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시 Jan 07. 2024

올해는 일간 다이어리를 써 봅시다

오늘을 기록하는 힘


원래 연간 다이어리를 쓰는 편이 아닙니다. 일기는 줄노트에 쓰면 되고, 달력은 휴대폰으로 보면 되니까요. 하지만 그동안 쓰던 일기를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빼곡히 적은 일기장 속에 나의 생각이나 고민, 다짐은 적혀 있지만 '오늘'의 풍경이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 날 무엇을 먹었는지, 어떤 노래에 새롭게 빠졌는지, 동료와는 어떤 대화를 했는지, 실천하기로 한 운동은 과연 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사소해서 굳이 기록할 필요 없다고 생각해 지나쳐 온 것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 잊혀지고 있던 것입니다.


우리는 매일 체크리스트를 짜고 일주일치 일정을 한꺼번에 정리하고 한 달의 계획을 짜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다가오는 날을 한꺼번에 헤아리는 습관 때문에 '오늘'이라는 단위를 살피는 힘을 서서히 잃어온 것은 아닐까요? 생활이라는 징검다리를 건너면서도 '오늘'이란 돌은 제대로 두드리지 않았던 셈입니다.


오늘이라는 단위를 관심을 기울여 들여다보면, 많은 풍경이 있습니다. 그 풍경을 놓치지 않는 것이 '오늘을 살피는 힘'입니다. 올해는 마음먹고 일간 다이어리를 사서 전에는 쓰지 않았을 법한 것들을 써 보기 시작했습니다. '점심에 시나몬롤 먹음', '하루종일 가십걸 몰아봄', '함박눈 내렸다', '보리밥 같은 파스타는 처음이었다'. 이 사소한 일상의 풍경은 분명 오늘 해야 할 체크리스트보다 중요한 일도 생활을 바꿀만한 해프닝도 아닙니다. 하지만 오히려 사실 이런 작은 풍경이야말로 나의 인생을 별 일 없이 지켜 온 소중한 사건들이 아니었을까요?


매일 10분이라도 책상에 앉아 일간 다이어리를 펼쳐 봅시다. 그리고 '오늘'이라는 한 페이지를 마주합니다. 오늘 새로 알게 된 음악, 인상 깊은 책 구절, 주문해야 할 물건, 방문한 카페 그리고 해야 할 일들까지 내가 쓰고 싶은 것들로 자유롭게 채워 봅시다. 때로는 생활의 '숲'이 아닌 생활의 '나무'를 보는 것도 소중합니다.


추신. 영화 <타이타닉>의 명대사입니다. "Seize the day(오늘을 소중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