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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옙히 Apr 08. 2021

28 달콤한 비엔나 커피

흑사병의 흔적

비엔나는 달콤한 도시였다.

단순히 볼거리와 먹거리가 많은 것을 넘어,

문화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느껴졌다.

신호등조차 사랑스러운 이 도시를 누가 쓴맛이라고 할까.






칙칙했던 부다페스트를 지나 오스트리아로 넘어왔다. 중앙역에 내리자마자 숙소가 있어 금방 짐을 풀 수 있었다. 비엔나의 구 도심은 원형을 이루고 있고, 신 도심은 그 원을 감싸고 있다.


도시의 모습은 주민들과 상호작용한다고 믿는다.

옛것을 감싸는 모습의 도시는 곳곳에서 사랑을 표현하는 문화가 되었다.

오스트리아는 성소수자에게 상당히 개방되어 있었다. 신호등부터 우리는 남성인지 여성인지 모를 사람의 모습으로 통일되어 있다면, 오스트리아는 여성과 여성, 남성과 남성, 혹은 제3의 성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당신이 어떤 모습이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긴 듯했다.


▲ 비엔나 국립 오페라극장 앞 신호등.


신호등을 지나 큰길을 따라 걸으면, 자연스럽게 슈테판 대성당에 도착하게 된다.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큰 고딕 양식의 건축물이다. 이곳은 원형의 구 도심의 중심이라서 유명하기도 하지만, 

모차르트의 결혼식과 장례식이 치러진 역사적인 현장이기도 하다.


나는 이곳을 방문한 이유가 따로 있었는데, 바로 지하의 카타콤 때문이다.

까타콤은 그리스도 교도의 지하묘지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기도 한데, 유럽에서는 주로 흑사병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묘지를 말한다. 14세기 중기 페스트균에 의해 발생한 흑사병은 유럽 인구를 1/5로 줄여버렸을 만큼 충격적인 병이었다.


5명 중 1명만 살아남으니, 그 많은 시신을 어떻게 처리할지 막막했을 터였다. 그래서 시신을 한 곳에 모아 한 번에 매장했는데,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그것이 새로운 관광요소가 되었다.


▲ 슈테판 대성당의 모습.


슈테판 대성당에 들어가 좌측 끝에 가면, 지하로 향하는 계단 앞에 몇 명의 무리가 몰려있다. 일정 시간마다 한 번씩 해설사가 와서 사람들을 이끌고 지하의 묘지를 보여주며 영어로 설명해준다. 비용은 무료. 하지만 해설이 끝난 이후 팁 개념으로 돈을 지불하는데 보통 5~10유로 정도를 준다고 함께 설명을 듣기로 했던 파란 눈의 사람들이 말해줬다.


까타콤은 서늘했다. 휴식을 충분히 취한 영혼들이 자리를 비웠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서늘함이었다. 두개골들은 벽돌처럼 규칙적으로 쌓아져 있었고, 다리는 다리대로 모여있었다.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사실 손가락으로 만져볼 수 있을 정도의 거리였는데, 그만큼 참혹했던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 슈테판 대성당 앞 군중.


대성당 앞 구 시가지를 걷는다. 모차르트의 기념품을 다양한 모습으로 파는 것을 보며,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모차르트를 참 사랑하는구나 하고 느꼈다. 한 청년이 부르는 'You raise me up'을 들으며 비엔나하면 떠오르는 '비엔나 커피'를 마시러 이동했다.


▲ 카페 자허에서 한 장.

비엔나 커피는 다른 말로 아인슈페너라고 한다고 했다. 꽤 유명한 카페가 몇 군데 있었는데, 나는 자허라는 카페에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 30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다. 종업원이 커피와 함께 어울린다며 초콜릿 케이크를 추천해줬고, 나는 어디선가 느껴봤던 것 같은 달콤함을 씹으며 새삼 비엔나에 온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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