다.


우주의 관점에서 나는 한없이 작은 존재라는 것을 기억한 다. 이러한 사실이 삶이라는 궤도에서 내가 크게 어긋나는 것을 방지해 준다. 그렇기에 내가 행하는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렇지만 “멈춤” 버튼을 누르고 너무 길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로 한다.


흘러가는 삶에 감사를 표하기도, 기쁨과 슬픔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러한 감정들을 금세 내려놓고 시냇물에 같이 흘려보내기로 한다. 난 그렇지 못한 사람이기에 더더욱 그러고 싶다는 결심이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아무리 힘주고 살아도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날 때는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삶 속에서 죽음을 기억하며 ‘주머니 없는 삶’을 살고 싶다.


언제가 될지 모를 이 삶을 떠날 그날까지 성숙된 한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다.


네이버 웹툰 <죽음에 관하여> 시니/혀노



일이관지 (一以貫之) -공자/논어

"하나의 이치로써 모든 것을 꿰뚫는다."


당신은 죽음을 기억하고 살아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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