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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희 마리아 Jul 15. 2024

분홍 볼펜

분홍색 예쁜 펜을 ​

선물 받았다


글을 쓰는 사람은 ​

이런 펜으로 쓰는 것이라


이국에서

신중하게 골랐다고 슬쩍 건넸다


신데렐라의 유리구두같이

아련하게 예쁜 펜을 ​

손에 들고


이 펜처럼​

고운 글을 쓰겠다고 다짐한다


이 펜처럼 ​

고운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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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도 모르는 나의 글쓰기. 이웃들도 모르는 나의 글쓰기.

글을 쓰는 것은 나만의 골방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나만의 공간에서 오직 한 사람, 나와 마주 한다.

외로운 글쓰기를 눈여겨 본 사람이 분홍색 펜을 선물하였다. 글을 쓰는 사람은 이런 펜으로 써야 한다고.

아련한 분홍색 펜을 만지작거리는데 가슴이 시리다. 내 발로 이 방에 걸어 들어왔는데, 언제든지 나가고 싶을 때는 나가도 되는 곳에 스스로를 가뒀는데, 글이 되지 않는다. 시가  써지지 않는다.

아련하게 예쁜 분홍 펜을 들고 생각한다. 나는 이처럼 고운 글을 쓸 수 있을까, 이 펜으로 쓰면 아름답고 고운 글이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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