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남옥이

by 선희 마리아

누군가의 삶은 가슴 아프다. 본인이 원한 것도 아니고 선택한 것도 아닌 어쩔 수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더 그렇다. 남옥이는 날 때부터 병약하였다. 이유 없이 열이 나고 골골거려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확실한 병명을 찾지 못하였다. 결국 병원에서 내린 병명은 소아마비였다. 의사는 남옥이가 걷지 못할 거라고 이야기했다.

남옥이는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항상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살아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남옥이를 정성스레 돌보던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다. 의지할 데 없는 남옥이를 나이 차이가 많은 언니들과 심성이 인자한 아버지가 키웠다. 아버지는 병원에서 내린 진단을 믿지 않고 남옥이를 회복시키기 위해 갖은 정성을 다하였다. 남옥이 집이 있는 골목에서는 밤낮없이 한약 달이는 냄새가 풍겼다. 남옥이 아버지가 남옥이에게 좋다는 약재는 다 구해 달여 먹였기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정성이 통했는지 어느 날, 남옥이가 비척거리며 문지방을 넘어 마당으로 나왔다. 얼마 후에는 대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비틀거리며 언니의 손을 잡고 바깥으로 나오던 날, 동네 사람들은 모두 박수를 치며 남옥이를 환영하였다. 첫 번째 기적이었다.

남옥이는 겨우 걸음마는 하였지만 멀리 갈 수 없어 학교에도 다니지 못하였다. 집과 골목 어귀를 다니면서 시간을 보냈다. 조금씩 행동반경을 넓혀 가면서 남옥이는 언니를 따라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남들보다 배 이상 되는 시간이 걸려야 했지만 남옥이는 교회를 빠지지 않았다. 남옥이는 교회가 좋았다. 힘들게 가면 자기를 진심으로 반겨주는 교회 사람들이 좋았다. 예배시간에 부르는 찬송도 좋았고 성경 이야기도 좋았다. 특히 마음 놓고 울면서 하소연할 수 있는 기도시간이 좋았다.

남옥이가 교회를 다닌 지 몇 년. 교회에서 남옥이를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청년부에서 남옥이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친구 따라 교회에 온 사람이었다. 기억도 못하는 어린 시절에 사고로 한쪽 눈을 실명했다는 청년이었다. 열심히 나오던 남자가 어느 날부터 남옥이를 챙기기 시작하였다. 남옥이는 자기에게 접근하는 남자가 의심스럽고 부담스러워 철벽 방어를 하였다. 그러나 남자는 지치지 않고 살뜰하게 남옥이를 챙겼다. 그런 남자에게 끌려 남옥이는 연애를 시작하였다. 두 번째 기적이었다.

두 사람의 연애는 주변의 관심사이자 걱정이었다. 행여 두 사람이 헤어진다면 남옥이의 상처가 너무 클 것 같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보통의 청춘남녀처럼 지지고 볶는 연애를 6년이나 하고 결혼 청첩장을 돌렸다. 큰아들 노릇을 하던 남자의 집안에서 반대를 하자 남자는 내 사람이라고, 내가 같이 살 사람이라고 한마디로 입을 막아 버렸다.

결혼식 날, 하얀 드레스를 입은 남옥이가 비틀거리며 한 눈이 없는 남자에게로 걸어가자 하객들은 모두 눈시울을 붉히면서 박수로 두 사람을 축복하였다. 목사님 앞에서 남자의 팔에 의지하여 서 있던 남옥이의 눈에서 하염없는 눈물이 흘러 드레스를 적시고 적셨다. 세 번째 기적이었다.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신산하였다. 성치 못한 남옥이는 있는 힘을 다해 집안일을 감당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부분이 많았다. 주부가 해야 할 많은 일들을 남자가 했다. 그러면서도 남자는 사람들에게 남옥이가 얼마나 살림을 잘하는가를 이야기하곤 하였다. 남옥이에 대한 속 깊은 배려였다.


남옥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교회에 나갔다. 남옥이의 유일한 외출이고 사는 이유였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남옥이의 상태에 따라 어떤 때는 부축을 하고 어떤 때는 휠체어에 태우고 교회에 왔다. 겨울에 날이 매섭게 추울 때면 업고라도 와야 했다.


남옥이가 임신을 하였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주변사람들은 다시 한번 놀라며 축하했다. 그 몸으로 임신을 하고 출산하는 것이 기적이라고들 이야기하였다. 남옥이는 그렇게 하여 딸 하나와 아들 하나를 얻었다. 네 번째 기적이었다.


아기를 키우는 과정은 힘들었다. 손발이 자유롭지 못한 엄마를 대신해 첫째인 딸아이가 두 살 아래 동생의 기저귀를 갈아내고 밥을 먹이면서 같이 성장하였다. 가난하고 비좁고 불편한 것 투성이었지만 네 식구는 비둘기 가족처럼 늘 붙어 다녔다.


어릴 때부터 불편한 엄마를 보며 자란 아이들은 속 깊고 배려심 많은 아이들로 자라났다. 한 번도 엄마를 귀찮아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옆에 누군가가 붙어 있어야 하는 엄마를 남자와 두 아이가 잘 도우면서 남옥이의 건강도 좋아지기 시작하였다. 얼굴도 피기 시작하였다. 주변에서도 이제 안심이 된다고 좋아하였다.


딸은 잘 성장하여 어린이집 교사가 되었다. 듬직한 남자친구도 생겼다. 남자의 부모는 남옥이의 딸을 무척 예뻐하였고 마음에 들어 하였다. 그러나 엄마를 돌보느라 쉽게 결혼이야기를 꺼낼 수가 없었다. 연애기간이 길어지자 남자친구는 남옥이네 집의 상황을 자기 집에 이야기하였다. 남자친구의 부모님은 너무 고생이 많았다고, 장하다고 하면서 흔쾌히 며느리로 맞아들였다.


딸의 결혼식 날, 한복으로 성장하고 휠체어에 앉은 남옥이는 하염없는 눈물을 쏟아내었다. 옆에 말없이 서 있던 남편도 한쪽 눈으로만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느라 경황이 없었다. 듬직하게 장성한 아들까지 대동한 남옥이는 다섯 번째 기적의 주인공이 되었다. 사랑의 힘으로 일군 인간승리였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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