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의 계절이다. 예쁘지 않은 꽃이 있을까마는, 뜨거운 태양 아래 피어나는 능소화는 참으로 고혹적이다.
능소화의 이름이 하늘을 능멸하는 꽃. 하늘을 우습게 아는 꽃이라고 한다. 그만큼 자기의 미모를 의식하며 과시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지만 능소화의 또 다른 이름이 양반꽃이고 어사화로 많이 내렸다고 한다.
능소화는 대부분 그럴듯한 집 벽돌 굴뚝을 타고 오르거나 기와 담장 위로 기어 올라간다. 가장 기억에 남는 능소화는 강릉 오죽헌 담장에 기어오르던 능소화였다. 그때는 무슨 꽃인 줄도 몰랐지만 호젓한 대갓집 담장을 넘어 흐드러진 꽃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능소화를 보면 아름다운데 도발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꽃 색깔이 흔하지 않은 주홍색이나 진홍색이기 때문일까. 혼자 자립하지 않고 큰 나무나 담장이나 굴뚝 등을 휘감아 가는 것이 위협적일 만큼 왕성하기 때문일까. 꽃가루가 사람에게 해롭다는 속설 때문에 생긴 선입견일까.
능소화를 보면 미인이 떠오른다. 미인, 아름다운 사람이다. 아름다움은 누가 뭐래도 타고난 가장 큰 자산이다. 예쁜 사람은 그냥 좋고 호감이 가고 한 번 더 보게 된다. 가까이하고 싶다. 아름다운 사람에게 좋은 기회나 좋은 사람을 만날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미모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유익과 이익이 많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옆에서 예쁜 사람들을 보면 타고난 미모 때문에 생기는 오해와 불편도 꽤 있겠다 싶다. 미모 때문에 가려지는 내면의 모습이나 장점, 노력 등이 과소평가되고, 이유 없는 경계와 질시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상당히 보았다. 훨씬 조심하고 자세를 낮추어야 하는 것도 보았다. 당당하면 교만한 것이 되기 쉽고 잘 되면 아름다움 때문이라고 과소평가받기 쉽다.
능소화. 너무 아름다워서 하늘을 비웃느냐는 이름을 얻게 된 꽃. 아름다움을 가지면 아름다움을 무기삼기 쉽고, 아름다움을 갖지 못하면 이유 없이 위축되면서 질시하는 인간의 욕망을 드러낸 꽃, 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치명적 아름다움 때문에 멀리서만 바라보게 되는 꽃.
외면할 수 없고 손가락질할 수 없지만 손 내밀어 만지기에 망설여지는 아름다움이 능소화의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