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으로 배우는 배달말(17)
'구비도리’는 동해시 만우동에 있는 뒷등과 장등이 어우러지면서 휘돌아간 골짜기들을 싸잡아 가리키는 말이다. 형제봉(482.3m)에서 흘러나온 산줄기는 괴란마을과 만우마을 사이를 가르면서 장밭에 이르는데, 자잘한 골을 지어낸다. 짐작건대 '구비도리'는 ‘굽이돌이’를 소리 나는 대로 적은 말로 보인다.
입에 붙은 말이라 '구비'라는 말이 있지 않냐고 하겠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구비’를 찾으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이들 여섯 가지 낱말 가운데 '굽어 돌아간다'는 뜻으로 쓴 ‘구비’는 보이지 않는다. 두말할 것도 없이 ‘구비’가 없으니 ‘구비구비’도 없다. 배달말에는 움직씨나 그림씨 뒤에 붙어 이름씨로 바꿔주는 뒷가지가 있다. ‘-이, -음/-ㅁ’이 바로 그것이다. 뒷가지를 붙여 이름씨가 되는 말은 소리 나는 대로 적지 않고 본디 말 줄기가 무엇인지 살려 적는다.
움직씨 ‘굽다’(한 쪽으로 구부러지거나 휘다)에 뒷가지 ‘-이’를 붙이면 ‘굽이’나 ‘굽이굽이’처럼 되어야 한다. ‘굽이’로만 그치지 않고 굽이감다,굽이돌다,굽이지다,굽이치다 따위 말이 다 ‘굽다’에서 생겨났다. ‘굽이’ 말고도 움직씨에서 생겨난 이름씨, 이를테면 ‘먹이,막음,삶, 죽음, 앎, 만듦, 걸음, 얼음’ 따위가 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생겨난 말들이다.
하지만 본뜻에서 멀어졌을 때는 본디 말줄기를 밝히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 거름(걸다+음),고름(곯다+음), 노름(놀다+음)이 그렇다. 한편 마감(막다+암), 마개(막다+애), 무덤(묻다+엄), 주검(죽다+엄)처럼 ‘-이,-음/-ㅁ’이 아닌 뒷가지를 붙여서 이름씨를 만들었을 때는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
본디 ‘굽이+돌이’라는 말일 텐데 뒷날로 오면서 ‘구비도리’로 굳어진 듯하다. 말 그대로 굽어 돌아간 골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