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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넼 Jun 09. 2021

당신의 삶의 무게 중심은 어디에 있나요?

《카마수트라》를 통해 본 '닥터 스트레인지'

  카마수트라에 대해서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4 ~ 5세기경 ‘바츠야야나’에 의해 쓰였다고 전해지는 이 고대 인도의 문헌은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사랑과 성, 그리고 쾌락에 대해 쓰인 일종의 경전이자 교과서입니다. 내용만 보아도 성관계 시 체위, 남의 아내와의 통정이나 미약 등 이게 경전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방대하고 다양한 내용에 대해서 다뤄지고 있습니다.

비츠야야나, 《카마수트라》

  카마수트라가 자극적이고 대중적이다 보니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 외에도 세 가지 인생의 덕목으로 ‘아르타 수트라’와 ‘다르마 수트라’도 있는데요. 카마가 욕망, 정욕, 쾌락 등 오감을 즐겁게 하는 것이라면 아르타는 재물, 권력 등 인생의 목표에 대해서 말하며, 다르마는 올바름과 덕, 사회적 질서를 다루며 도덕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세 가지 가치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인생의 단계에 따라서 무게중심이 바뀌는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청년의 때엔 카마, 중년엔 아르타, 노년엔 다르마에 집중하는 삶을 살며 점진적으로 성장해 가면서 궁극적인 해탈을 의미하는 모크샤에 이르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러한 힌두교적 세계관을 통해 마블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를 보면 어떨까요?

스콧 데릭슨 감독,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 '닥터 스트레인지(2016)'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는 만트라나 진언, 유체이탈과 명상 등 힌두교나 불교와 같은 동양 종교의 모티브가 많이 녹아져 있습니다. 매직(magic)의 어원부터가 고대 페르시아의 지식인을 칭하는 마지(magi)에서 따왔기에 마법을 다루는 닥터 스트레인지에 이러한 동양의 종교적인 요소를 사용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다시 영화로 돌아와 줄거리를 따라가 보면, 작품이 시작하면서 성공한 의사로서의 스티븐 스트레인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의 이기적이고, 맹목적으로 성공만을 좇는 모습을 보여주죠. 극 중에서는 그러한 태도가 연인이었던 팔머와 헤어지게 되는 중요한 계기였다는 것도 암시하죠. 사랑보다 의사로서의 성공이 삶의 목적이 된 그의 모습을 보았을 때, 그가 이미 카마의 단계를 넘어 아르타의 단계에 머물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공한 의사 '스티븐 스트레인지'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명예와 부를 쫒던 그의 삶에 큰 위기가 찾아오게 됩니다. 바로 교통사고로 인해 손을 크게 다쳐 의사로서의 삶을 이어갈 수 없게 된 것이죠. 갑자기 찾아온 불행으로 인해 스트레인지는 방황하며, 자신의 원래 삶의 목적을 되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합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아보라는 팔머에게 큰 상처를 주는 모습도 보여주죠.


  방황하던 그는 우연히 하반신 마비에서 기적적으로 회복한 조나단 팽본으로부터 카마르 타지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고, 무작정 네팔로 길을 떠나게 됩니다. 우열곡절 끝에 카마르 타지에 도착한 그는 그곳에서 에이션트 원을 만나 가르침을 받게 되죠. 삶의 목적을 되찾기 위해 에이션트 원의 가르침을 받아들여 마법사가 된 그는 케실리우스가 일으킨 사건에 휘말리게 되며 점점 새로운 삶의 목적을 찾게 됩니다. 케실리우스와의 전투 중 스승인 에이션트 원의 죽음으로 인해 내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만이 존재하던 그의 세계관과 인식이 확장됩니다. 성공만을 바라던 자기중심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됩니다.

스승 '에이션트 원'의 죽음은 '스트레인지'의 세계관을 확장시킨다.

 이 부분에서 그의 삶의 무게중심이 아르타에서 다르마로 넘어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도르마무와의 최종 결전을 통해 스트레인지가 해탈을 의미하는 모크샤에 이르렀다고도 보았는데요. 수없이 맞이한 죽음과 부활이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많은 윤회의 시간처럼 보였거든요. 그런 시간을 통해 소서러 슈프림 바로 모크샤에 이르게 된 것이죠. 사실 이러한 윤회와 환생으로 볼 수 있는 장치들이 영화의 곳곳에 있긴 합니다. 수술과 유체이탈, 그리고 아가모토의 눈을 이용한 시간의 반복 등이 그러하죠. 더 크게 보면 영화 내내 스트레인지의 여정을 따라 뉴욕과 카트만두의 스카이라인을 보여주며 해가 지고, 다시 뜨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삽입되어 있습니다. 해가 뜨고 지며 시간이 흘러가듯이 반복되는 삶의 여정을 통해 성장하며, 더 높은 차원의 깨달음을 얻어가는 한 인물의 모습을 보여주듯 말이죠.

영화에 반복적으로 삽입되어 있는 도시의 스카이라인

  여러분의 삶의 무게 중심은 어디에 위치해 있나요? 옳고 그름을 따지자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나선이 나아가듯 반복되는 삶 속에서 조금씩이나마 앞으로 나아가는 그런 삶이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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