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대하여
이 책은 미스 노마가 암 진단을 받은 후 2015년 8월부터 아들 팀과 며느리 라미와 함께 캠핑카를 타고 미국 횡단 여행을 다닌 기록을 묶어 탄생했다. 미스 노마는 1년간 32개 주 75개 도시를 다녔으며, 2016년 9월 30일 91세의 일기로 여행 중에 생을 마감했다. 한편 팀과 라미는 여전히 바퀴 달린 이동 주택을 타고 떠돌아다니는 여행자의 삶을 살고 있다.
아흔 살 노마 할머니는 여행을 통해서 진정한 ‘미스 노마’로 거듭난다. 2015년 8월부터 1년간 32개 주 75개 도시를 돌아다니는 이야기를 아들 팀이 ‘Driving Miss Norma’로 페이스북에 올리자 전 세계 50만 명이 이 특별한 여행기를 팔로워 하면서 노마 가족의 여행을 격려하고 후원하고 축복하였다. 어머니와의 마지막 시간을 동행하면서 불꽃처럼 피어나게 했던 노마 할머니 가족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인간다운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였다. CBS News, GNN News, MBC News 등 전 세계 주요 매체에 소개되었다. (교보문고 서평 참조)
삶은 부서지기 쉽다. 그러나 이 말은 우리 머릿속에만 있을 뿐 마음에 와닿지는 않는다. 우리는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항상 옆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의 고통과 아픔을 못 본 척하며, 말로 표현해야 할 것을 다음으로 미루곤 한다. 팀과 내가 계속해서 다음에 하자고 미룬 것은 바로 팀의 부모님과 나이 듦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는 것, 그중에서도 특히 부모님이 생의 마지막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물어보는 것이었다. 목구멍에 걸려 있던 그 말을 꺼내는 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왜 우리는 항상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피하기만 했을까? 그 순간이 오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 삶의 마지막에 직면하는 순간 부모님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27쪽.
우리는 캠핑카 침대에 누워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았다. 아버지를 보낸 것처럼 어머니도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마지막을 보낸 병원은 그리 차분하지 못했다. 시끄럽고 번잡했다. 아버지도 분명히 병원의 분위기가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36쪽.
이제 아버지는 삶을 마쳤고 엄마는 죽어가고 있다. 수년 동안 1년에 한 번씩 보고 가끔 전화만 하던 우리의 관계가 바퀴 달린 집에서 함께 살아야 할 상황으로 변했다. 이것은 엄마와 같이 지낼 수 있는 인생의 마지막 기회를 뜻하기도 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아버지를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의문을 엄마에게도 똑같이 남겨 두고 싶진 않았다. 나의 사랑과 감사하는 마음을 분명히 전하고 싶었다. ‘같이 가는 게 좋겠구나. “라는 간단하고 명료한 엄마의 말을 들었던 순간부터 우리는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슬픔과 상실감에 가득 찬, 그리고 병까지 든 엄마와 같이 산다는 것은 라미와 나의 삶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걸 의미했다. 우리는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42쪽.
마침내 우리 세 사람에게 꼭 맞는 내부 구조를 가진 캠핑카를 찾아냈다. 목욕탕과 세탁기, 건조기 등이 설치되어 있고 유럽 양식의 의자까지 갖춘 ’플리트우드 사우스윈드 36D’모델이 바로 그것이었다. 47쪽.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 엄마는 45킬로그램에서 42킬로그램으로 체중이 줄었다. 야위어가며 기력도 쇠하는 듯했다. 그리고 말을 잃어갔다. 원래도 말수가 적던 분이 더 조용해졌다. 눈빛에서는 총기가 보였지만 슬픔은 여전히 아주 깊은 듯했고, 암이라는 병과 복용하고 있는 약제가 몸과 마음에 모두 영향을 끼치고 있는 듯했다. 나는 우리의 여행을 통해서 이 모든 것을 바꾸고 싶었다.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여행하는 동안 엄마가 당신의 이야기를 내게 다 들려줄 수 있도록, 엄마가 건강하기를 바라며 조용히 기도했다. 57쪽.
마침내 떠날 날이 다가왔다. 햇살 좋은 8월의 어느 날 아침, 우리는 부모님 집을 출발해 고속도로로 이어지는 길에 올라섰다. 먼저 사우스다코타 South Dakota에 있는 국립공원으로 갈 예정이었다. 라미를 슬쩍 보았다. 우리는 서로의 눈빛을 읽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57쪽.
캠프장에 발이 묶인 상황이 되자 마음속에 깔려있던 두려움이 스멀스멀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머니와 이렇게 돌아다니는 게 아까운 화석 연료만 낭비하는 일은 아닌지?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반납하고, 스스로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보호자 역할을 하루 24시간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예전에 한때 그랬듯이 목적의식을 상실한 나머지 우울증이 찾아오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이 엄습했다. 63쪽.
이렇게 시작된 엄마와의 여행은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들소 떼와 마주치기도 하고, 러시모어산에서 거대한 화강암 조각상을 감상하기도 하고, 헤메스푸에블로에서 인디언들의 축제에 참여하기도 한다. 낯선 장소와 예상치 못한 순간들은 노마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만든다. 그동안 아들 팀은 몰랐던 유쾌한 유머와 환한 미소는 주위 사람들까지 웃게 만드는 존재감을 발산하며 독자들까지 여행 한복판으로 끌어다 놓는다.(교보 문고 인용)
그 순간 나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게 느껴졌다. 지난 20년 동안 지켜봤던 어머니는 이제 그냥 ‘노마’ 또는 ‘엄마’가 아니라 ‘미스 노마 할머니’가 되었다. 나는 “아흔 살이라고 인생이 끝난 게 아니야.”라고 혼잣말을 했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으로부터, 즉, 팀의 어머니이자 나의 시어머니인 ‘미스 노마’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2쪽.
“요양원에 들어 갔더라면 결코 이런 걸 맛볼 수 없었을 텐데. 정말 좋구나.”그러고는 차가운 맥주를 쭉 들이켰다. 어머니가 한 말이 얼마나 큰 의미를 띤 것인지 깨달은 나는 전율을 느꼈다. 드디어 우리는 목적을 찾았다. 평생 동안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보살펴온 여성이 이제 생의 마지막 목전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기쁨을 만끽하고 있던 것이다. 그 이후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제 우리는 앞으로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전혀 알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어머니와 여행하기로 한 것은 정말 잘한 결정이라는 사실 말이다. 79쪽.
엄마가 팔을 활짝 벌렸을 때 나는 엄마가 온몸으로 우리에게 완벽한 신뢰를 보여주는 것처럼 느꼈다. 그날 우리는 신뢰야말로 자유의 가장 심오한 원천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신뢰가 없으면 즐거움을 감옥에 가두고 그저 본인의 숨을 연명해나가기에만 급급할 것이었다. 하지만 한 순간이라도 내 주위에 나를 도와 줄 사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다른 것들을 내려 놓을 수 있는 자유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고 나면 인생을 살아가는 길에 놓인 수많은 작은 장애물까지도 즐기지 못할 이유가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96쪽)
하지만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자신들이 맡은 자리를 놓치기 싫었을 텐데 휠체어를 탄 어머니를 보자 모두들 노인을 향해 공경을 표시하며 조용히 자리를 내주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머니가 곁을 지나가자 사람들은 친절한 미소를 머금고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옆으로 비켜 주었다. 순간, 몇 달 전 아버지가 있었던 병원에서의 시간이 떠올랐다. 의사와 간호사의 눈에는 노인들이 그저 해결해야 할 의학적인 문제에 불과했다. 지금 이들이 보여 주고 있는 나이 든 사람에 대한 존경과 경의의 표시와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127쪽.
우리가 나이 들고 아픈 사람을 대할 때 가장 저지르기 쉬운 잘못은 단순히 더 아프지 않게, 또는 더 이상 다치지 않게 오래 사는 것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사실 이들은 그 이상의 것을 중요시한다. 자기 인생의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나갈 수 있는 기회가 이들이 의미있는 인생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가완디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서 이렇게 쓰고 있었다. 151쪽.
뭔가 달라져 있었다. 어머니는 숨이 차다고 했다. 이상하게 배까지 아프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어머니 얼굴에 걱정의 빛이 돌았다. 드디어 암이 뭔가를 누르기 시작한 건가? 그래서 이렇게 불편해하시는 걸까? 이제 심장이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나? 아니면 폐까지 암이 전이된 걸까?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뭔가 달라졌다는 것은 분명히 느껴졌다. 어머니는 몹시 불편해했고 그리고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에게 짐이 되고 싶어하지 않았다. 271쪽.
“제 여동생과 아버지가 마지막 여생을 병원에서 보냈습니다. 우리 어머니도 그렇게 하고 싶진 않아요.” 팀이 말했다. “병원에 입원하고 싶진 않습니다.” 어머니도 고민하는 의사를 쳐다보며 분명히 말했다. “준비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머니와 마지막을 어떻게 정리할지 이야기를 나누어보세요.” 의사가 우리에게 말했다. 276쪽.
그날 밤, 팀과 나는 어머니 곁에 앉아 조용히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리고 어머니가 가는 다음 여행이 지금까지 우리와 함께 했던 여행만큼이나 멋질 거라고 말씀드렸다. 우리는 작년 미시간을 떠날 때 그 앞에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우리를 믿고 따라나서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나는 어머니에게 속삭였다. “ 어머니, 다음 여행도 행복하고 즐거운 여행이 될 거예요.”나는 스포이드를 사용하여 액체로 된 진통제를 조심스럽게 발라 드렸다. 이렇게 하고 나면 어머니는 깊게 잠들곤 했다. 우리는 안녕히 주무시라고, 사랑한다고 말한 뒤 만일을 위해 작별 인사도 했다. 어머니에게 못다 한 말이 없었다. 어머니가 도요타 MR2를 타고 하늘로 가는 상상. 또는 열기구를 타고 날아가는 상상을 하길 바란다고 속삭였다. 이 말을 듣는 어머니는 희미하게 미소를 띠고 잠에 빠져 들었다. 침실을 나서기 전 팀은 천사들이 들어와 어머니의 아름다운 영혼을 호위할 수 있도록 창문을 열어 두었다. 310쪽.
우리는 사흘 밤 동안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나흘째 되던 날, 어머니는 스테이시 수액의 마지막 한 방울을 드셨다. 31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