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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옙히 Apr 29. 2021

40 물의 도시 암스테르담

풍차마을 잔세스칸스

암스테르담 시민들은 내일 아침에도

자전거를 타고 힘찬 하루를 보낼 것이다.

도시 전체에 가득한 마리화나 냄새 속에서

우리와는 정 반대의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을 보며

놀랍게도 이질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암스테르담을 방문한다면 잔세스칸스라는 근교 마을을 꼭 가봐야 한다. 알크마르라는 마을도 유명한데, 4월에서 10월 금요일 오전마다 열리는 치즈시장 축제도 가볼 만 하지만, 12월에 방문했으므로 가볍게 잔세스칸스로 떠났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오전 치고도 물안개가 굉장히 심해서 묘한 분위기의 잔세스칸스를 즐길 수 있었다.

잔세스칸스가 유명한 이유는 바로 풍차 때문이다. 풍차가 곳곳에 있는데, 그림으로 보던 모습보다 훨씬 웅장했다. 

▲ 잔세스칸스의 물안개.
▲ 잔세스칸스의 물안개. 날이 추워 서리가 내렸다.

잔디에는 서리가 내려앉아 하얗게 머리를 장식했다. 가시거리가 짧아져 모든 차들은 엉금엉금 다녔고, 지도를 보고도 이 길이 맞는지 좀처럼 가늠이 안된 채 몇몇 관광객들과 함께 암묵적인 합의를 내리며 발을 내디뎠다. 


몇 개의 다리를 건너자 안개 너머로 갑자기 풍차가 나타났다. 체감상 아파트 10층 정도 되는 높이로 서서히 돌아가던 풍차는 안개가 서서히 걷히며 알록달록한 색을 뽐냈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자, 네덜란드의 자랑이 눈 앞에 나타나자 신비한 감정을 느꼈다.


▲ 풍차의 모습.
▲ 어부들의 모습.


날이 꽤나 추웠기 때문에 유일하게 연 상점에는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 코코아를 마시며 몸을 녹이고 있었다. 안개가 완벽히 걷힌 모습도 지켜보고 싶어서 상점에 들어갔는데, 좀처럼 안개는 없어지지 않았다.

오랫동안 상점을 차지하고 있기는 민망해서 상품으로 팔던 매운맛 초콜릿을 사서 먹어봤는데, 이 끔찍한 맛을 잊을 수 없다. 충격적인 맛이었지만 이 또한 추억이 될 거라 믿으며 코코아가 담긴 종이컵을 연신 손으로 움켜쥐었다. 몇 시간 정도 더 시간을 보낸 후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와 짐을 싸기 시작했다.


암스테르담 시민들은 내일 아침에도

자전거를 타고 힘찬 하루를 보낼 것이다.

도시 전체에 가득한 마리화나 냄새 속에서

우리와는 정 반대의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을 보며

놀랍게도 이질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안갯속에서도 삶을 이어나가는 어부들의 모습을 보며 이제, 4개국만 남은, 여행의 막바지에서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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