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X 저작권위원회- 원작: 인어공주
8.
그 목소리는 이제 거의 울음에 가까웠다.
“너… 뭐 하는 거야. 바보야! 영약을 만들려면 아직 반년도 더 기다려야 하는 데… 시간을 당겨 쓰는 대가가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알면서! 이거 놔! 얼른 멈춰! 그만둬!”
엘리제는 거세게 몸부림쳤다. 하지만 그녀를 안은 마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엘리. 너는 현명한 마녀가 될 거야.”
“멈추라고 제발!”
엘리제의 눈이 당황, 혼란 그리고 두려움으로 거칠게 흔들렸다. 마녀의 어깨를 양손으로 힘껏 붙잡았다. 마녀의 몸에서 천천히 비산하는 금빛 먼지가 의미하는 바를, 엘리제는 알고 있었다.
“나처럼 바보 같은 사랑은 하지 말고. 눈먼 사랑도 하지 말고.”
엘리제는 마녀의 품에서 그의 온기가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음을 느꼈다. 시간은 온전한 신의 영역이었다. 그것을 넘본 마녀는 소멸했다. 다시 태어날 수도 없었다. 영혼까지 부서져 조각도 남지 않았다.
“이제 거의 다 됐어.”
마녀는 인어공주를 위해 그런 선택을 한 것이었다. 엘리제가 흐릿해져 가는 마녀의 신형을 붙잡으려 있는 힘껏 마녀를 끌어안았다. 마녀는 옅게 웃음 지었다. 엘리제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쥔 마녀의 눈은 어느 때보다 다정했다. 목소리는 더없이 차분했다.
“스승님 가방에 있던 금서에서 한번 본거라, 시간을 당겨 써 만든 영약이 어떤 형태로 만들어질지는 모르겠네. 그래도 사용법은 알고 있지? 넌 나와 마법 시험이 고작 1점밖에 차이 나지 않은 유능한 학생이니까.”
엘리제가 눈물로 일그러진 채 마녀를 바라봤다.
“안 돼. 사라지지 마. 미카엘…”
“네 곁에서 너를 사랑해줄 수 있는 자를 찾아. 사랑받고, 사랑 주고.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
“안 돼. 미카엘. 아직 너한테 못한 말이 많아. 나… 나 친구로도 못 남을까 봐 말도 못 꺼냈어. 미안해. 내가 널”
사랑해. 엘리제의 말이 채 끝맺어지기도 전에 마녀는 한 자루의 칼이 되었다. 그의 검은 망토만 남아 어지럽게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의 사랑이 너무 아팠기에 마지막 영약은 칼의 모양이 되어버렸을까. 그의 머리칼을 닮은 금빛 칼자루가 빛을 발했다. 엘리제. 아니, 마녀는 칼을 들어 올려 칼날에 새겨진 선명한 글자를 읽어 내려갔다.
사랑은 두 사람의 몫이지만, 이별은 온전히 너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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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서부터 잿빛 사막에 모래 소용돌이가 쳤다. 홀연히 모래 폭풍을 뚫고 나타난 검은 망토의 마녀는 빛나는 한 자루의 칼을 왕에게 전해 주었다. 그것에 감격한 왕이 마녀에게 연신 감사를 표했다. 왕은 성으로 돌아갔다. 머리를 짧게 자른 인어 공주들이 꼬리를 바삐 움직여 어딘가로 향했다.
그 뒤의 이야기를 마녀는 알지 못한다. 그저 꽤 오랜 시간을 먼바다에서 먼바다로 이동하며 보냈다. 그러던 중 어떤 바보 마녀가 목소리만 받고 영약을 팔았다더라 하는 전설이 돌 즈음, 먼지가 자욱하게 쌓인 ‘마녀의 집’에 도착했다.
마녀는 아직 제자를 들일 생각은 없었지만, 그 옛날 어떤 마녀처럼 갈 곳 잃은 고아를 거둬 제자로 키운다면 제일 먼저 이 말을 가르칠 생각이었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 외모에 홀린 사랑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 마녀 그리고 인어공주 完 -
작가의 브런치에서 에필로그와 작가의 말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