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정도의 시간 동안 열심히 촬영을 했다. 문장을 선별하고 해당 문장에 대한 설명을 찾아 정리하고 대본을 짠다. 보통 서로가 이야기할 부분을 미리 나누지는 않았다. 대화의 즉흥성이 주는 즐거움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기 때문에 대강 이 문장의 이 부분을 이야기할 거야 정도로만 간단하게 흐름을 정리했다. 아무리 간단하게 무대본으로 촬영에 임한다고 해도 하다가 다시 찍는 경우도 간혹 있었고 지지부진해져서 통째로 들어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추가 촬영에 들어가기도 하고 편집에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유튜브 촬영을 시작하고 그다음 해 나는 학년 부장 겸 생활인성부장이 되었다. 처음 하는 부장일은 정말 할 것이 많았다. 학년 일만 해도 한 가득인데 생활인성부는 그 해에 따라서 업무가 산적해 있었다. 학교 보안관을 새로 뽑는 것부터 시작해서 학생생활규정을 다시 손봐야 했고 학교 간 폭력 사건도 발생해서 중학교 생활부장님과 몇 차례 통화는 물론이고 교육청 출장까지 다니면서 회의를 해야 하는 등등 일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퇴근시간을 넘기는 것은 당연하고 밤늦게까지 초과근무를 할 때도 많았다. 초과근무를 신청한 것은 아니라서 수당은 물론 없었다. 일을 해 보고 나서 알게 된 것은 초과근무를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조금만 조금만 하다가 순식간에 7시 8시가 된다는 점이었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는 퇴근 시간을 살짝 넘겨서 30분 정도만 투자하면 되었던 영상을 찍을 시간조차 나지 않았던 것이다.
취미로 시작한 것이 짐이 되기 시작하자 나는 깨달았다. 여기에 시간과 에너지와 노력을 지나치게 투입하는 것은 오히려 나를 갉아먹는 일이라고. 또 영상은 촬영했지만 편집을 할 수 없어서 밀리는 경우도 많았다. 거기에 그 학교에서의 근무 기간이 끝났다. 어느 사이 5년이 지나서 학교를 옮길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근무지가 예전 학교에서 엄청 먼 것은 아니었다. 차로 약 15분에서 20분 거리니까 사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 공간에서 퇴근 시간이 지난 후 언제든지 짬을 내어 촬영하는 것과 아예 퇴근을 해서 이동을 해서 다시 준비해서 촬영하는 것은 너무 달랐다. 찾아보면 다른 방법들이 있을 것 같기는 했지만 일단은 그 시점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맞다고 여겨졌다. 유튜브 영상 촬영과 편집에 집중하는 것이 내 본업이 아닌 것이다.
아쉬운 마음에 새로운 곳에서 혼자서 뉴스 영상을 들으면서 받아쓰기를 해 보고 자막을 보면서 확인을 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뉴스 영상들에 대한 해석과 공부내용을 업로드하기엔 저작권이 문제 될 수도 있다는 부분이 맘에 걸렸다. 그렇게 이리저리 시도를 해 보다가 일단은 만든 영상들은 혼자서 가지고 있기로 했다. 해 보고 나니 일에는 뭐든지 때라는 것이 있다. 그 적기에 하면 되는 것이고 잘 되더라도 또 언제든지 그만두게 되는 시점이 있는 것이다. 지금은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드는 유튜브 영상을 제작할 생각이 당분간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영어 공부를 멈춘 것은 아니다. 지금의 시기에 적절한 다른 방법과 과정으로 하는 것일 뿐이다.
여전히 내 말하기에는 오류가 많다. 말하면서 문장을 수정하는 경우는 물론이거니와 말하고 나서 '아차, 또 틀렸네!'하고 한탄하는 경우는 셀 수도 없다. 그러니까 말하는 것이다. 해 보지 않으면 내가 이런 부분에서 실수한다는 것도 알 수가 없다. 실수한다는 것을 알기만 해도 큰 배움이 된다. 어차피 한국말도 말하다 보면 주어와 술어와 목적어가 불분명해지는 경우도 허다한데 하물며 외국 어랴. 영어를 즐기는 한 가지 방법은 실수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다. 실수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다만 그 실수가 발생했을 때 인지하고 넘어가면 된다. 몰라도 공부를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알게 되는 때가 있다. 스스로 알게 될 때도 있고 누군가 알려주기도 한다. 왜냐하면 틀리는 부분을 계속해서 틀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아, 이 부분을 또 잘못 말했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바른 문장에 노출되려고 노력한다. 영상을 편집하던 때만큼 집중 듣기를 많이 하질 못하니 아쉽지만 또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 멈춤은 stop 완전 정지가 아닌 pause 일시 정지에 가까운 것이다. 다만 적절한 시기를 기다릴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