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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전혜린

by 선희 마리아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독문학자 전혜린(1934~1965)이 번역한 헤르만 헤세(1877~1962) 소설 『데미안』에서. 전혜린 타계 60주년을 기념해 그의 1964년 번역본이 복원판으로 다시 나왔다.

중앙일보 아침의 문장, 2025.7.29(화) 28면.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이름을 만났다.

전혜린.


한때 나의 꿈이었던 전혜린.

밤마다 전혜린의 수필집을 읽으면서 얼마나 뮌헨을 그리워하고 독일을 동경하였던가.

젊은 나이로 요절하여 신화가 된 전혜린을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전혜린은 그냥 전혜린이 아니었다.

'아, 전혜린'이었다. 아,라는 탄성과 함께 불러야 하는 이름이었다.


폭우가 전국을 강타하는 이번 주.

오랜만에 전혜린을 생각하며 보내야겠다.

전혜린이 걷던 뮌헨을 그리워하고

60 주기가 되어버린 전헤린의 불꽃같던 삶을 생각하면서 폭우를 견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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