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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희 마리아 Jun 25. 2024

프롤로그 2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5년 뒤에 어머니도 가시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런저런 죽음을 많이 대하게 되었다. 한 시대가 가는 것이 확연했다. 밀려오는 세월을 두 손으로 막으면서 우리를 보호하던 부모님 세대가 떠나면서 죽음과 마주 보게 되었다. 죽음과 가장 가까이 대면하는 자리에까지 온 것이다.


이제는 죽음을 어떻게 할 것인가? 피할 수 없는 과제였다. 계속 무심한 하거나 모르는 척할 것인가. 죽음을 의식하고 준비하면서 만날 것인가. 둘 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었고 선택은 나의 몫이었다.


나는 죽음에 대해 공부하기로 하였다. 모르고 만나기보다는 알아가다가 만나고 싶었다. 반가운 친구처럼 두 팔 벌려 환대는 못하겠지만 피할 수 없는 상대라면 호의를 갖고 대하고 싶었다.


죽음에 대해 공부하면서, 또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우리들이 죽음 자체를 부정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죽음이 온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었다.  피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도 그렇게 무섭게만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다. 죽음 너머의 세계를 알 수 없는 것이 두렵고, 나의 이 죽음 뒤에 결산된다는 것이 두렵지만 그것은 죽음 이후의 일이니까 죽음 자체보다는 관심이 덜하였다


우리가 실제로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임종의 순간에 대한 공포이다. 순탄하고 건강한 과정을 거쳐 죽음에 이르는 것은 누가 외면하고 피하겠는가. 죽지 않고 계속 사는 것보다  편안하고 영원한 죽음은 오히려 바라는 것이 아닌가. 죽음이야말로 끝없이 되풀이되는 삶에서 벗어나 누릴 수 있는 온전한 휴식이 아닌가.


보통의 사람들이 내심으로 바라는 죽음의 과정과 임종은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 자식들과 주변 사람들 힘들게 하지 않고 건강하게 늙어가다가 내가 살던 집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추한 꼴 보이지 않고 잠자듯이 가고 싶 것이었다.


우리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에 대해 많이 보고 듣는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공포가 커진다. 이런저런 병으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으면서 죽음과 맞서는 무의미한 싸움을 하다가 병원이나 요양원 같은  낯선 곳에서 의료인이나 간병인 같은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죽어갈 것을 생각하면서 두려움에 휩싸이는 것이다.


그런데 죽음과 임종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은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상상된 것일 수 있다. 실제로는 우리가 갖는 이유 없는 두려움과 다르게 아름다운 임종을 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 병으로 오래 시달리거나 고통스러워하던 분들이 돌아가시면 자손들이 "편히 가셨습니다" 하고 인사하는 것을 많이 본다. 주변 사람들을 안심시키거나 고인을 미화하기 위해서 그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의외로 임종을 편하게 맞으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의학적 견해로도 우리 몸은 임종의 순간이 되면 고통을 느끼지 않고 끝나게  프로그램화되어 있다고 한다. 내가 아는 호스피스 간호사도 평안하고 순조롭게 임종을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내가 속해 있는 신앙의 공동체 안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실제로 보는 경험을 많이 하는 펀이다.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이런저런 경로와 다양한 임종의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거나 선입견으로 갖고 있는 죽음과 임종에 대해 실제적인 사례들을 남기고 싶었다.


불안해하는 삶의 마지막 순간인 임종을 당사자에겐 직접 들을 수 없지만 옆에서 지켜본 가족이나 지인들에 의해 전해진 임종의 순간들을 함께 나누면서 나의 마지막은 어떠했으면 좋을지,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등에 대해 생각하고 싶었다.


이 글을 쓰면서 여기에 올려지는 글의 주인공들에게 최선을 다한 예의와 공경을 갖추어 쓰고 싶다. 그분들이 살아온 삶과 죽음, 그리고 임종의 순간에 깊은 애도를 표하면서 돌아가신 분들의 영원한 안식과 평안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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