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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Aug 30. 2024

어느 날 문득 '글'이 쓰고 싶어졌다

오랫동안 블로그에 글을 써 왔다. 그래서 따로 글을 쓰는 채널을 굳이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겨졌다. 브런치스토리는 사실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친한 후배가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면서 주소를 알려주었고 그렇게 해서 브런치스토리의 세계에 들어왔다. 그녀의 글을 읽다가 그냥 한 번 나도 써 볼까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는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쌓인 내용으로 인해서 지인들이 많았다. 아는 사람이 없는 공간에서 그리고 정보성 글이 대부분인 블로그와는 다르게 나의 이야기를 써 보고 싶어졌다.


운이 좋게도 브런치스토리에는 바로 합격을 했다. 이것은 정말 운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것이, 유수의 출간 작가님들도 이상하게 고배를 마시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건 브런치스토리의 문이 열렸고 무엇으로 글을 채워야 할지 쓰다말다를 반복하면서 애매하게 있었다. 쓰는 즐거움보다는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어 보는 재미가 더 쏠쏠했다.


그러다가 글로성장연구소를 만나면서 함께 글을 쓰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글을 쓰면 쓰는 거지 하는 자율성에 무게를 두고 있었는데 약간의 강제성과 함께 같이 가는 동료들과 나누는 교제의 즐거움을 누리게 되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이리저리 글을 쓰면서 내가 쓰고 싶은 글이 무엇인지 조금씩 가닥을 잡아 나갔다. 내 안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이토록 많이 담겨 있다는 것도 글을 써 보면서 알았다. 


수채화에 빠져 있던 시절, 길을 걸어가도 책을 펼쳐도 시선을 창 밖으로 돌려도 다 그림이었다. 어디를 보아도 무엇을 생각해도 그림의 소재들이 한가득했다. 그려보니 보이고 보이니 그리고 싶었던 것이다. 글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알았다. 내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써 보니 쓰고 싶고 쓰고 싶으니 또 생각하면서 삶의 모든 일상이 다 글의 소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먹는 밥의 모양과 형태와 맛도 글이고 듣는 음악과 치는 피아노도 글이고 아이들과 지내는 일상에서 문득문득 얻는 깨달음도, 책을 읽어도 떠오르고 얻는 이 앎을 글로 풀어내고 싶어졌다. 


글을 결국 나를 발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쓰면서 또 알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나는 막연하게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야 정도로만 생각했다면 구체적으로 내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그리고 어떤 생각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으며 앞으로 살아가고 싶은지를 더 깊은 시선으로 들여다보게 되었다. 글을 읽어주시며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아 주시는 동료 작가님들의 응원도 내 마음을 들썩이게 했다.


그렇게 글에 빠져서 1년 반 정도를 지냈다. 글을 쓰면 더 쓰고 싶고 잠깐 미뤄두면 또 한없이 밀리는 집안일 같은 존재라는 것도 요새 느낀다. 하지만, 말로 하는 수다가 문득 공허하다고 느껴질 때, 그리고 내 이야기를 남에게 다 말로 할 수 없을 때, 글을 써 본다. 내 일상도, 내 생각도, 내가 전문으로 하는 일들도, 그렇게 삶을 엮어 가게 된다. 결국 글을 쓰고 싶어진 것은 내 삶을 조금 더 진지하게 들여다보면서 나 자신을 깊게 바라보고 싶었기 때문인가 보다. 나이 마흔에 글을 쓰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어 또 여기에 시간을 많이 들이고 있다.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서 어느 날은 30분이면 되기도 하지만 어느 날은 2시간을 앉아 있어도 충분치 않으니 막둥이는 말한다. 엄마는 글을 쓰느라 바쁘다고. 아이 넷의 일하는 엄마로서 글을 빠른 시간 내에 쓰려면 결국 평소에 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것이니, 순환이다. 생각을 하고 글을 쓰고 쓰기 위해 또 생각을 많이 하고. 그러다 보니 삶이 또한 소중하다. 까끌까끌하니 넘어가기 힘든 순간들이 가끔씩 튀어나오지만 뭐 어떠한가. 내게는 풀어낼 수 있는 글이라는 도구가 있으니 말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몰두하는 소중한 한 가지는 바로 글쓰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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