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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옙히 May 08. 2021

45 스위스의 강원도

2016 크리스마스

사람은 항상 겸손해야 한다.

스스로에게도 겸손해야 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도 겸손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 어떤 사람을 만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인터라켄의 마지막 밤을 맞이하는 것이 아쉬워 호수를 따라 걷는다.

패스를 알차게 이용해 호수를 따라 파노라마 기차를 타서 곧장 다음 역에 내려 작은 마을을 계속해서 구경한다. 내릴 때마다 마을은 점차 고립되고 깊어졌다.


▲ 브리엔츠 호수의 모습.

내 선택은 동역에 가까운 브리엔츠 호수였다. 만년설이 녹아 물이 되어 만들어진 호수라 에메랄드 빛을 내뿜었다. 호수를 바라보는 마을들은 적막했다. 산이 가지고 있는 고요함과 한기(寒氣)를 품고 있었다. 가끔씩 호수를 따라 놓여있던 벤치에 주민들이 앉아있었다. 그들의 일상을 잠시나마 공유할 수 있었다.


▲ 숙소 사람들과 자축.


어김없이 COOP에 들러 삼겹살과 라면을 사 온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여지없이 문을 닫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늦게 도착하면 저녁을 굶어야 한다. 나의 양식은 조금 많았는데, 누군가는 구하지 못할 양식이었다.

부실해 보이는 식단으로 맥주를 곁들여 크리스마스 저녁을 맞이한 숙소 사람들과 식당에서 눈인사를 했다.

자연스럽게 친해졌는데, 신기하게도 대학 동기의 동네 친구였다. 세상은 참 좁다.


알프스 산맥 한 복판에서 아주 추운 밤이었지만, 작은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핸드폰 손전등 기능을 이용해 장노출로 그날의 추억을 남겼다.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였다.


▲ 베른의 모습.


다음날 인터라켄에서의 일정을 마무리 짓고 스위스의 수도 베른으로 향했다. 파리를 가기 전에 반나절 정도 머물 생각이었는데, 아주 작은 도시였기에 밤에 산책하듯이 걷는 것만으로도 완벽했다. 


사람은 항상 겸손해야 한다.

스스로에게도 겸손해야 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도 겸손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 어떤 사람을 만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패러글라이딩을 함께한 파일럿과 내게 축하 인사를 건네던 스태프와 대학 동기의 친구까지 낯선 땅에서 만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 소중한 인연을 마음으로 간직하고 사진으로 기록한다. 낮은 자세라는 말은 싫어하지만, 겸손이라는 말은 좋다. 내가 생각하는 겸손은 매사에 감사하고 어긋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은 항상 겸손하고 감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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