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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옙히 May 02. 2021

41 와플은 벨기에

그랑플라스의 조명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

무지(無知)했기에

여행에 틈이 생기고,

나태함과 그리움은 그 틈을 파고든다.






와플국에 왔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붙어있는 국가고, 네덜란드와 벨기에 두 국가를 합쳐도 우리나라보다도 작아서 사실상 국내 여행하는 수준으로 이동시간이 소요됐다.


벨기에의 수도인 브뤼셀 중앙역에 내려서 숙소까지 꽤 이동했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대학교다. 우리나라처럼 모든 대학은 캠퍼스를 거대하게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동하다 보니 길가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이 대학 건물이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고정관념이 많이 없어지고 배우는 것이 많았는데, 대학도 마찬가지였다. 이때부터였을까. 3년 뒤에 교환학생으로 프랑스에서 다닌 학교는 아주 거대한 건물에 24개의 대학이 들어있었다. 인생의 복선이었달까.


▲ 벨기에 와플.
▲ 오줌싸개 동상.


늦은 시간에 도착했기 때문에 우선 짐을 풀고 잠을 청했다. 다음날 곧장 오줌싸개 동상 앞으로 향했다.

벨기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트레이드 마크다. 꽤 클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주 앙증맞았다. 동상 앞에는 초콜릿 기념품 가게와 와플가게가 있었고, 문전성시를 이뤘다.


벨기에 와플을 주문하는 방법은 조금 독특했다. 관광지라서 그랬겠지만, 사진과 함께 번호가 적혀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먹은 31번 와플은 딸기와 바나나와 초콜릿이 올라간 것이고, 32번을 달라고 하면 초콜릿 시럽과 키위가 올라간 것을 받으며, 1번을 달라고 하면 와플에 초콜릿만 적당히 묻은 그런 상품을 받는 시스템이었다. 관광지에서 회전율을 높이기 위한 아주 적절한 아이디어였다. 


오줌싸개 동상은 기념품 가게에서도 아주 인기가 좋은 상품이었다. 다양한 상품이 있었지만 눈에 띈 것은 병따개이자 와인 오프너였다. 동상의 특징을 활용한 유쾌한 상품은 벨기에가 아니면 살 수 없을 것이다.


▲ 그랑플라스의 조명.
▲ 어린이 합창단.


브뤼셀은 나름 금융의 중심지이다. 런던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신뢰 가는 은행들이 많다. 그랑플라스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 알려져 있는데, 브뤼셀 시청사와 함께 은행 건물들이 광장을 둘러싸고 있다.


저녁에 이 그랑플라스에 방문하게 되면 조명 쇼를 볼 수 있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크리스마스를 목전에 두고 있던 터라 분위기는 한층 고조되어 있었다. 나무로 만든 간이 무대에서 수십 명의 아이들이 올라와 노래를 불렀다. 영어도 아닌 것이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예수의 탄생에 기뻐하고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느낌이 들었다. 한 아이와 계속 눈이 마주쳤다. 유독 밝은 빛을 내는 아이였다. 아이의 오밀조밀한 노래에 귀를 기울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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