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쓸 이야기는 무궁무진하지만, 여기에서 일단 결론을 내볼까 한다.
그래서 서른아홉, 가을... 나는 어떤 어른이 되었는가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자면 '아직도 재밌는 게 너무 많은 어른'이 되어 있다.
편견에서 한 걸음 나와 이런저런 것들을 열린 마음으로 접하는 중년되기.
그거라면 앞으로도 재미있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앞에서 쭈욱 나열했지만, 나는 꽤나 예민한 사람이다.
그래서 아직도 매사에 솟구치는 양가감정과 씨름을 하고, 나라는 인간을 끊임없이 탐구 중이다. 그런데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예민함의 장점을...
나는 정말 사는 게 재미있다. 나의 자극 추구 덕분에 끊임없이 재미난 일을(지극히 주관적인: 주로 책모임류... 누군가에겐 재미나지 않겠지만 ㅎ) 찾아낸다. 하지만 위험회피 역시 높기 때문에 소소하게 가정과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즐기며 사는 것 같다. 당연히 엄마라서 포기하는 것들도 많지만 소확행처럼 작은 행복들을 열심히 주워 담고 있다.
사회적 민감성이 백점 만점에 백점이던 나는, 좋고 나쁘고를 떠나 일단 나와 결이 너무 다른 원가족과의 생활이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그곳에서 빠져나온 후의 삶에선 해결할 힘이 나도 모르게 갖춰져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항상 안전하게 애정을 나눌 수 있는 아이들이라는 존재가 안정감을 주는 것도 큰 것 같다.
물론, 지금은 아이들이 모두 잠든 조용한 밤이라 이렇게 긍정적일 뿐... 아이들이 깨어나면 머리를 쥐어뜯으며 육아의 어려움을 외쳐댈 수도......
그럼에도 가족이 주지 못하는 정서적 지지를 여러 엄마들과의 연대를 통해 채우고 있다. 마음속에 뻥 뚫린 구멍에 이런 색색의 조약돌을 주워 담다 보면 언젠가는 물이 새지 않는 항아리가 되겠거니 하며.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하지 않았나. 육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우리 집 내 기질을 쏙 빼닮은 마음이 매우 예민한 아들과, 아빠를 적당히 버무린 불안과 감각 예민이 합해진 딸. 그런데 사실 너네가 어떤 아이였든 나는 나의 불안으로 무언가를 걱정했겠지. 지금은 그보다도 너희가 자라나며 어떤 보석으로 세공될지 두근두근하단다.
그리고 다가올 나의 40대, 50대, 60....(이후는 사실 꿈꿔보지 않았는데 이제부터 긍정적인 할머니상을 열심히 모아야 할 듯) 나이 듦도 기대가 된다.
어릴 적에 대차게 깎여서 한결 편안한 어른이 되었다면 이제 감사까지는 무리여도 의미는 있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기회를 통해 새삼 깨달은 것이 있다면 터널 속에 있을 때는 좀만 더 버티라는 응원,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싫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와서 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시간이 필요한 일들이 분명 있고, 그중 하나가 육아가 아닐까 싶다.
우리의 육아가 한결 편안하기를, 아이와 함께 잘 먹고 잘 살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너무 막막한 출구만 찾기보다는 이 자리에서 오늘도 가장 정성스럽게 하루를 보내 봅시다. 그 시간들이 모여서 언젠가 돌아보면 그리운 나날로 반짝이길.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생의 어느 시점에서 나를 미워할 가능성이 크고, 그것이 부모의 숙명이지 않을까 받아들일 수 있기 위해 나는 오늘도 무리하지 않고 '나'라는 사람이 해줄 수 있는 만큼 최선의 엄마이고자 한다. 완벽한 엄마는 환상이니까. 완벽하지는 않아도 (난 최선을 다 했다고) 당당할 수 있도록. 아빠와의 문제도 종국에는 둘이 풀어야 할 문제겠지. 너도 파이팅! 엄마가 항상 너의 입장과 마음을 헤아리고는 있단다. 이것이 앞으로의 숙제. 사랑이 뭔지 아이를 키우면서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는데(의무, 책임 아닌가... 하고) 이 마음은 사랑,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