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6개월

by 여울

일단 사진을 찍었다. 조금 더 복장을 갖춰 입고 배경도 깔끔한 데서 찍었으면 좋았으련만...

헐렁한 바지에 늘어진 속옷을 입고 화장실에서 대강 찍었다. 진짜 보기 추하다....

나중에 이 비포 사진이 공공적으로 돌아다닐 줄 알았다면 조금 더 신경을 썼을까? 아마도.

어쩌면. 아닐 수도 있다.


다행히도 이 온라인 프로그램의 홈필라테스 시간은 길어야 30분이었다. 운동장을 걷고 와서 홈필라테스를 하기엔 적당한 듯했다. 뻣뻣하게 굳었던 몸은 하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한데 내가 하고 있는 이 동작이, 자세가 맞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진도율을 보면서 동기유발이 되긴 했지만 답답했고 커리큘럼도 조금 의문이었다. 이 과정을 위해서 동영상을 찍은 것이 아니라 수업하던 영상들을 적당히 짜깁기 한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무엇보다도 O자형 다리 교정 영상과 X자형 다리 교정 영상이 나란히 있는데, 앞의 수업을 듣지 않으면 다음 영상으로 넘어갈 수 없는 지라 둘 다 들으면서 수업을 따라 해야 했다. 나는 O자형 다리인가 X자형 다리인가?? 그리고 뒤에 있는 영상들은 마지막 강의를 듣는 순간 다시 리셋이 되면서 1강부터 다시 시작....


다른 추가 수업 영상들도 있었는데 그냥 올려놓았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스쿼트를 따라 하면서 수백 개를 했던 그다음 일주일 간, 나는 정말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 다시는 스쿼트를 하지 않으리. 다짐에 다짐을 했다.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그래도 조금씩 동작이 쉬워지긴 했고 뭔가 근육도 붙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6개월 동안 살이 빠지긴 했다. 3kg.


그런데 옆에서 가족들이 이야기했다.

"너무 힘들어 보이는데?"

"엄마 운동선수 다리가 되었다 히히히"


정말로 종아리는 완전 퉁퉁 불어나서 내가 봐도 심란해졌고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일단 운동을 하고 나면 땀도 나고 뭔가 개운한 것 같아서 그래도 주 4회 이상은 열심히 따라 하려고 애를 썼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 온라인 필라테스 수업을 따라 해서 살이 빠진 것인지 아니면 1시간씩 운동장을 걸었기 때문인지도 사실 조금 의문이긴 했다. 그렇다고 나쁜 점만 있던 것은 아니었고, 나 같은 필라테스 초보자가 아닌 중급자나 센터를 다니면서 추가적으로 집에서 홈필라테스로 하시는 분들께는 적절한 강의였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나는 몰라도 너무 몰랐던지라 '그냥 무작정 따라 하기'의 아쉬움을 고스란히 느낀 케이스였다... 는 것도 나중에서야 알았다.


아무튼 의문점과 함께 6개월이 지났고 전액 환급을 받아야 하나????? 아.... 이거는 참 애매하다.....라는 생각과 함께 2주간 직장 근처에 위치한 필라테스 센터에서 4회의 수업을 받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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