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함은 인간을 인간이게끔 하는 인간의 특징이다. 인간성을 발견한다는 것은 곧 인간의 취약함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취약하므로, 인간에게는 울어도 될 곳이 필요하다. 그곳을 성소(聖所)라고 부른다.
서울대 김영민 교수의 단문집 『가벼운 고백』중. 2007년부터 2024년까지 17년간 써 내려간 문장을 선별해 엮은 단문 365편이 담겼다.
중앙일보 아침의 문장, 2024. 7.15(월)28면
취약하다 (脆弱하다)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취약하다 脆弱--
형용사 무르고 약하다.
취(脆)라는 한자가 익숙하지 않아 다시 찾아보았다.
脆弱 취약 脆 연할 취 弱 약할 약
1. 무르고 약(弱)함. 2. 가냘픔.
무르고 약한 것, 곧 취약한 것이 인간의 특징이라고 말하고 있다.
요즘 나의 취약성, 나의 특징에 대해 너무나 분명하게,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내가 느끼는 취약성은 어느 정도 약하냐의 강도가 아니라, 얼마 만큼 느끼냐의 빈도에 있다.: 내가 느끼는 취약성의 빈도는 단 한순간도 나는 온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날마다, 오늘 하루만큼은 단단하게 실수 없이 살아보자고 다짐하지만 그 다짐이 깨지지 않은 적은 하루도 없다. 그래서 나는 매일매일 좌절한다. 나의 취약성 때문에, 나의 불완전성 때문에,
그런데, 이런 불완전성과 취약성을 인간의 특징이라는 미명으로 용납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골똘히 한다.
나의 취약성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가. 취약성을 개선하고 개량하는 방법은 정녕 없는 건가. 수많은 수련과 구도가 결국 인간의 취약성과 한계를 발견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인가.
완전과 취약의 경계 지역은 없는가. 거기까지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한계라고 인정해 버리는 부분을 조금씩 확장해 나가면 인간의 취약성은 감소되는 걸까.
앞뒤 문장 없이 읽은 이 글에서 강한 의문이 생겨 전체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