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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희 마리아 Jul 18. 2024

터미널 대합실

   터미널 대합실에서
   할머니 한 분을 만났다

   여기저기 서성이다
   내 에 앉으신다

   기다리는 버스가 오지 않는다고 하신다
   어디서 오는 버스인지도 모른다고 하신

   언제 출발하였는지도 모르신단다
   언제 도착하는지도 모르신단다

   그러나 올 거란다

    아침 새벽에 집을 나서
    아침 식사도 못 하셨단다
    물 한 모금도 못 마셨단다

    들고 있던 주스 잔을 건넸다
   

    잠시 머뭇거리던 할머니

    맛있게 들이키곤
    살 것 같다고, 고맙다고 하신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누굴 기다리시냐고....

    내 얼굴을 물끄러미
    들여다 보던 할머니가

    속삭이듯 작은 소리로 털어놓는다

    딸을 기다리노라고......

    그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곳으로 가신다

     다음 
     버스 터미널에서

     나는 그 할머니를 보았다

     여전히 서성이며
     딸을 기다리는 할머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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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에서 오랜 만에 오는 지인을 마중하러 나간 터미널이었다. 아침이라 날씨가 꽤 쌀쌀하였다. 먼 길을 오는 지인의 목마름을 생각하여 생과일주스를 준비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웰컴 주스이다.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할머니 한 분이 눈에 들어왔다. 상당히 큰 키에 남루한 옷을 입고 터미널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계셨다. 나는 눈으로 그 할머니를 좇으면서 뭔가 도울 일이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버스표를 구입하고 싶으신 건가 아니면 개찰구를 못 찾으시는 건가 하고 생각하면서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있다 할머니가  내 옆자리에 앉으셨다.

할머니는 내가 들고 있는 주스 컵을 자꾸 쳐다보셨다.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할머니, 어디 가세요? 누구를 기다린다고 하셨다. 그래서 또 물었다. 몇 시 차예요? 모른다고 하신다. 내가 조급해졌다. 어디에서 오는 차예요? 모르신단다. 언제 출발했대요? 모르신단다. 언제 도착한대요? 모르신단다. 나는 암담하여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더 이상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잠깐 뜸을 들인 할머니가 내 쪽으로 몸을 붙이시더니 작은 소리로 비밀스럽게 말씀하셨다. 딸이 온다고 했어. 올 거야. 꼭 올 거야. 오랫동안 기다릴 할머니가 걱정되어 주스 컵을 할머니에게 내밀었다. 드실래요? 할머니는 조금 망설이다 맛있게 드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아침 일찍 나와서 밥도 먹지 못했고 목이 말랐다고. 물이 먹고 싶었는데 고맙다고. 그리고 허둥지둥 일어나 급하게 다른 곳으로 이동하셨다.

다음 날, 지인을 배웅하러 터미널에 다시 나갔다. 지인을 보내고 천천히 돌아 나오다가 나는 그 할머니를 또 보았다. 똑같은 옷을 입고 여기저기 헤매는 할머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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