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봉에 올라(登太白峰)>
서쪽에서 태백봉을 올라갔는데
석양이 산봉우리에 닿을 때 도착했네.
태백성이 내게 전하는 말이
나를 위해 하늘 문을 열었다네.
저 부드러운 바람에 올라타
구름 사이를 뚫고 솟아오르리.
손을 들면 달이 닿을 듯하고
앞에는 가로막는 산이 없는 듯하네.
이제 무공 땅을 떠나 멀리 가면
언제 다시 돌아오리?
西上太白峰, 서상태백봉,
夕陽窮登攀。 석양궁등반.
太白與我語, 태백여 아어,
爲我開天關。 위아개천관.
愿乘泠風去, 원승령풍거,
直出浮雲間。 직출부운 간.
擧手可近月, 거수가근월,
前行若無山。 전행약무산,
一別武功去, 일별무공거,
何時復見還。 하시부견환.
* 태백봉太白峰: 섬서성陝西省에 있는 태백산을 말해요.
* 천관天關: 바로 하늘의 문, 천문天門인데, 옛날 별을 부르는 이름이기도 해요. 여기에서 시인이 상상한 하늘에 있는 문호門戶를 말해요.
* 령풍泠風: 산들바람으로 잔잔한 바람을 말해요.
* 무공현武功: 섬서성陝西省 무공현武功縣에 있는 무공산을 말해요.
이백을 이태백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태백太白은 백성太白星, 즉 금성金星을 말하기도 하지만 산 이름이기도 해요. 태백봉은 산이 높아 산봉우리에는 항상 눈이 쌓여 있다고 해요. 여기서 ‘태백’은 신선을 비유해요.
천보 원년(742년)에 이백은 황제의 부름을 받고 장안으로 갔는데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았어요 우울함을 떨쳐내려고 이백은 서쪽에서 산을 올라 노을이 태백봉을 비출 때에야 산꼭대기에 올랐어요. 특히 여기서 '다할 궁(窮)'은 눈여겨 볼만한 한자예요. 힘들고 어려워도 끝까지 온 힘을 다해 정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이백의 모습이 보이지 않나요?
이백은 높디높은 태백봉에 올라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하늘나라인 천상계天山界를 자유롭게 거닐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어요. 산 정상을 훨씬 뛰어넘은 거죠. 상상의 나래가 어느 정도 높이 올라갔냐고요? 손이 달에 닿을 정도로 높이요. 바람을 타고 구름을 가르며 더 높이 올라가 별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었지요. 이백은 태백성이 자신을 위해 하늘의 문을 열었다고 상상했어요.
포부를 펼치지 못하고 당시의 수도인 장안을 떠나야 하는 안타까움과 미련이 감도는 시예요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리라는 희망을 품고 긍정적으로 생각했어요.
이백은 정치적인 포부를 펼치지 못함을 이렇게 기발한 상상으로 풀어내고 마음을 다독이며 힘을 얻었던 것 같아요.
여러분은 상상력이 풍부하다고 생각하나요?
상상력의 크기는 정해진 것이 아니에요. 충분히 넓힐 수 있어요. 이백처럼 달과 별 가까이 가서 친구처럼 얘기도 나눠보고, 바람을 타고 천상계를 노닐 수도 있어요.
우리의 상상력은 우주만큼이나 넓고 무한해요.
특히 청소년 시기는 마음껏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시기예요.
매일 이백처럼 상상의 그릇을 키워보는 건 어떤가요?
태백산太白山은 장강長江과 황하黃河가 만나는 곳에 있어요. 두보杜甫, 유종원柳宗元, 한유韓愈, 소식蘇軾 등 시인들도 태백산을 유람하고 시를 남겼어요.
태백산은 ‘초약왕국草藥王國’이라는 별칭 또한 있지요. 약왕藥王’으로 불리는 당나라 명의 손사막孫思邈 581~682은 태백산에서 무려 40여 년을 은거하였어요. 그의 명성을 들은 당 태종은 손사막에게 벼슬을 내리려고 했으나 손사막이 거부했어요. 전국을 다니면서 약초로 사람을 치료하는 데 일생을 바쳤어요. 양생養生을 중시한 그는 100세 이상을 살았어요. 652년, 70세도 넘은 나이에 드디어 의약서 《천금요방千金要方》 30권을 펴냈어요.
西: 서녘 서
上: 위 상
太: 클 태
白: 희 백
峰: 봉우리
夕: 저녁 서
陽: 볕 양
窮: 다할 궁
登: 오를 등
攀: 더위 잡을 반
與: 줄 여
我: 나 아
語: 말씀 어
爲 : 할 위
開: 열 개
天: 하늘 천
關: 빗장 관
愿: 삼갈 원
乘: 탈 승
泠: 깨우칠
風: 바람 풍
去: 갈 거
直: 곧을 직
出: 날 출
浮: 뜰 부
雲: 구름 운
間: 사이 간
擧: 들 거
手: 손 수
可: 옳을 가
近: 가까울 근
月: 달 월
前: 앞 전
行: 다닐 행
若: 같을 약
無: 없을 무
山: 뫼 산
一: 한 일
別: 다를 별
武: 굳셀 무
功: 공 공
何: 어찌 하
時: 때 시
復: 돌아올 복
見: 볼 견
還: 돌아올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