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에펠탑
파리는 지저분한 도시다.
공용 화장실을 사용할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고,
도시 곳곳에서는 냄새가 진동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파리를 사랑하는 이유가 있다.
파리를 걷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피부색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 다른 사람들을 말한다.
그래피티처럼 공공시설을 훼손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한국 사회와 달리 이곳은 모든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예술가가 될 수 있다.
곳곳에서 퍼지는 악기 연주를 듣고 있으면 '이 세상에 저런 악기가 있다고?'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자신이 그린 에펠탑이나 파리의 모습, 초상화 등도 곳곳에서 팔고 있었다. 하지만 관광객이라면 자신의 발아래도 조심해야 한다. 보행로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많은데,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지나가다가 그림의 근처에 발을 디디면 돈을 물어내라고 하기도 한다.
그렇게 어제 지나갔던 루브르 박물관 근처를 다시 지나 샹젤리제 거리를 걷는다. 명품 브랜드로 가득한 이 거리는 2km 정도 직선으로 펼쳐져 있다. 그 끝에는 개선문이 보이고 뒤로는 루브르 박물관과 튈르리 정원이 보인다.
샹젤리제 거리의 시작은 알렉산더 3세 다리다.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즈음에 완공된 다리로 러시아와 프랑스의 동맹을 기리며 만들어진 다리라고 한다. 파리에서 가장 비싼 다리로 불리기도 하며, 가장 화려하고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 다리를 지나면서도 에펠탑이 보이는데, 1889년 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그 만국박람회 때 구스타브 에펠의 설계로 지어진 건축물이 에펠탑이다. 즉, 다리와 탑 두 개의 건축물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 자리가 파리의 지난 100년을 상징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샹젤리제 거리를 걸어 개선문에 도착한다. 개선문은 무려 12 거리와 연결되어 있는데 계획적으로 설계된 도시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파리의 모든 도로는 사실상 개선문 인근을 지나게 된다. 개선문은 원형로터리 한복판에 있어 도보로 직접 들어갈 수는 없었다. 지하철역처럼 생긴 입구로 들어가 줄을 서서 티켓을 사야만 개선문 옥상 테라스에 올라갈 수 있다.
테러 방지를 위해 꽤 엄격한 절차가 필요했는데, 역시나 카메라를 폭탄으로 의심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와서 여러 번 검사를 마친 후에야 옥상에 올라갈 수 있었다. 좁고 빙글빙글 도는 계단을 한참 올라가면 개선문 옥상이 보인다. 파리도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뉘는데, 개선문에서는 그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여기저기 보다 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에펠탑이다.
에펠탑은 동절기에는 6시부터, 하절기에는 10시부터 불이 켜진다. 겨울에 파리를 방문하면 편한 여행을 할 수 있는 다른 이유기도 하다. 각 정각마다 2분 정도 하얀 불도 켜주는데, 새벽 1시가 되면 모든 조명이 꺼지고 하얀 조명만 킨 채로 5분 정도 있다가 모든 조명을 소등한다.
에펠탑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진이 찍히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건축물이라고 한다. 하늘의 색에 따라 자신의 색도 바뀌며 한 때는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아 철거해야 한다는 소리도 들었던 에펠탑은 이제 명실상부한 파리의, 프랑스의 상징이 되었다. 처음 에펠탑을 봤을 때의 경이로움을 잊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