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風(四十一首)고풍(41수)>
아침에 자니해에서 놀다가
저녁엔 붉은 노을 옷을 입었구나.
손을 휘둘러 꺾은 약목若木으로
이 저녁 햇빛을 가려보리라.
구름 위에 누워 온 세상을 떠돌아
옥 같은 얼굴은 어느덧 천 번의 서리 내렸네.
훨훨 날아올라 끝없는대 로 들어가
머리를 조아리고 상황께 고하네.
나를 불러 태소太素에서 놀게 하고
옥잔에 든 경장을 하사하시네.
하늘궁전의 술은 한 번 마시면 만년을 사는데
무엇하러 고향으로 돌아가랴.
영원히 거센 바람이 가는 대로 쫓아가
하늘가 마음대로 날며 유랑하리라.
朝弄紫泥海, 조롱자니해,
夕披丹霞裳。석피단하상.
揮手折若木, 휘수절약목,
拂此西日光。불차서일광.
雲臥遊八極, 운와유팔극,
玉顔已千霜。옥안이천상.
飄飄入無倪, 표표입무예,
稽首祈上皇。계수기상황.
呼我遊太素, 호아유태소,
玉杯賜瓊漿。옥배사경장.
一餐歷萬歲, 일찬역만세,
何用還故鄕。하용환고향.
永隨長風去, 영수장풍거,
天外恣飄揚。천외자표양.
* 약목若木: 부상扶桑과 같은 의미로, 해가 뜨는 동쪽 바다에 있다는 상상의 신목이에요. 신목의 꽃의 밝은 적색이 땅을 비춰요. 경장瓊漿은 신선의 음료, 맛있는 술을 말해요.
이백은 《고풍》을 대략 59수 정도 지었는데, 이 시는 41번째 시이에요. 《고풍》은 주로 무제無題의 시를 후대의 사람이 정리한 것이어서 판본에 따라 작품수나 형식, 내용 등이 조금씩 달라요.
자줏빛 진흙 바다에서 실컷 놀다가, 붉은 노을을 입고 돌아오는 모습을 상상해 볼까요? 아름답지 않나요?
육지에 있는 땅들을 유람하는 것도 모자라 이백은 하늘을 마음대로 유랑하네요. 바람을 타고 자유로이히 가고 싶은 곳으로 가는 것은 이백에게는 낭만이에요.
낭만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마음껏 자유롭게 즐기는 것을 낭만이라고 할까요?
국어사전을 보면,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를 말한다고 해요. 현실을 무시하고 항상 낭만적인 생각만 한다면 공상에 가까울 수도 있지요. 하지만 우리는 낭만이라는 마음의 양식이 필요할 때도 있어요. 맛있는 밥을 먹고 잠을 잘 자는 것도 중요하지만 낭만으로 마음의 에너지를 충전할 필요도 있는 것이지요.
1년 만에 집에 돌아온 아들을 나무라는 어머니에게 동방삭東方朔은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소자 잠시 자니해에 놀러 갔다가 자수紫水에 옷이 더러워졌습니다. 그래서 우천虞泉에 가서 옷을 빨고 왔습니다. 아침에 출발해서 점심때 돌아왔는데 어찌 1년 만에 돌아왔다고 하십니까?”
자니해紫泥海는 자줏빛 진흙 바다를 말해요. 여기서 우천은 전설 속의 해가 지는 곳을 말해요.
古: 옛 고
風: 바람 풍
朝: 아침 조
弄: 희롱할 롱
紫: 자주 빛 자
泥: 진흙 니
海: 바다 해
夕: 저녁 석
披: 헤칠 피
丹: 붉은 단
霞: 놀 하
裳: 상줄 상
揮: 휘두를 휘
手: 손 수
折: 꺾을 절
若: 같을 약
木: 나무 목
拂: 떨칠 불
此: 이를 차
西: 서녘 서日: 날 일
光: 빛 광
雲: 구름 운
臥: 엎드릴 와
遊: 놀 유
八: 여덟 팔
極: 다할 극
玉: 구슬 옥
顔: 얼굴 안已: 이미 이
千: 일천 천
霜: 서리상
飄: 회오리바람 표
入: 들 입
無: 없을 무
倪: 어린이 예
稽: 상고할 계
首: 머리 수
祈: 빌 기
上: 위 상
皇: 임금 황
呼: 부를 호
我: 나 아
太: 클 태
素: 흴 소
玉: 구슬 옥
杯: 잔 배
賜: 줄 사
瓊: 옥 경
漿: 마음 장
一: 한 일
餐: 먹을 찬
歷: 지낼 역
萬: 일만 만
歲: 해 세
何: 어찌하여
用: 쓸 용
還: 돌아올 환
故: 예 고
鄕: 시골 향
永: 길 영
隨: 따를 수
長: 김풍
去: 갈 거
天: 하늘 천
外: 바깥 외
恣: 바장할 자
揚: 날릴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