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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Jan 13. 2023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이생망 #킴벌리 커버거 #류시화 잠언시집 #버나드쇼 묘비명 #재벌집막내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킴벌리 커버거)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 있게 여겼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더 좋은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아, 나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리라

더 많은 용기를 가졌으리라.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면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그들과 함께 나눴으리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

내 육체를 있는 그대로 좋아했으리라.

내가 만나는 사람을 신뢰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었으리라.


입맞춤을 즐겼으리라.

정말로 자주 입을 맞췄으리라.

분명코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해했으리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란 시집은 류시화 시인이 읽고 사랑했던 시들을 모은 잠언 시집으로 삶에 대한 통찰과 지혜를 닮은 77개의 잠언시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 시집의 특징은 이 시집의 특징은 인디언에서 온 수녀, 유대의 랍비, 회교의 신비주의 시인, 걸인, 에이즈 감염자, 가수 등 지역과 시대를 넘어 다양한 무명씨들의 고백록이나 기도문들을 모아 엮었다는 점이죠. 위에 나온 시의 저자인 킴벌리 커버거는 IMA(Inpspiration & Motivation & Kirberger)의 회장이자 설립자로 '십대들의 대변자'로 불리고 있습니다.


저는 이 시를 참 좋아합니다. 이 시가 주는 삶의 교훈적 메시지가 너무 좋기 때문입니다. 저는 인생의 좌우명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한 가지는 삶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후회 없는 인생을 살다 가는 것이죠. 길다면 긴 인생이지만 짧다면 짧은 게 또 인생이죠. 그렇기 때문에 한정된 인생의 시간 속에서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여 후회 없는 인생을 살다 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킴벌리 커버거의 시는 저의 좌우명과도 잘 맞았기 때문에 제가 더욱 이 시를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유명한 버나드 쇼의 묘비명처럼 "오래 살다 보면 이런 일(죽음) 생길 줄 내가 알았지(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죽음 앞에서 "이 정도 살았으면 나름 괜찮은 인생이었어"라고 생각하며 편안하게 눈을 감고 싶었던 것이죠.


출처 : Pixabay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주인공인 윤현우는 흙수저 출신의 40대로 순양그룹 기획조정본부 산하 미래자산관리팀장으로 일을 하다 어느 날 해외 비자금을 처리하기 위해 출국을 했다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현지에서 살해를 당합니다. 그 후 윤현우는 자신을 죽인 재벌가의 막내아들 진도준으로 회귀해 인생 2회 차를 살게 됩니다. 다시 태어난 그는 다이아몬드 수저로 명석한 두뇌, 집요한 승부 근성, 비상한 통찰력, 미래에 대한 혜안까지 갖춘 유능한 재벌 3세로서의 삶을 살아갑니다.


진도준은 1회차 인생의 경험을 활용해 각종 미래의 위험에 대비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이용해 엄청난 투자 수익을 벌어들입니다. 미라클 인베스트라는 투자 회사의 대지주로서 역할을 자처하면서 후계자 경쟁 구도에서 우위를 차지함으로써 결국 이전 생에서 그토록 혐오하고 미워했던 순양 그룹의 경영권을 손에 넣고 끝내 회장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결국 마름이 주인이 되는 복수극을 완성하게 됩니다. 웹툰과 다른 결말 때문에 다수 시청자들은 “‘파리의 연인’에 이은 역대급 황당 결말”이라며 아쉬워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2회 차 인생을 사는 진도준이 '이생망' 윤현우와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미래에 대한 예지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알고 있던 것을 그때도 알았던 것이죠. 주인공 진도준은 전생에서 얻은 앞날을 내다보는 전지전능한 능력을 활용해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종잣돈을 무기 삼아 막대한 부를 쌓을 수 있었던 겁니다. 만약 미래에 대한 예지력이 없는 상태에서 태어났더라면 천하의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도 별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미래를 안다는 것은 엄청난 능력임을 다시 한번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 송중기. 사진 ㅣJTBC


살면서 우리는 입학, 군대, 취업, 결혼, 출산, 육아, 퇴직, 가족의 사망 등 인생의 중대한 사건들과 맞닥뜨릴 때 많은 어려움을 경험하곤 합니다. 매 순간이 처음 사는 삶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인생의 속도가 시속 50km로 달리면서 한 가지 좋아진 점이 있습니다. 여전히 매 순간 처음 사는 삶이지만 예전보다는 덜 발버둥 치고, 덜 안달날 것 같습니다. 삶의 경험도 쌓였지만 그만큼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도 커지고 둥글어졌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돌아보면 인생의 중대한 사건들 대부분은 2030 시절에 닥쳤던 것 같습니다. 그때 당시는 젊고 열정도 풍부했지만 지금과 같은 삶의 경험과 마음의 창이 상대적으로 작았기 때문에 유난히 힘들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여담입니다만 그 당시 누군가 제게 십 년 후의 삶의 장기 계획을 물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당시 저는 머리가 하얘졌던 적이 있었죠. 취업을 하고, 첫아이를 낳아서 막 육아를 시작하던 시절이었는데 집도 장만해야 하고, 직장 생활에서 인정받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기 때문에 미래를 생각한다는 건 제게 가혹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만약 킴벌리 커버거의 시 제목처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도 저는 진도준처럼 멋진 인생을 살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아마 연애는 했겠지만 막중한 책임과 희생이 요구되는 결혼이나 육아 등은 해내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누가 얘기한 것처럼 결혼은 모를 때 해야지 알면 절대 못한다는 말처럼 말이죠. 아마 진도준 만큼은 아니지만 미래 예지력을 활용해 부의 추월차선 정도는 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경제적 자유를 통해 시간적 자유를 얻을 만큼의 부(富)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노후생활의 즐거움을 위해 취미 활동 한두 가지는 배워두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위해 애쓰며 살지 않았을 겁니다. 그것보다는 제가 좋아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과의 돈독한 관계를 위한 시간을 더 많이 투입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부모님과의 시간을 더욱 많이 가졌을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잘 계시지만 부모님이 조금이라도 젊고 활동력이 좋을 때 함께 여행을 많이 갔더라면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차를 못 타실 정도로 연로하셔서 그 점이 많이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첫사랑 짝꿍이 뭐라고 하겠지만 다양한 여성들과 데이트도 해보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첫사랑과 결혼에 골~인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변 지인들에 비해 연애 경험이 부족한 편이죠. 그렇다고 카사노바가 되고 싶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단지 연애 경험을 많이 해보고 싶다는 뜻이니 오해는 마시기 바랍니다. 글을 통해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네요 ^^


그리고 국내와 해외여행을 많이 할 것 같습니다. 인생의 제한된 시간 속에서 경험 소비만큼 의미와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건 없을 테니깐요. 누구나 꿈꾸는 유럽 여행은 꼭 하고 싶습니다. 물론 지금도 할 수 있습니다만 젊었을 때 했더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조만간 인생이막을 위한 창업에 도전하기 전에 한 번 정도는 짝꿍과 유럽 여행을 갈 예정입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버킷리스트 : 죽기 전 꼭 하고 싶었던 것들>


예전에 어디선가 "만약 지금 살고 있는 삶이 죽기 전 일 년이란 시간을 덤으로 받았다면 남은 일 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라는 질문을 읽었던 것 같은데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제게 일 년이란 유한한 삶이 계묘년에 주어졌다면 저는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저는 아마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걸 정리하고 제가 가장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주저 없이 실행할 것 같습니다. 여행, 전원주택에 살아보기, 부모님과 좋은 추억 쌓기, 책 출간하기,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기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죽음이 임박하지 않더라도 평소에 조그만 시간을 내서 그냥 하면 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네요. ^^


오늘 문득 시를 읽다가 잠시 생각에 잠겨 글을 적어봤습니다. 이 시가 주는 가장 묵직한 메시지는 분주하게 살면서 자칫 놓칠 수 있는 삶의 소중한 여정들을 빠뜨리지 않았나 잠시 돌아보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제 더 이상 '이생망'만 외치지 말고 매 순간 지구별 여행을 좀 더 충실하게 살아야겠단 생각을 하게 됩니다. 더 이상 소중한 것들을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미루지 말아야겠습니다.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_ The Bucket List _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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