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딩차이 Oct 22. 2023

15. 내 어찌 초야에 묻혀 살 수 있으랴

<남능별아동입경(南陵別兒童入京)>



⦾ 남릉에서 아들딸과 이별하고 장안으로 가면서


산에서 돌아오니 새로 담근 술이 마침 익었고 

기장 먹은 누런 닭이 가을이라 살이 통통 올랐네.

동자童子 불러 닭 삶아 안주하며 술을 마시니

아이들 좋아라 하하호호 떠들며 내 옷깃 잡네.

나도 술에 취해 흥겹게 노래 한 가락 뽑고

검을 뽑아 춤추며 지는 해와 빛을 뽐내네.

이제라도 천자에게 내 뜻을 전할 수 있게 되었으니

서둘러 말에 타 채찍 휘갈기며 먼 길을 떠나야지.

회계會稽의 어리석은 여인은 남편을 업신여겼다는데

나도 이제 집을 떠나 서쪽에 있는 장안으로 가네.

하늘을 향해 크게 웃으며 대문을 나서니

내 어찌 초야에 묻혀 살 수 있으랴.


⦾  南陵別兒童入京 남능별아동입경 

 

白酒新熟山中歸, 백주신수산중귀, 

黃鷄啄黍秋正肥。황계탁서추정비. 

呼童烹鷄酌白酒, 호동팽계작백주, 

兒女嬉笑牽人衣。아여희소견인의.

高歌取醉欲自慰, 고가취취욕자위, 

起舞落日爭光輝。기무낙일쟁광휘.

遊說萬乘苦不早, 유설만승고불조,

著鞭跨馬涉遠道。저편과마섭원도.

會稽愚婦輕買臣, 회계우부경매신, 

余亦辭家西入秦。여역사가서입진.

仰天大笑出門去, 앙천대소출문거, 

我輩豈是蓬篙人。아배기시봉고인.


⦾  더 알아볼까요?


* 남릉南陵: 지금 어느 곳을 말하는지는 두 가지 설이 있어요. 하나는 동로東魯의 곡부현曲阜縣에 있는 능성촌陵城村이라는 설이고, 또 하나는 지금의 안휘성安徽省 남릉현南陵縣이라는 설이에요. 시 속에 산이 조래산徂徠山을 가리킨다면 동노일 가능성이 커요.





⦾ 낭만 읽기



기쁨이 넘치는 시



이 시는 천보天寶 원년(742년)에 썼어요. 이백은 장안에 가서 뜻을 펼치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연이은 실패로 힘들어했어요. 또다시 집을 떠나 산에서 은둔 생활을 하던 중, 당 현종唐玄宗이 장안으로 부른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 들었어요. 얼마나 기뻤을까요? 남릉南陵의 집으로 돌아갈 때 아마 한걸음에 달려갔을 거예요. 비록 장안에서의 삶이 2년 정도밖에 되지 않고, 모함받아 울적하게 술로 지탱하다가 끝내는 스스로 관직을 내려놓고 장안을 떠났지만요. 


이백은 장안으로 떠나기 전 이 엄청난 기쁨을 아들딸 그리고 친구들과 나눴어요. 이백의 아들과 딸은 오랜만에 아버지를 만나서 반가웠어요. 또 손님이 와서 잔치를 열자 즐거워 재롱도 피웠어요. 이백은 친구들과 탁주 한 잔을 마시고 나니 흥에 겨워 좋아하는 검무劍舞를 추며 같이 즐겼다고 해요. 


시인은 미칠 듯이 기뻐 하늘을 보며 큰소리로 마음껏 웃었지요. 나 같이 재주가 넘치는 사람이 어찌 산속에 묻혀 살 수 있는가 하며 큰소리를 뻥뻥 쳤을 것 같아요. 새로 만든 탁주에 통통하게 살찐 닭을 삶아, 큰 잔치는 펼치는 장면을 생생하게 그렸어요. 아이들이 주변에서 즐겁게 노닐고, 목놓아 기쁨의 노래를 부르고, 땀이 흠뻑 나도록 검 춤을 선보이며, 그동안 자신을 업신여기던 사람들에게도 한 방 먹일 준비까지 한 것 같지요. 드디어 고생 끝에 앞길이 보이니,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함께 몰려왔던 거죠.

 

즐거움을 어떻게 표현하나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즐거운 순간들을 만나게 돼요. 작은 기쁨도 있고 큰 기쁨도 있어요. 이런 순간이 한 번도 없다고요? 그럴 리가요, 분명히 한 번쯤 있었을 거예요. 지금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잠시 잊고 있을 수 있어요. 그래도 없다고 말한다면, 앞으로 분명히 즐거운 순간을 만날 수 있을 것이에요. 즐거운 순간들을 스스로 그리고 더불어 만들어 나가면 되지요. 


자, 그럼 가장 즐거운 순간을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가장 즐거울 것 같은 미래도 상상해 봐요. 






⦾ 에피소드 ·주매신과 부인


회계會稽의 우부愚婦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서한西漢 시기에 주매신朱買臣이라는 선비가 있었어요. 그의 부인은 그를 가난하다고 업신여기며 박대했어요. 주매신은 만년晩年에야 출세하게 되어 회계의 태수가 되었어요. 


이백 역시 첫 부인이 죽은 후 아들과 딸을 돌봐줄 사람이 필요해서 다시 혼인했어요. 그때는 이백이 출세하지 못했고, 경제적으로도 힘들어서 부인의 눈치를 많이 봤다고 해요. 





⦾ 한자 알아보기


南: 남녘 남

陵: 언덕 릉

別: 다를 별

兒: 아이 아

童: 아이 동

入: 들 입

京: 서울 경

白: 흰 백

酒: 술 주

新: 새 신

熟: 익을 숙

山: 뫼 산

中: 가운데 중

歸: 돌아올 귀

黃: 누를 황

鷄: 닭 계

啄: 쫄 탁

黍: 기장 서

秋: 가을 추

正: 바를 정

肥: 살찔 비

呼: 부를 호 

烹: 삶을 팽

酌: 따를 작

女: 여자 여

嬉: 즐길 희

笑: 웃을 소

牽: 끌 견

人: 사람인

衣: 옷 의

高: 높을 고

歌: 노래 가

取: 취할 취

醉: 술 취할 취

欲: 바랄 욕

自: 스스로 자

慰: 위로할 위

起: 일어날 기

舞: 춤출 무

落: 떨어질 낙

日: 날 일

爭: 다툴 쟁

光: 빛 광

輝: 빛날 휘

遊: 놀 유

說: 말씀 설

萬: 일만 만

乘: 탈  승

苦: 괴로울  고

不: 아닐 불

早: 일찍 조

著:나타날 저

鞭: 채찍 편

跨: 타넘을 과

馬: 말 마

涉: 건널 섭

遠: 멀 원

道: 길 도

會: 모을 회

稽: 상고할 계

愚: 어리석을 우

婦: 아내 부

輕: 가벼울 경

買: 살 매

臣: 신하 신

余: 나 여

亦: 또 역

辭: 말씀 사

家: 집 가

西: 서녘 서

入: 들 입

秦: 벼 이름 진

仰: 우러를 앙

天: 하늘 천

大: 큰 대

出: 날 출

門: 문 문

去: 갈 거

我: 나 아

輩: 무리 배

豈: 어찌 기

是: 바를 시

蓬: 쑥 봉

篙: 상앗대 고

人: 사람 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