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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Sep 01. 2024

혼자가 좋던 사람, 함께의 힘을 알게 되다

당신의 MBTI는? 한국 사람들이 참으로 사랑하는 MBTI. 사람들은 내게 E 같아요! 라고 하지만 사실은 I이다. 어릴 때부터도 그래서 혼자서 책을 읽는 것이 훨씬 재미있었다. 그것이 늘 고뇌였다. 혼자이고 싶진 않은데 혼자인 것이 좋았다. 친구네 집에 놀러가면 친구랑 노는 것보다는 그 집에 있는 책을 보는 것이 더 좋았다. 친구랑 노는 것도 좋은데 책이 더 좋은 것을 어찌한단 말인가.      

공부도 그랬다. 선생님의 수업을 듣거나 다른 사람의 설명을 듣는 것보다 그냥 해설을 보고 혼자서 해결 방법을 알아가는 것이 더 편했다. 그래서 대학교에 와서 좀 고생을 했다. 대학 수업이 너무 재미가 없는 경우가 있는데, 고등학교 때처럼 해설서가 없으니 수업은 재미가 없고, 공부는 책만 보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난감한 상황일 때가 종종 있었다. 대학교는 강사나 교수의 말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험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연습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한 것 같다.     

공부도 혼자 하는 것이 편해서 주로 독학을 하는 편이었는데 지난 번 글에 쓴 것처럼 영어 공부를 하기 시작하면서 함께 할 때 훨씬 효과적이고 힘이 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여럿이 함께 해 보니까 이제는 조금 더 적극적이 되었다. 생각해 보니까 조금 더 오래오래 가는 것은 많은 이들이 함께 할 때였다. 그리고 고정 멤버의 힘도 중요하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와야 모임이 조금 더 오래 유지되면서 활력을 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무리 마음에 맞는 사람들이 소수로 있다고 해도 뭔가를 배우거나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 나가려는 모임은 새로운 이들이 없이는 그냥 ‘고인 물’이 되어서 결국은 탁해지기 마련이다.      

극 I의 성향을 지니고 있는 나를 생각해 보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나는 사회화된 I이긴 하지만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을 그래서 좋아한다. 내가 뭔가 얻는 것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혼자서 좋아하는 것을 할 때보다 함께 할 때 더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서로의 관심사가 비슷하고 그것을 잘하기 위해서 함께 노력하며 격려하는 공동체의 힘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했다. 가끔 너무 뛰어난 분들을 보면 어쩔 수 없기 기가 죽기도 하지만 비교는 하지 않기로 한다. 타고난 재능의 결이 다른 것은 당연하지만 그 분야를 그만큼 하기까지 쏟은 시간과 노력과 정성의 양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잘하시는 분들을 보면 나도 언젠가 저기까지 가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오늘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이다.      

함께라서 힘이 나고 함께라서 자극을 받고 함께라서 오래 간다. 뭔가 선 듯 시작하기 어려울 때는 함께할 공동체를 찾아 보자. 그 커뮤니티에서 오래 계신 분들일수록 새로 오신 분들을 더욱 격렬하게 환영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새로 시작하는 당신은 정말 귀한 발걸음을 해 주셨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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