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야넼 May 07. 2021

지금 이 선택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일까?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통해 본 '엣지 오브 투모로우'

  여러분의 삶에 있어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돈, 명예, 가족, 사랑, 종교 등 저마다 포기할 수 없는 인생 최고의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를 위해 나머지 가치는 포기할 수도 있겠죠. 최고의 가치를 얻을 수 있는 확신만 있다면 나머지 가치는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깐요. 심지어는 확신이 아닌 가능성만 있다 할지라도 삶의 대부분의 순간을 그 가치를 위해 포기할지도 모릅니다. 이 가치는 적어도 자신에겐 유일하고 완전하기 때문이죠


  19세기의 철학자 니체는 그의 대표 저서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이러한 유일하고 완전한 가치야말로 자신을 가두는 것이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사후의 영원한 삶을 믿는 종교인이라면 그 영원한 삶을 위해 현재의 삶에서 겪고 있는 고통과 고난은 참고 견딜 것입니다. 좀 더 이성적인 예로 재산이나 권력을 자신의 최고 가치로 생각하는 사람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자신의 지위를 더 높여줄 수 있다면 그것을 위해 당장의 부조리와 비굴함 등은 견딜 수 있는 것이 되겠죠. 미래에 자신이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것을 얻기 위해 지금의 순간은 버려도 되는 가치로 여기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니체는 이러한 절대적 가치가 인간을 체념적이고 수동적으로 만드는 담벼락 같은 것이라 생각한 것이죠.


'망치를 든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


  이러한 인간을 가두는 담벼락을 부수기 위해 니체는 그 유명한 ‘신은 죽었다.’라는 말과 함께 ‘영원회귀’를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신은 인간을 가로막는 모든 영원해 보이는 절대 가치를 이야기하며 영원회귀란 우리의 삶이 어떤 주기로 영원히 반복된다면 우리의 순간의 선택들 또한 영원히 반복될 것이고, 절대적 가치를 위해 굴욕과 비겁으로 물든 순간도 잠시 뿐인 고통이 아닌 영원히 반복되는 고통이며 그렇다면 우리는 그 순간에 굴욕과 비겁이 아닌 최선의 선택을 선택할 것이라는 것이죠. 즉 영원회귀는 소위 ‘영원한 가치’라는 것의 대안으로 제시된 것입니다.


  사실 니체가 아닌 저 같은 범인이 생각 하기엔 우리의 삶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할지라도 그 주기가 천년, 만년 단위로 길다면 그 안에서 나의 멍청한 선택은 어찌 되었든 짧은 한순간이니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도 듭니다. 하지만 그 선택의 피드백이 즉각적이라면, 그리고 다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떨까요?


더그 라이만 감독, 톰 크루즈 주연의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가까운 미래, 미믹이라는 외계 종족에게 침공당해 멸망의 위기를 겪는 인류를 그립니다. 주인공 빌 케이지는 침공 이후 광고 회사에서 일했던 경력을 살려 공보장교로 입대합니다. 사실 그가 군을 홍보하는 공보 장교로 입대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전쟁터로 징집되지 않기 위해서죠. 하지만 전쟁의 현장을 촬영하라는 임무를 받게 되고, 전쟁터에 가지 않기 위해 비굴한 모습을 보이고 명령에 불복종하며 심지어 까마득한 상관을 협박하기까지 하죠. 결국 탈영병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강등되어 전쟁터에 끌려갑니다. 

첫 전투에 나가자마자 죽게 된 그에게 아주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바로 죽을 때마다 그 날이 다시 반복되는 것이죠. 이러한 상황을 눈치챈 그는 혼란스럽지만 이내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칩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상황을 겪었었던 ‘리타 브라타스키’를 만나 모든 미믹들을 조종하는 ‘오메가’를 죽이기 위해 죽음을 반복하게 됩니다.


  이 작품에서 빌의 절대 가치는 자신의 생존입니다. 생존을 위해서 군인으로서 명예와 긍지를 버리고 비굴한 모습을 보이며, 까마득한 상관을 협박하기까지 하죠. 자기가 비굴해지고 사회적인 낙인이 찍히더라도 괜찮습니다. 생존만 할 수 있다면 말이죠.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그는 최선의 선택을 강요받습니다. 자신이 생존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한 그는 훈련받고, 싸워도 보고, 도망도 쳐봅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죽음의 고통만 있을 뿐이죠. 계속되는 죽음 속에서 빌은 새로운 가치를 찾습니다. 바로 리타를 사랑하게 된 것이죠. 자신의 생존만을 위해 싸우던 빌은 리타를 살리기 위해 싸웁니다. 그리고 그전까지 라면 상상도 할 수 없을 일인 혼자 오메가를 죽이려 합니다. 그러나 그 시도마저 실패하게 되고, 다시 리타와 동료들과 함께 마지막 전투로 향하게 되죠.


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오메가를 죽이는 것


  빌이 깨달은 최선의 선택은 오메가를 죽이는 것입니다. 최선의 선택을 하지 못한다면 영원히 죽음이 반복되며 고통받게 되죠.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주인공 빌의 가치관 또한 점차 확장됩니다. 자신만을 위해, 생존을 위해 타인의 목숨은 쉽게 전쟁터로 내몰고, 비굴한 모습까지 보이던 빌의 가치관은 죽음을 반복하고 리타를 만나며 사랑하는 사람으로 확장되죠. 결국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오메가를 죽이고 자신과 리타의 생존을 선물 받으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여러분의 삶의 가치와 인생의 방향성은 어디로 향하고 있나요? 그리고 그것을 위해 무엇을 희생하고 계신가요? 더 큰 가치를 얻기 위해 상대적으로 작은 가치를 희생시키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하루하루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했을 때 선물처럼 주어지는 모든 것들이 우리의 삶을 가치 있게 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이전 04화 우리를 괴롭히는 소음이 음악이 되는 순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