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교회력으로 고난주간 기간이다, 교회에서는 지난 주일을 종려주일이라 부른다. 예수님께서는 인류의 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죽으시려는 결심으로 예루살렘에 들어오신다.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키던 슈퍼스타 예수님의 입성을 종려나무 가지를 꺾어 흔들고 자신들의 겉옷을 벗어 길에 깔면서 환영한다. 바로 닷새 뒤의 금요일에 자신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처형하게 될 줄을 생각하지 못하고...
『천로역정』은 1678년에 영국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지금까지 성경 다음으로 꾸준하게 많이 팔린 책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금도 지속적인 베스트셀러로 자리잡고 있다.
『천로역정』의 주제는 인간의 죄의 문제의 해결과 구원의 추구,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구이다. 존 번연의 시기에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인 죄에 대한 각성과 회개, 청교도적 삶에 대한 회심과 구원의 획득이 주된 관심사였다. 그리하여 이런 종교적 주제와 영생에 관한 문제가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요즘과 같이 과학과 문명이 발달하고 실증적인 사고를 하는 현대인들도 『천로역정』과 같이 종교적 영성을 추구하는 책에 여전히 관심을 보인다. 비록 제대로 읽어보지 못하고 깊은 성찰을 통한 깨달음까지는 이르지 못하더라도 현대인들 역시 인간의 내면에 자리잡은 영원에의 추구, 사후의 세계에 대한 관심, 본질적인 종교심 등의 영적인 부분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현실에서는 애써 잊어버리고 외면하고자 하는 인간 본질의 문제, 인간은 궁극적으로 어디로 돌아가는가, 인간의 죄성은 무엇인가. 인간의 죄는 어떻게 씻을 수 있는가. 어떻게 살면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으며 천상의 세계로 갈 수 있는가 등에 관심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영적인 문제를 단순하고 솔직하게 전달하는 『천로역정』과 같은 책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는 것이다.
『천로역정』의 저자인 존 번연John Bunyan은 1628년 11월 30일, 영국 베드포드 근처, 엘스토우에서 땜장이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으나 경건 서적을 탐독하면서 역사상 길이 남는 작가이자 설교자가 되었다. 고향에서 땜장이 일을 하던 존 번연은 혼수로 단 두 권의 책을 들고 온 여인과 1649년에 결혼했다. 존 번연은 부인의 소중한 지참물이었던 아서 덴트Arthur Dent의 『평범한 사람이 천국에 이르는 길』과 루이스 베일리Lewis Bayly의 『경건』이라는 책을 읽고 신앙을 갖게 되었다. 1653년 독립파 교회의 존 기포드 벨렛 목사에게 큰 감화를 받고 세례를 받았다. 존 번연은 그 당시에 허락받지 않은 일반인이 공중에게 설교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열정으로 거리에서 복음을 전했다. 그로 인해 태어난 곳에서 1마일 밖에 떨어지지 않은 베드포드 감옥에서 12년을 복역하였다. 그 감옥에서 존 번연은 『천로역정』의 저술을 시작하고 평생동안 약 67권의 저서를 집필하였다. 그는 설교자요, 복음전도자요, 목사로서의 열심과 근면과 헌신 때문에 “번연 감독”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1688년 천국으로 갈 때까지 숱한 고난에도 굴복하지 않고 설교자, 복음전도자, 목사, 작가로의 삶을 살았다. 대표작으로는 『천로역정』, 『거룩한 전쟁』, 자신의 영적 자서전인 『죄인의 괴수에게 넘치는 은혜』 등이 있다.
『천로역정』의 특징을 몇가지로 정리하여 보면,
첫째, 몽자류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몽자류 소설이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나 현실에서 이해할 수 없는 세계의 이야기를 꿈의 형식을 빌어 서술해 나가는 방식으로 쓰는 소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구운몽이나 몽유록 계통의 소설들이 몽자류 소설로 알려져 있다. 『천로역정』은 꿈을 차용한 몽자류 형식에 당시 영국에서 유행하던 기사도 형식의 모험담을 곁들여 주인공인 크리스천이 자기가 태어난 멸망의 도시에서 벗어나 천상의 도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겪는 고난과 모험담의 이야기로 되어 있다.
『천로역정』은 의인체 소설이다. 주인공인 크리스천, 멸망의 도시 천상의 도시 등의 추상적인 개념들을 구체적 용어로 사용하고 등장 인물들의 이름 역시 완고, 우유부단, 도움, 선의, 격식, 위선, 소심, 불신, 경건, 신중, 자선 등 추상적인 것들을 구체화시켜 의인화 하고 있다. 그러면서 복음전도사, 속세의 현자, 해석자, 남자, 문지기 등 실체적 인물듵도 등장시킨다. 살펴 보면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고뇌, 양심의 영역들은 추상적 명사로 의인화하였고. 외부적인 자극을 주는 인물이나 상황들은 구체적 명사로 구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천로 역정』의 줄거리는 소설의 화자인 내가 꿈을 꾸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즉, 이 이야기가 현실이 아닌 꿈 속에서 일어났던 사건이라는 것을 먼저 밝히면서 시작하는 것이다. 꿈은 현실을 초월하여 상상의 세계를 얼마든지 활보할 수 있기 때문에 꿈속의 이야기로 서술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천로 역정』의 처음 시작은 이렇다.
나는 이 세상이란 광야를 걸어가다 작은 굴이 있는 어떤 장소에 이르렀다. 그곳에 누워 잠을 청했고 자는 동안 꿈을 꾸었다. 21쪽.
220쪽에 달하는 방대한 꿈 이야기를 하면서 화자인 나는 종종 이 이야기가 꿈 속에서 이루어진 것을 확인하는 것처럼 ‘내가 꿈속에서 보니,” “이제 나는 꿈속에서”등의 말을 삽입하여 이 이야기가 꿈 이야기인 것을 상기시킨다. 독자들에게 현실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서인 듯이. 그리고 이 긴 꿈 이야기인 『천로 역정』을 화자는 이렇게 마무리한다.
순간, 나는 잠에서 깨어났고 이 모든 것이 꿈인 것을 알게 되었다. 218쪽
『천로 역정』의 꿈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꿈 속에서 나는 더러운 옷은 입은 한 남자가 손에 성서를 들고 등에 무거운 짐을 짊어진 채 자기 집을 등지고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내가 보고 있는 동안 그는 성서를 펼쳐 읽기 시작했고 읽으면서 통곡하고 몸을 떨었다. 자신을 더 이상 제어할 수 없는 지경이 되자 그는 “나는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라고 하면서 비통한 탄식을 쏟아냈다. 21쪽.
‘크리스천’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은 자신이 태어난 멸망의 도시에서 등에 무거운 짐을 짊어진 채 살아간다. 그는 성서를 펼쳐 읽다가 성서의 말씀을 통해 자신이 태어나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살고 있는 이 도시가 하늘에서 내린 불로 멸망할 것이고 무서운 불바다 속에서 자신의 가족 모두가 멸망할 것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게 된다. 크리스천은 멸망의 이야기를 가족들에게 하지만 가족들은 그가 신경쇠약과 광기에 시달린다고 비웃고 무시하고 귀찮아 한다. 그렇지만 크리스천은 멸망에서 구원받아야 한다는 고뇌에 시달리면서 구원의 길을 찾기 위해 애쓴다. 그때 복음 전도사라는 사람이 그에게 다가와 좁은 문으로 들어갈 것을 권한다.
내가 보니 그는 또한 마치 도망가듯이 이쪽을 보았다 저쪽을 보았다 하다가 마침내 가만히 서는 것이었다. 어떤 길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내가 보고 있던 그때 복음 전도사라는 이름의 사람이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 “자네는 왜 울고 있는가?” 그가 대답했다. “선생님, 제 손에 들려있는 성서에선 제가 사망의 저주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 후에 심판이 오는데 제가 기꺼이 죽을 수도 없고 심판을 견뎌낼 수도 없어서입니다.” 22쪽.
복음전도사는 크리스천에게 멀리 보이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면 그의 등에 짊어진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알려 줄 것이라고 말한다. 크리스천이 그의 집에서 나와 좁은 문을 향하여 달려가기 시작하자 부인과 아이들이 모두 나와 그에게 돌아오라고 고함치고 그의 이웃들도 그가 뛰어가는 모습을 보며 어떤 이는 비웃고 어떤 이는 겁을 주면서 소리친다. 그중의 두 사람이 그를 힘으로 잡아오겠다고 쫓아오는데 그들의 이름은 완고와 우유부단이었다. 크리스천을 따라온 두 사람은 그에게 무엇을 구하는지를 묻는다.
완고: 당신이 구하는 게 무엇이기에 온 세상을 버리고 찾는단 말이오?
크리스천: 나는 ‘썩지 않고 더럽지 않고 쇠하지 아니하는 유업’을 찾고 있소. 그것은 하늘에 있는 것이라, 때가 되면 열심히 구하던 사람에게 주려고 그곳에 안전하게 놓여있소. 원하신다면 내 성서에서 그 부분을 읽어 보시오.“ 25쪽.
크리스천이 구하는 것은 하늘에 있는 ‘썩지 않고 더럽지 않고 쇠하지 아니하는 유업’이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니므로 이 세상에서는 구할 수 없는 것이다. 크리스천을 설득하던 완고는 제 풀에 못이겨 집으로 돌아가고 우유부단은 크리스천의 이야기에 뭔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그와 동행하기로 한다. 그러면서 크리스천이 찾는 것이 확실한 진리인가를 묻는다.
우유부단: 당신은 책에 나온 내용이 확실한 진실이라고 생각하세요?
크리스천: 진실로 그렇지요. 왜냐면 거짓을 말할 수 없는 그분이 만들었기 때문이지요.
우유부단: 잘 말씀하시네요. 거기에 뭐라고 쓰여 있습니까?
크리스천: 그곳에는 영원한 왕국이 있고,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얻어 그 왕국에서 영원히 살 것이라고 적혀 있어요.‘
우유부단: 훌륭한 말씀이네요. 또 무엇이 있죠?
크리스천: 우리에게는 영광의 면류관이 주어질 것이요. 의복은 우리를 천궁의 태양처럼 빛나게 할 것이라.’
우유부단: 멋지네요. 또 무엇이 있죠?
크리스천: 거기엔 더 이상 슬픔도 통곡도 없을 것이니 그곳의 주인인 그분이 우리 눈에서 모든 눈물을 씻어주기 때문이죠. 27쪽.
그렇게 떠난 순례길에서 크리스천은 여러 가지 위험과 고난을 겪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낙담이라는 진흙 수렁을 만나 그곳에 떨어지고 진흙투성이가 된 크리스천과 우유부단은 등에 짊어진 짐 때문에 가라앉기 시작한다. 우유부단은 빠져 가는 크리스천을 향해 악담을 퍼부으면서 혼자서 가까스로 진흙수렁을 빠져나가 자기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크리스천은 진흙수렁 속에서도 좁은 문에 가까운 쪽으로 빠져나오려고 애를 쓰는데 그때 도움이라는 남자가 나타나 손을 내밀어 그를 건져 준다.
한편 집으로 돌아간 우유부단은 동네 사람들에게서 여러 이야기를 듣는다.
어떤 이들은 그가 돌아왔으니 현명하다 했고, 어떤 이들은 위험하게 크리스천과 어울렸으니 어리석다고 했다. 또 다른 이들은 ”너처럼 모험을 나섰다면 몇 가지 어려움이 았다고 포기하는 비열한 짓을 나는 하지 않을 걸세.“라며 그의 비겁함을 비웃었다. 그래서 우유부단은 그들 사이에서 기가 죽어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점차 자신감을 찾았고 사람들은 모두 이번에는 불쌍한 크리스천에 대해 그가 없는 데서 험담하기 시작했다. 우유부단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끝내자. 31쪽.
이렇게 시작된 크리스천의 천상의 도시를 향한 순례는 갖가지 어려움과 위기와 고난에 봉착하고 크리스천은 속세의 현자, 도덕과 율법준수, 예의 바름과 같은 사람들을 만나 유혹과 회유와 협박에 가까운 일들을 겪는다. 그런 일들과 어려움들에 크리스천은 빠지기도 하고 돌아서기도 하고 물리치기도 하면서 점점 깊이 순례의 길을 걸어간다. 크리스천이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지경이 되면 그를 돕는 사람들이 나타나 그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위험에서 건져주며 순례길을 계속 가도록 돕는다.
드디어 크리스천은 좁은 문에 도달하여 문을 두드린다. 크리스천의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선의라는 사람이 나와 그를 안으로 맞아 들인다. 크리스천은 선의에게 자기의 등에 지고 있는 짐을 벗게 도와달라고 하자 선의는 해방이라는 곳에 도달할 때까지는 그 짐을 감내해야 하고 그곳에 가면 그의 짐이 저절로 떨어진다고 말해 준다. 얼마 후 크리스천은 양쪽에 구원이라는 이름의 높은 벽이 쳐져 있는 큰 길로 뛰어간다. 그렇지만 여전히 등에 지고 있는 짐 때문에 매우 힘들어한다.
그렇게 뛰어서 그는 언덕으로 올라가는 지점에 이르렀는데 그곳에는 십자가가 서 있었고 조금 떨어진 아래에는 무덤이 있었다. 크리스천이 십자가에 도달하는 순간, 어깨의 짐이 느슨해지더니 등에서 떨어지는 것을 나는 꿈에서 보았다. 떨어진 짐은 계속 굴러 무덤 입구까지 가더니 그 속으로 떨어졌고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57쪽.
이렇게 십자가 앞에서 크리스천의 등에 붙어 있던 죄의 짐은 떨어져 나가고 크리스천은 기쁨에 넘쳐서 노래하며 계속 나아간다. 길에서 크리스천은 잠들어 있는 단순과 나태와 뻔뻔이라는 세 남자를 만나기도 하고 허례허식이라는 도시에서 온 격식과 위선이라는 두 사람을 만난다. 격식과 위선은 시온산을 향해 간다고 했지만 구원의 문을 통하지 않고 율법과 법칙을 지키는 것으로 시온산에 도달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 얼마 가지 않아 역경이라는 산에 도달하자 율법과 격식은 위험과 파멸이라는 길을 택하여 갔고 크리스천은 양손과 양발로 온 힘을 다하여 산 위로 기어 올라간다. 울면서 산 정상에 다다른 크리스천은 아름다움이라는 궁전에 들어가 사려 분별이라는 아름다운 아가씨를 만나 방으로 안내되고 거기에서 경건과 신중과 자선이라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지금까지 지나왔던 곳들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크리스천의 이야기를 들은 신중은 크리스천에게 떠나 온 고향이 생각나지 않는지를 묻는다.
신중: 떠나 온 고향이 가끔 생각나지 않습니까?
크리스천:그래요. 하지만 그곳 생각은 수치스럽고 혐오스러워요. 진실로 말하건대 떠나온 고향에 미련이 남아 있었다면 돌아 갈 기회가 있었겠지요. 하지만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지요“ 72쪽.
신중은 크리스천에게 왜 그렇게 시온산으로 가기를 열망하는 지를 묻는다.
신중: 당신은 왜 그렇게 시온산으로 가기를 열망합니까?
크리스천: 아, 십자가에 매달려 죽으신 그분이 살아 계신 모습을 그곳에서 보고 싶습니다. 거기서 내 안에 지금까지 있는 이 모든 괴로움을 제거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거기는 사망도 없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행과 함께 살 수 있다고 합니다. 당신께 진실을 말씀드리자면, 내 짐을 그분이 덜어주셔서 그분을 사랑합니다. 나는 마음의 병 때문에 지쳐 있어요. 내가 더 이상 죽지 않는 그곳에서 끊임없이 ”거룩, 거룩, 거룩“이라고 외치는 분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73쪽.
아름다움 궁전의 이층에 있는 평화라는 방에서 동이 틀 때까지 잠을 잔 크리스천이 길을 떠나려고 하자 경건과 신중과 자선은 크리스천을 무기고로 데리고 가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단단하게 무장을 시켜 출발시킨다. 그렇지만 얼마 가지 않아 겸손의 골짜기에 들어선 크리스천은 아볼루온이라는 무서운 마귀에게 공격을 받는다. 크리스천은 용기를 내어 온 힘을 다하고 무기를 가지고 아볼루온에게 대적하는 무서운 전투 끝에 마침내 승리한다. 그렇지만 곧 다시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란 계곡을 만나고 지옥의 입구라고 생각되는 곳에서 가까이 다가오는 마귀의 무리들을 만난다. 마귀의 무리들이 그를 잡을 지경까지 이르렀을 때 크리스천이 “ 나는 주 여호와의 능력으로 걸어가리라”하고 격렬하게 외치자 그 외치는 소리에 마귀들은 물러나고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한다.
이후 크리스천은 믿는 자와 동행하게 되고 떠버리라는 남자와도 합류한다. 떠버리와 믿는 자는 믿음에 대해 한참을 논쟁하다가 떠버리는 떠나고 복음전도사를 다시 만나 앞으로 닥칠 더 많은 환난을 믿음을 지켜 승리하라고 격려받는다. 크리스천과 믿는 자는 허영의 도시에서 허영의 시장을 만난다. 허영의 시장 상인들은 그들을 붙잡아 철창에 가두고 족쇄를 발에 채우고 단단하게 지킨다. 그리고 그들을 법정에 세우고 사형을 선고하고 믿는 자를 크리스천이 보는 데서 처형한다. 그렇지만 크리스천은 만물을 다스리시는 분의 도움으로 풀려나 다시 갈길을 걸어간다.
크리스천은 믿는 자 대신 희망찬이란 남자와 동행하게 된다. 크리스천은 천성의 도시 앞에서 다리가 없는 강을 만난다. 이곳저곳을 둘러봐도 강을 건널 수 있는 길이 없음을 발견하고 크리스천과 희망찬은 강물로 들어간다. 점점 차올라오는 강물에 두려움과 공포로 허우적거리던 크리스천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름으로 용기를 내고 발디딜 땅을 발견하고 그곳을 딛고 건너간다. 보니까 나머지 부분의 강물들은 얕았다.
그들이 마지막 강을 건너자 다른 쪽 강둑에서 빛나는 두 사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가 반갑게 맞이한다. 그들이 가고자 하는 천상의 도시는 높은 산 위에 있었지만 순례자들은 그들을 이끌어 주는 천사가 있어 쉽게 언덕을 올라갈 수 있었다.
또한 그들은 육신이란 옷을 강에 남겨 놓고 왔다. 왜냐하면 그들이 강에 들어갈 때는 육신의 옷을 입었지만 나올 때는 그것을 버리고 왔기 때문이다. 구름보다 높이 터를 잡은 도시였지만 그들은 이제 훨씬 날렵하고 빠르게 언덕을 올라갔다. 그들은 대기층을 통과했고, 자신들이 안전하게 강을 건넜다는 사실과 영광스러운 천사들이 동행한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아 즐겁게 이야기하며 갔다. 213쪽.
이제 크리스천과 희망찬의 순례길은 끝나가고 있다.
이제 그들이 성문을 향해 가까이 가자 그들을 맞이하러 천군의 무리가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들에게 빛나는 두 천사가 말했다. “ 이들은 이 세상에 있을 때 우리 주를 사랑했고 그의 거룩한 이름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사람들이오. 그분이 이들을 데려 오도록 우리를 보냈고, 우리는 그들이 목표한 여정에서 여기까지 동반했습니다. 이제 그들은 들어가 구세주의 얼굴을 기쁨으로 볼 수 있습니다.”그러자 천군들이 크게 외쳤다. “어린 양의 혼인 잔치에 청함을 받은 자들은 복이 있도다.” 215쪽.
화자인 나는 천상의 도시에 입성한 두 사람을 맞이하는 광경을 본다.
이제 나는 꿈속에서 두 사람이 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보라. 문으로 들어올 때 그들은 변모하여 황금처럼 빛나는 의복을 입게 되었다. 또한 하프와 면류관을 들고 맞이하러 나온 사람들이 그들에게 그것을 주었다. 하프는 칭송하기 위해서였고, 면류관은 명예의 표상이었다. 나는 꿈속에서 도시의 모든 종들이 다시 기쁨으로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들은 “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라는 말을 들었다. 또한 나는 사람들이 커다란 목소리로 “보좌에 앉으신 이와 어린 양에게 찬송과 존귀와 영광과 권능을 세세토록 돌릴지어다.” 라고 노래하는 소리를 들었다. 217쪽.
그리고 나는 크리스천과 희망찬이 들어간 천상의 도시를 잠시 들여다 본다.
그들을 들이기 위해 문이 열렸을 때 나는 그들 뒤로 안을 들여다 보았다. 보아라. 그 도시는 태양처럼 빛나고 화금으로 포장된 길에는 많은 이들이 머리에 면류관을 쓰고 종려나무 가지를 손에 들고 황금 하프로 찬송가를 부르며 거닐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날개가 있었고 서로에게 끊임없이 “거룩, 거룩, 거룩 주님이여”라고 화답했다. 이후 그들은 문을 닫았다. 그곳을 보며 나도 그들과 함께 있었으면 하고 간절히 소망했다. 217쪽.
이렇게 하여 크리스천의 기나긴 천로역정은 천상의 도시에 입성함으로 끝이 난다. 그후 6년이 지난 1684년에 『천로역정』2편이 크리스천의 부인인 크리스티애나가 네 명의 아이들과 함께 남편이 떠난 천상의 도시를 향하여 가는 이야기로 연결되어 쓰여진다.
나는 사순절과 고난주간을 보내면서 『천로역정』을 읽고 묵상하였다. 크리스천이 겪고 물었던 그 많은 물음들 중에서 계속 내 마음을 흔들었던 질문은 바로 이것이었다.
"이봐, 괜찮소? 당신의 영혼과 하나님 사이는 요즘 어떻소?" 194쪽.
나는 괜찮은가? 나와 하나님 사이는 요즘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