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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시 Jan 28. 2024

손을 관리하고 있나요?

기억과 기분을 나르는 손

주말에 손 케어를 받았습니다


손 케어를 받아야겠다고 처음 마음먹은 것은 몇 주 전의 일입니다. 브랜드 신제품 촬영 컷에 제 손이 등장했는데, 건조해서 튼 흔적과 손톱 주변의 거스러미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던 것입니다. 생각해 보니 손이란 바깥에 늘 노출되어 있는 데다가 일상생활을 하며 가장 혹사시키는 부위인데도 한 번도 세심히 케어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얼굴에는 아침저녁으로 꼬박꼬박 스킨과 로션도 바르고 팩까지 하면서 말입니다.


몸을 관리한다고 하면, 우선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게 됩니다. 누가 봐도 바뀐 것을 알아챌 수 있는 헤어 스타일, 요즘 유행하는 겨울철 털부츠, 피부 요철을 가려주는 파운데이션, 뷰티 유튜버들의 화장법... 하지만 그런 외적인 것 아래에는 우선 ‘맨 몸’이 있습니다. 맨 손, 맨 발, 맨 얼굴, 맨다리 그리고 곳곳의 잘 눈에 띄지 않는 부위들을 포함해서요.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온 신경을 기울이느라 의외로 나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맨 몸’에 대한 보살핌은 뒷전에 두고 있지 않나요?


하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누군가의 손을 보거나 맞잡을 일이 많습니다. 꼭 일상생활이 아니더라도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의 손을 만지고 바라보며 자라왔습니다. 반갑다는 인사도, 위로의 인사도, 사랑한다는 인사도 손으로 합니다. 아무리 옷을 껴입어도 손만큼은 타인에게 보이게 됩니다. 잠시 멈춰서 떠올려 봅시다. 최근에 누군가의 손을 잡았던 순간이 있나요?


손을 잡는 순간, 우리는 많은 것을 느낍니다. 손을 맞잡았을 때 손바닥에 와닿는 부드럽거나 까슬까슬한 감촉, 바위처럼 단단하거나 두부처럼 연약한 느낌, 따뜻하거나 차가운 온도를 기억합니다. 따뜻한 손을 만지면 안심이 됩니다. 부드러운 손을 만지면 마음이 말랑해집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나 또한 내 손을 잡은 사람에게 어떤 기억과 기분을 안겨 줍니다. 누군가가 나의 손을 바라보거나 만질 때 편안한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내 손을 바라보면, 손도 얼굴만큼 공들여 보살피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손을 보기 좋게 관리하는 것은 단순히 인상을 예쁘거나 깔끔하게 보이기 위한 일이 아닙니다. 손은 기억과 기분을 나르는 도구입니다. 인사를 할 때, 악수를 할 때, 선물을 건넬 때 등 사람과 연결되는 순간, 언제나 가장 흔쾌히 앞장서는 친밀하고 담백한 몸의 부위입니다. 그런 손을 좀 더 깨끗하고 단정하게 가꾸는 노력을 기울이면 어떨까요? 네일숍에 가면 고작 만 원대로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케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처음으로 손 케어를 받고 단정해진 손을 보니 괜스레 흡족해 자꾸만 바라보게 되는 요즘입니다. 이 손으로 일도 하고 밥도 먹고 서류를 건네고 인사를 합니다. 사람들을 만날 때도 훨씬 깔끔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한 달에 한 번은 주기적으로 케어를 받아 보려 합니다. 손이라는 기본을, 깔끔하게 가꾸는 것. 올해는 이런 ‘맨 몸의 디테일’부터 시작해도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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