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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기

by 선희 마리아
플라톤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승리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찬란한 승리는 자기 자신을 이겨내는 것이며, 모든 패배 중에서 가장 수치스럽고 비참한 패배는 자기 자신에게 지는 것이다. 이는 인간에게는 모두 자기 자신이라는 적이 있음을 의미한다.”

‘인생의 모든 고통에 대한 해답은 철학에 있다’고 얘기하는, 프랑스 철학자의 책 『철학의 쓸모』 중에서.
중앙일보 아침의 문장, 2024.8.28(수) 28면.

오래 살아남은 격언이나 명언은 힘이 있다. 힘이 있기 때문에 살아남았는 지도 모른다.


'극기(克己)'라는 말도 그렇다. 누구나 아는 평범하고 대중적인 말이지만 '극기'가 품고 있는 서슬 퍼런 독기를 생각한다면 함부로 입에 담거나 내뱉을 수 없다.


힘이 있는 말이라는 것은 그 말속에 들어있는 행동력 때문이다. 말이 행동이 되지 않을 때 그 말은 힘을 잃고 쇠락한다. 말에 에너지가 붙지 않을 때 그 말은 노쇠한 호랑이가 되어 용맹함을 잃는다.


말이 힘이 되는 것은 행동할 때이다. 편해지고 싶고 눕고 싶고 쉬고 싶을 때, '이만하면 됐다'라고 두 발을 뻗고 싶을 때 뿌리치고 일어나는 용기이다. “성공은 보통 사람이 30초 만에 포기하는 것을 22분간 붙잡고 늘어질 수 있는 끈기와 지구력, 그리고 의지의 산물”이라는 글을 읽었다.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말의 이중성을 생각한다. 인간의 한계와 나약함을 인정하고 순응하라는 것이기도 하고, 인간의 형이상학성을 추구하라는 말이기도 하다. 가장 쉽게 살라는 말이기도 하고 가장 어렵게 살라는 말이기도 하다.

내 속에 나만의 적이 있다. 나를 가장 잘 알고 나를 가장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적. 그것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서 호시탐탐 나를 노린다. 인간적으로 살아가자고.


내 속에 나만의 아군이 있다. 조용하지만 가장 뜨겁게 응원하는 아군. 그 친구 역시 내 속에 있어 쓰러질까 포기할까 노심초사 지켜본다.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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