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이 지닌 뛰어난 점이 더 있다. 한 단을 가볍게 건너뛰다가는 위험에 빠질 수 있으며, 일을 그르칠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는 점이다.
일본 메이지대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사이토 다카시의 『일류 경영자의 조건』에서. 지은이는 계단을 인류의 발명품 중에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것으로 꼽고, 일 처리 기술을 연마하는 것은 직선이 아니라 한 계단 한 계단 밟고 오르듯 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앙일보 아침의 문장, 2025.2.18(화) 28면.
대학 입시에 골몰하던 아이가 있었다. 늦게야 철이 들어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꽤 열심히 공부를 하였다. 나름 한다고 하였지만 본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부분이 보이는 모양이었다.
한 번은 이렇게 말하였다. 수학에서 중학교 때 노느라 소홀했던 지점에서 항상 막히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그때 놓쳤던 학습의 공백이 메꿔지지 않는다고.
인생이라는 그물 짜기에서 소홀했거나 방심했던 부분이 감춰지거나 균일해지는 것이 아니라 엉성하거나 구멍 난 자국으로 남는 것을 본다. 머리에서는 잊어버렸던 시절이 어떤 모습으로든 남아있는 것을 보게 되고, 그때의 나의 모습이 그때의 나의 삶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인생에서 건너뛸 수 있거나 감출 수 있는 것은 없다. 한 계단 한 계단 차근차근 밟아가는 것, 한 층 한 층 착실하게 쌓아가는 것이 인생을 살아내는 공식이다. 균일하게 직조된 옷감처럼 균일한 인생을 짜내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