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색 예쁜 펜을
선물 받았다
글을 쓰는 사람은
이런 펜으로 쓰는 것이라고
먼 이국에서
신중하게 골랐다고 슬쩍 건넸다
신데렐라의 유리구두같이
아련하게 예쁜 펜을
손에 들고
이 펜처럼
고운 글을 쓰겠다고 다짐한다
이 펜처럼
고운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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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도 모르는 나의 글쓰기. 이웃들도 모르는 나의 글쓰기.
글을 쓰는 것은 나만의 골방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나만의 공간에서 오직 한 사람, 나와 마주 한다.
외로운 글쓰기를 눈여겨 본 사람이 분홍색 펜을 선물하였다. 글을 쓰는 사람은 이런 펜으로 써야 한다고.
아련한 분홍색 펜을 만지작거리는데 가슴이 시리다. 내 발로 이 방에 걸어 들어왔는데, 언제든지 나가고 싶을 때는 나가도 되는 곳에 스스로를 가뒀는데, 글이 되지 않는다. 시가 써지지 않는다.
아련하게 예쁜 분홍 펜을 들고 생각한다. 나는 이처럼 고운 글을 쓸 수 있을까, 이 펜으로 쓰면 아름답고 고운 글이 나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