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동영상을 찍으면서 낸 의외의 성과는 듣기 실력 향상이었다. 영상을 찍으려면 말을 해야 하니 말하기 실력이 늘 것 같은데 나도 예상치 못한 결과에 놀랐다. 도대체 영상 촬영과 영어 듣기 실력이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단 말인가.
우리의 유튜브 영상 구성은 간단했다. 처음에는 인트로, 그러니까 인사를 하고 오늘의 문장을 듣는다. 오늘의 문장이 들어간 영상을 자막 없이 3초 정도로 짧게 보고 그 후에 문장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이다. 마지막 마무리로 다시 한번 문장을 반복해 보고 마치는 인사를 하면 끝.
문장에 대한 설명은 사용되는 상황에 대한 것도 주요하지만 왜 그 문장이 이런 상황에서 이런 의미로 사용되는지 만들어진 기원에 대한 것도 같이 다루었다. 그리고 그 문장과 관련해서 떠오르는 재미있는 각자의 에피소드도 꺼내 놓았다. 그러니까 일반적인 영어교육채널과는 조금은 달랐다. 내가 다른 전문가 선생님들의 영상들을 보면 간결하다. 핵심 표현과 그 의미를 한글로 설명을 해 주고, 조금 더 하면 영영 사전의 의미를 더 해서 들어간다. 짧은 시간 내에 효과적인 학습이 이루어지는 구조인 것이다.
그에 반해 우리는 토크쇼에 가까웠다. 물론 핵심 표현을 몇 번 반복하기는 하지만 주로 기원과 상황,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놓다 보니까 일단 길이가 길 수에 없었다. 원어민 선생님이 영어로 이야기하면 내가 간단하게 한국말로 설명을 하면서 다시 영어로 질문을 하거나 대답을 하는 그런 형식의 진행이었다. 좋아하시는 분들은 좋아했지만 사실 나라도 끝까지 다 경청하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은 했다. 짧은 쇼츠나 틱톡 영상이 범람하는 가운데 누가 15분짜리 혹은 그 보다 긴 이야기를 듣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구독자의 증가 수는 사실 미미했다. 조회수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 유튜브 영상 덕분에 정말로 영어 실력이 성장했다. 앞서 말한 대로 무엇보다도 듣기 실력이 가장 많이 향상되었다. 이유는 자막이었다. 아무리 자막 자동 생성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다고 해도 백 퍼센트 정확할 수는 없다. 백 퍼센트는커녕 30퍼센트도 안 맞았다. 원어민 선생님이 말하는 것을 일단 들으면서 영어 자막을 만들어야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집중 듣기와 반복 듣기를 하게 된 것이다. 한 번 듣고 문장을 끝까지 적을 수 없으니 듣고 또 듣고 몇 번을 집중해서 들었다. 그러는 동안 자연스럽게 문장에 반복 노출이 된다. 또 그렇게 자막을 위한 받아쓰기를 하는 동안 내가 놓치거나 잘못 이해한 부분까지 확인을 하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한글자막도 같이 만들어서 달아야 했으니 자동적으로 해석하는 능력도 향상이 되었다. 예전에 번역일을 할 때는 99퍼센트 문어체였기에 이렇게 생생한 구어체 문장들에 이토록 노출이 된 적이 없었다. 그러니 일종의 몰입식 교육프로그램을 수강한 셈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이 모든 것을 혼자 하다가 나중에는 이렇게 작업을 다 한 다음에 마지막에 원어민 선생님에게 다시 보내어 영어 자막에 틀린 부분이 없는지 한 번 더 확인을 받았다. 그렇게 이중 감수까지 마치고 나서 이번에는 영상 편집 프로그램으로 다시 편집을 하면서 수정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내가 자주 하는 실수도 계속 확인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초반의 영상들을 보면 실수도 매우 많고 오타도 많으며 얼굴이 화끈화끈 거릴 정도로 오류가 많다. (물론 그렇다고 후반부 영상들이 완벽하고 흠잡을 데가 없다는 그런 건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그렇게 1년 반 가까이 영상을 편집하다 보니 내 듣기와 말하기는 정말로 늘었다. 특히 듣기가 많이 늘었다. 예를 들면 I approved it. 과 같은 문장은 얼핏 들으면 [아이프루브딧]처럼 들린다. approve의 앞부분 ap가 빠르게 지나가 prove처럼 들리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연음 하는 과정 혹은 빠르게 말하는 과정에서 생략되는 발음들로 인해 다른 단어처럼 들리는 단어들을 잡아내는 부분이 향상되었다. 거기에 영상을 찍는 동안에는 문맥상 적당히 유추해서 적당히 반응하고 넘어갔지만 잘 몰랐던 표현들까지 확실하게 짚을 수 있었으니 듣기와 말하기, 거기에 어휘력 확장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https://youtu.be/KriqUVHaJEo? si=bDDJzcHb5 a4 mLQWe
그렇게 총 155개의 영상을 제작하고 편집하면서 조금 더 살아있는 영어를 공부할 수 있었다. 힘들었지만 그만큼 얻는 것이 많았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