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도를 아십니까?'란 말이 몇십년 전 유행어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지금도 날 붙잡더군.
풋풋한 (사고방식이야 지금도 풋풋하지만ㅎ)
대학 입학 무렵, 교보문고에 갔다가 내 또래 여자애를 만나서 그날 대순진리교 회관에 갔다.
당시는 서울에 살고 있었으니, 서울 본관이었다.
나는 종교에 대해 모르니, 뭐라 판단할 용량은 못된다. 다만 나를 그리 데려간 그 친구는 정말 무지 진심이었다. 진리에 대한 탐구욕이 그랬다는 말이다.
그래서 진리 탐구욕이 그에 못 미치는 나는, 뭐라
단정지어 말하기가 어렵다.
어쨌든 그 본관에 고작 몇번밖에 가지 않았는데
나는 시키는대로 한복 입고 절도 하고.. 뭐 종이를 태우기도 했다.
그 친구는 나하고 똑같이 대학 입학 시기였는데,
한양대를 합격했음에도 자퇴서를 가볍게 날리고
대순진리교에 투신했다.
(이름도 기억 안나는 친구여, 네가 그곳에서 자유와 평안을 얻었기를!)
한양대를 자퇴하고 집도 나와서 그곳에 몰빵한
그 친구가(나를 교보문고에서 처음 만났을 때는, 대학 합격통지는 받았지만 입학은 하지 않았을 때였다) 지금도 그쪽에 계속 있는다면 엄청 높은 자리에 있을 텐데.
그 친구는 "난 아냐~난 전혀 생각이 다르다구" 그렇게 내가 열내서 얘기하는데도, 내 대학시절 동안 가끔씩 우리 학교에 찾아오곤 했다.
"알아, 알았어. 네 지내는 얘기나 해봐"
난 그애와 고향친구도, 학교친구도 아니었다.
우린 교보문고에서 뜨내기로 만난 사람들이었다.
그때 몇번 대순진리교 본관에 갔던 이후로, 난 발길을 딱 끊었다. 왜? 난 종교적인 사람이 못된다는 게가장 크고 주된 이유겠다.
그래서 그 친구 볼 일도 없어졌다.
(내가 발길을 끊었는데도 그 친구는 내 학교에 가끔 들러주었고, 우린 편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난 그걸 그녀의 광신도적인 전도 목적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적어도 그녀에겐 그게 진리였다)
그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나는 수시로
길거리에서 붙잡히고 있다.
(아니,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고요?)
"저 혹시..." 또는 어떤 식으로 말을 붙이더라도.
한달 쯤 전에도 누가 붙잡았는데, 그땐 솔직히 짜증이 나더라..
난 도를 모른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왜냐면 도란 것은 붙잡으려고 노력할수록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 같다는 것을,
그 정도는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나하고 그 오래전 교보문고에서 만났던, 이젠
이름도 잊어버린 친구야.
네가 학교도 때려치고 집도 나와 몰입했을 만큼
네 모든 걸 들이부었던 그곳에서 너는 이제
평안한지.
정말 오랜만에 떠올린다.
한번쯤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 무엇이 다르더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