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쇠약, 고통에는 그 자체로 아름다울 게 없다. 내 뜻과 상관없이 벌어지는 일에 당하고 시달리는 수동성은 그저 비참하고 진저리나는 것이다. 만일 고통을 겪는다는 것에 아름다움이 있다면(그리고 아름다움이라는 단어를 굳이 써야 한다면) 그건 고통에 대한 우리의 대응과 적응에 있다. 내가 병자 버지니아 울프에게서, 또한 다른 모든 병자들의 이야기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은 그런 능동성 외에는 없다.
질병과 통증에 대한 에세이 『아프다는 것에 관하여』(메이) 중.
중앙일보 아침의 문장, 2024.11.28.(목). 32면.
내가 신문의 이 코너를 애정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여기에서 독서의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읽고 싶은 책, 읽어야 할 책들의 실마리를 찾는 단서를 얻기 때문이다. 여기 소개되는 글들에서 읽어야 할 책의 목록을 추가한다. 그리고 또 하나 한없이 넓어져 가는 책의 세계에 탄복한다.
눈부신 계절이다. 예쁘지 않은 것이 없고 곱지 않은 것이 없다. 여기저기 쉴 틈 없이 피어나는 꽃들도 모두 예쁘고, 신록으로 발돋움하는 나뭇잎들은 그 자체가 또 다른 꽃이다.
이 눈부신 아름다움에 어두움은 끼어들 자리가 없다. 아픔, 쇠약, 고통 같은 것들이 어찌 아름다울 수 있으랴. 아픔, 쇠약, 고통과 같은 것들은 내가 자초한 것이 아니다. 내가 자진해서 불러온 것이 아니라 찾아온 것이다. 당하는 것이다.
아픔, 쇠약, 고통 같은 것들이 아름다울 리는 없지만 그런 불청객들과 맞서는 사람들에게는 아름다움이 있다. 숭고함이 있다. 예고 없이 다가와 가차 없이 무너뜨리려는 것들에 맞서서 포기하지 않고 하얀 손수건을 던지지 않는 강인한 의지와 용기가 아름다운 것이다.
당하는 수동에는 아름다움이 없다. 포기하는 수동에도 아름다움은 없다. 직접 대면하고 분연히 일어서고 용기 있게 맞서는 능동만이 아름답다. 수동적인 인생에도 아름다움은 없다. 능동적인 인생만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