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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비 Jul 01. 2023

이혼한 싱글맘의 숙제

아이가 '좋은 관계'를 배울 수 있도록

개인심리학을 창시했고 프로이트, 융과 함께 세계 3대 거장이라 불린다는, 우리에게는 기시미 이치로가 읽어낸 <미움받을 용기>로 더 잘 알려진 알프레드 아들러는 삶의 문제 대부분이 생애 초기 가족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그러면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별 대단하지도 않은 부부 싸움을 하다가 이혼까지 한 나는 벌써 자식 인생을 다 말아먹은 걸까?


아들러의 심리학은 이런 얘기를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적어도 내가 읽은 아들러는, 특정한 경험 그 자체가 아니라 경험에 부여한 의미, 경험에 대한 해석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니까 엄마 아빠의 싸움을 본 경험이나 이혼이라는 사건 그 자체가 결혼이나 이성 관계에 대한 아이들의 견해를 다 뒤틀어 버리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사실 가정의 달에 공주도 왕자도 학교와 어린이집에서 가족을 주제로 다루느라 그랬는지, 자기들끼리 이런 얘기 나누는 걸 종종 들을 수 있었다.


왕자야, 우리 결혼하지 말고, 커서도 계속 엄마랑 같이 살까?

"좋아, 누나, ㅇㅇ삼촌도 다 컸는데 엄마 아빠랑 같이 살잖아,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


"엄마, 우리는 결혼 안 하고 계속 엄마랑 같이 살래!"

"나도 엄마랑 계속 계속 같이 살 거야!"


아무 사정이 없었다면 애들이 나를 엄청 좋아하는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말들인데, 이혼을 엄마 아빠와 함께 지나온 아이들에게서 그런 말을 들으니 아이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결혼이 필수는 아니라지만 아직 남은 인생이 구만리 같은 아이들인데 벌써 결혼을 부정적으로 보는 건가 하고 걱정되어서. 


그래서 백 년 전에 살다 간 아들러의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읽으며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이혼이라는 경험을 아이들이 좋게 잘 해석하고 받아들이게 할 수 있을까. 이혼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결혼이나 이성 간 협력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배울 수 있을까.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아직은 좀 힘들지만 애들 아빠랑 잘 상의하고, 그렇다고 책임을 떠넘기지는 않도록 조심하고—왜냐하면 죄다 떠넘기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서—그리고 엄마랑 아이들이 좋은 협력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 맺으면서 살아야겠다. 다 잘 할 순 없겠지만, 못하는 거 투성이지만, 그래도 일단 마음은 그렇다.


이렇게, 나는 자기 연민을 줄여나가고, 죄책감에도 물을 타고, 본격 브런치를 시작했던 지난 겨울에 비하면 많이 가볍고 밝아진 마음으로 글을 맺는다. 밥을 먹으면 소화하느라 방귀가 나오는 것처럼, 하루를 사느라 방귀 뀌듯 글 쓰는 나 자신을 포용하고 아끼는 마음은 내 생에 주어진 덤 같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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