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스틱 May 14. 2022

탐라 한달살이에서 만난 뜻밖의 핫플!

#신풍신천바다목장 #쉬리의 언덕 #박수기정 #군산 #제주도 핫플

 우리는 이렇게 쫓기듯이 인생을 낭비해 가면서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배가 고프기도 전에 굶을 죽을 각오를 하고 있다. 사람들은 제 때의 한 바늘이 나중에 아홉 바늘의 수고를 막아준다고 하면서, 내일의 아홉 바늘의 수고를 위해 오늘 천 바늘을 꿰매고 있다. - 헨리 데이비도 소로 -


이전에 썼던 '탐라 한달살이에서 깨달은 것들'이란 글이 의외로 조회수 5만 회를 넘기며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았다. 내심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론 별 내용도 없는 글에 너무 많은 관심을 가져주어 부끄러움이 앞섰다. 누군가는 이렇게 묻고 싶을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맘만 먹으면 가는 개 제주도인데 뭐 그렇게 대단한 걸 느낀 것처럼 부산을 피우느냐고?"라고 말이다. 뜨끔 한 질문임은 틀림없다. 사실 안 가본 사람이 더 드문데 말이다.  


아침 여섯 시 어느 동쪽에도 그만한 태양은 솟는 법인데 성산포에서만 해 솟는다고 부산을 피운다. 태양은 수만 개 유동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나와서 해를 보라 하나밖에 없다고 착각해 온 해을 보라. - 이생진 시인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 I> 중에서 -


하지만 그 사람이 처한 상황과 환경, 그 당시 심리적 감정 상태, 시점(타이밍), 동행자 등 셀 수 없이 많은 삶의 변수들로 인해 같은 여행지라 하더라도 저마다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결과물들은 다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그 당시 난 퇴직 후 삶의 방향성 상실, 포모 증후군(FOMO Syndrome), 무기력감과 고립감 등 소리 내 울지 못하는 시간들의 연속선 상에 놓여 있었다. 


뇌관이 불붙기 전 시한폭탄을 해체할 트리거(Trigger)가 시급했다. 궁하면 통한다(窮則通)고 했던가?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늘 위태해 보인다는 짝꿍의 말에 뭔가 탈출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탐라 한달살이가 시작되었다. 갑갑한 도시에서 숨죽여 살던 나를 자유롭게 방목하고 싶었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라고 말한 작가 마르셀 푸르스트처럼 탐라 한달살이를 하다 보면 뭔가 인생의 얽힌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찾지 않겠느냐고, 아니면 여행이라도 실컷 했으니 후회는 없지 않겠느냐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여행하는 동안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모두 잊은 채 주어진 시간만을 온전히 누려보기로 결심했다.


이런 시점에서 도전한 새롭고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오감의 만족을 넘어 내 안의 내면의 세계마저 무한히 확장되는 느낌마저 들었다. 탐라 한달살이는 앞만 보고 달리던 나의 좁은 터널시야에서 벗어나 탁 트인 조망 시야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지금이 어쩌면 '놀멍, 쉬멍, 걸으멍'과 같은 올레길 캐치프레이즈처럼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추고, 온몸에 힘을 빼야 할 시점이란 걸 깨닫게 해 주었다.   


빨리 가는 법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다 알고 그렇게 하는데, 삶의 속도를 늦추는 방법은 가르쳐줘도 왜 이렇게 하기가 힘든 것일까?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스스로를 왜 그렇게 다그치고, 삶의 벼랑 끝으로 몰아세워야 하는지도 말이다. 긴 호흡으로 삶의 속도를 늦추어야 주변을 제대로 돌아볼 여유와 느림의 미학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온몸에 힘을 빼야 더 멀리, 더 세게 공을 칠 수 있다는 소소한 깨달음을 탐라 한달살이를 통해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에서 탐라 한달살이는 여느 여행보다 체감적 감흥과 재미과 더 컸던 것 같다. 하지만 '어휘력이 내가 아는 세상의 한계'라고 말했던 천재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난 내가 보고 듣고 느낀 여행의 감흥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는 게 제일 아쉬웠을 뿐이다.


제주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가 본 적이 있다면 화산섬인 제주가 얼마나 아름다운 섬인지를 알게 된다. 계절마다 색다른 옷을 갈아입고, 사계절 내내 제각각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바다와 오름들, 원시림과 새소리,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까지... '느림과 여유'라는 사치를 조금만 부린다면 도시에서는 절대 느끼지 못했던 행복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영화 <기생충>에 나온 기택의 "무계획이 계획이다"란 대사처럼 우리 커플은 이따금씩 무작정 차를 타고 드라이브하거나 도보 여행을 하면서 그날 하루는 그냥 정함이 없이 그냥 맘 내키는 대로 가보자며 집을 나선 적이 몇 차례 있었다. 원래 추구하던 여행의 목적이기도 했다. 그렇게 발견한 히든 핫플을 몇 군데 소개하고자 한다. 근데 다 작성하고 나니 히든이 아니라 원래 유명한 핫플이었다는 걸, 우리 커플 빼고 다 알고 있는 핫플임을 뒤늦게 알아버렸다. 그래도 정성을 들였으니 쌍욕은 자제 부탁드린다. (_ _)/   





광활한 목장과 웅장한 서귀포 바다와의 캐미가 이색적인 '신천신풍바다목장'


3주간의 제주시 일정을 마친 우리 커플은 남은 기간 서귀포시 중문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때까지 우리는 제주시의 아름다운 쪽빛 바다에 반하고, 사방이 탁 트인 오름에 마음을 빼앗겼던 시점이었다. 먼저 서귀포 바다를 먼저 찾아뵙는 게 예의라고 생각해 첫 일정부터 성산일출봉으로 이어지는 서귀포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기로 결정하고 차에 올랐다.  


표선해수욕장을 지나 섭지코지로 가는 도중 우연하게 발견한 핫플은 탁 트인 태평양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드넓은 초원의 목장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이색적이고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신풍신천바다목장'이다. 현무암 돌담으로 만들어진 울타리를 따라가다 보면 푸른 바다와 맞닿은 드넓은 초원을 만나게 된다.  


좌측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웅장한 태평양 바다가 수평선과 맞닿아 있어 바라만 봐도 속이 뻥 뚫릴 정도로 시원했다. 웅장한 해안절벽 아래에는 세찬 해풍에 부딪혀 만들어지는 파도의 포말이 현무암 바위에 하얗게 흩어져 한층 시원함을 더해주었다. 우측으로는 울타리 넘어 거센 해풍에도 아랑곳 않고 드넓은 목초지에서 여유롭게 쉬고 있는 한 무리의 한우들이 너무나 편안해 보였다. 바다와 목장이 만나는 경계선에는 초원의 올레길이 있다.


목장과 바다의 조합이 제주만의 이색적인 바당 올레길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마침 웨딩촬영을 온 예비 신랑 신부들의 표정이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만큼 예뻐 보였다. 목장 울타리와 올레길 주변엔 이름 모를 들꽃들이 세찬 해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리저리 몸을 흔들흔들 바람 타기를 즐기며 그냥 가지 말라고 우리를 손짓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의 나태주 시인의 시가 떠올랐다.   


겨울철에 오면 파란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바다목장 목초지 위에 엄청난 규모의 오렌지빛 귤피를 말리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고 하는데 타이밍이 맞지 않아 아쉬웠다. 직접 가보지 않고 바다목장 올레길에서 온몸으로 느끼는 감흥을 글과 사진으로만 전달하기엔 역부족인 것 같다. 진정 가슴 뻥 뚫리는 '바람의 언덕'을 육안으로 직접 보고, 오감으로 체험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꼭 한번 방문하길 추천드린다!


돌담길을 따라가면 올레길 3코스인 신풍신천바다목장을 만나게 된다
우측엔 세찬 해풍에도 한가롭게 목초를 뜯는 한우 무리, 좌측엔 드넓은 태평양 바다, 이 둘을 이어주는 올레길
가슴이 뻥 뚫릴 정도로 시원한 바다 풍경


이국적인 조망 쉼터, '쉬리의 언덕'


유중원(한석규) 잘 지냈어요?
이명헌(김윤진) 웬일이세요? 언니 만났어요?
유중원(한석규) 아니요.
이명헌(김윤진) 언니랑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뭐예요 이건?
유중원(한석규) 키싱구라미라는 물고기예요.
(키싱구라미를 이명헌에게 건넨다)
이명헌(김윤진) 저 주시는 거예요? 너무 이쁘다. 정말 고마워요.
유중원(한석규) 한 마리가 죽으면 나머지 한 마리도 뒤따라 죽어요.
이명헌(김윤진)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말라죽기도 하고 배에 물이 차 죽기도 하죠? 놀라실 것 없어요. 언닌 물고기 박사였거든요. 있잖아요. 언니랑 여기 몰래 같이 많이 잤었는데 잠버릇이 얼마나 고약한지 알아요? 항상 일어나 보면 꼭 침대 밑에 떨어져 있어요. 그리고 밥 먹을 땐 항상 긴장해야 돼요. 젓가락이 서툴러서 언제 음식이 튀어올지 몰라요. 들어보세요. 언니가 좋아하던 노래예요.

https://youtu.be/8kaafh2yJzg

오랜만에 들어보는 영화 <쉬리> OST, When I dream

 

한류 영화를 본격적으로 알린 영화 <쉬리>의 마지막 장면으로 영화와 함께 OST인 캐롤 키드의 'When I dream'의 인기가 실로 엄청났던 영화였다. 이 장면으로 중문해변의 언덕은 '쉬리의 언덕'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60m 높이의 해안가 절벽 '쉬리의 언덕'은 제주의 에메랄드빛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세 개의 벤치가 위치해 있는데 잠시 앉으면 영화의 주인공이 된냥 한껏 각을 잡고 싶은 곳이다.


특히 멀리 보이는 태평양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곳 아래에 활처럼 흰 백사장을 가진 중문색달해수욕장이 웅장한 주상절리와 멋들어지게 어울려 절경을 이루며, 끝없이 이어진 옥빛 바다가 보는 이의 마음을 훔쳐 달아나는 곳이다. 한번 앉으면 쉽게 일어서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앉은 사람도 그 뒤에서 배경 사진을 찍는 사람도 모두 가슴이 벅차고 설렌다. 스토리가 있어 더더욱 가슴에 남는 장소임엔 틀림이 없다.   


아래 나무 계단을 타고 아마존 원시림을 경유해 아래로 내려가면 중문색달해변으로 이어진다. 해변에 이르면 출렁이는 파도 소리가 귓가에 대고 말을 건넨다. '여기까지 온다고 고생 많았다. 다 내려놓고 좀 쉬어 가렴.' 신라호텔과 하얏트호텔을 잇는 산책로에 위치한 '쉬리의 언덕'은 일출과 일몰로도 유명한 장소라고 한다. 관리가 잘 되어 있는 나무 데크길을 따라 쭈욱 걸으면 중문의 아람다운 바다를 만끽하며 걸을 수 있어 누구나 한번 오면 다시 찾고 싶은 장소다. 연인(부부 포함)과 함께 방문하길 추천한다.


쉬리의 언덕과 산책길, 산책로에서 내려다본 중문색달해변
쉬리의 언덕에서 중문색달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에 만난 원시림, 나지막한 모래절벽(?)


화산섬의 거대 주상절리 해안 비경, '박수기정'


제주 올레길 9코스의 시작점인 '박수기정'은 대평포구를 따라 끝으로 이어진 주상절리 해안 비경으로 놓치지 말아야 할 제주 명소다. 샘물을 뜻하는 '박수'와 절벽을 이르는 '기정'이 합쳐져 바가지로 마실 수 있는 깨끗한 샘물이 솟아나는 절벽이란 뜻이다. 이 절벽에는 두 개의 동굴이 있는데 안덕계곡에서부터 흐르는 물이 이곳까지 흘러들어 바다로 이어진다고 한다.


박수기정에는 전설도 있다. 옛날 대평리에 용왕의 아들이 살았는데, 이 아들이 공부하던 서당 근처에 창고내라는 냇물이 밤낮없이 시끄럽게 흘렀다고 한다. 이에 용왕에게 이 소리가 시끄러워 방해된다고 말하자 이곳에 박수기정을 만들어 방음벽으로 쓰고 동쪽으로는 군산을 만들었는데 그 뒤로는 물소리가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일몰로도 유명한 100m 높이의 박수기정은 대평포구에서 바라볼 때 더없이 아름답다고 한다. 병풍처럼 펼쳐진 박수기정의 웅장한 모습과 수평선 너머로 지는 노을이 무척이나 신비로울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기 때문이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몽돌 위로 흐르는 해수가 너무나 투명하고, 햇볕에 반짝여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저 멀리 송악산과 더불어 형제섬, 마라도와 가파도까지 볼 수 있어 너무나 좋았던 곳이다. 박수기정에 가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조금 시간을 내서 가까이 가보길 추천한다.


유채꽃이 져 아쉬운 박수기정, 가까이 가면 계곡물처럼 투명한 해수가 너무 인상적이다


제주도 최고 뷰 맛집 '군산'


올레길 9코스에 포함된 제주도 최고 뷰 맛집 '군산'은 이름 그대로 우리나라 최남단의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비경을 간직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군산에 오르면 제주도의 1/4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얘기까지 있을 정도다. 해발 334m에 이르는 오름의 정상은 두 개의 등산로가 있는데 한 곳은 가파른 도보 등산길, 한 곳은 9부 능선까지 차량 접근이 가능한 곳이다.


도보로 가는 등산로는 30분 정도 소요되며 경사가 가팔라 한두 번 쉬다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반대편 차량 이동이 가능한 등산로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5분만 올라가면 정상에 이를 수 있어 어느 등산로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만감이 교차하게 된다. 다만 힘들게 오르든 쉽게 오르든 일단 정상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면 저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우선 한라산과 주변 오름부터 시작해 서귀포 중문단지, 멀리 섭섭, 문섭, 범섬, 그리고 대평포구와 여래 포구, 산방산과 송악산, 형제섬, 가파도와 최남단 마라도까지 360도 파노라마 뷰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날만 좋다면 어디를 봐도 한 폭의 수채화가 눈앞에 펼쳐진다.


군산의 정상은 두 갈래의 뿔 바위가 용의 뿔처럼 솟아 있어 '쌍선망월형(雙仙望月形)'의 명당으로 꼽힌다고 한다. 이곳에 오르면 더 높은 곳에서 주변을 조망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 묘를 쓰면 가뭄이 들거나 폭우가 내려 흉년이 지속되어 현재 묘를 쓸 수 없는 '금장지'가 되었다고 한다. 숨 막힐 정도의 아름다운 제주 조망을 원한다면 군산에 꼭 한번 들르길 추천한다.


군산 정상에서 바라본 조망, 왼쪽으로 한라산과 주변 오름, 산방산과 최남단 섬들, 서귀포시 중문단지


쓰다 보니 너무 힘들고, 글이 길어진 것 같아 나머진 사진으로 대체하겠다. ㅠㅠ


너무나 유명한 섭지코지, 인파만 적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음. 성산일출봉과 우도를 가까이서 볼 수 있어 멋졌음.


제주시 바다 같은 흰 백사장, 얕고 투명한 해수, 옥빛 바다, 12지신과 인어조각상, 주변 캠핑장이 인상깊었던 표선해수욕장


현무암 지하를 흐르는 물이 분출해 바닷물과 만나 깊은 웅덩이를 형성한 쇠소깍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이전 09화 '놀멍, 쉬멍, 걸으멍' 영혼의 안식처 올레길(2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