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열정의 순기능과 역기능

평범한 사람의 인생이란 드라마 - 가족

by 장병조

절실한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라고 생각되는 가난. 뻔하지만 나도 피하지는 못했다. 겨울에도 바람막이를 입던 나는, 한 달에 3만 원씩 받는 용돈을 중학교 시절 내내 모아 겨우 패딩 하나를 샀고, 고등학교 때는 집에 한 대 있는 차를 팔아서 과외를 받았다. 과외를 열심히 받아서 경제학과에 가고자 했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수도권 대학에 만족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강점인 '운동'을 살려서 서울에 있는 대학교 체육학과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아 진짜 나는 체대 절~대 안 가. 가면 뭐 할 건데, 진짜 내가 죽어도 안 가. 입시하려면 또 돈 들잖아"

그리고 3개월 뒤

나는 체대입시를 시작했다.

뭐가 어쨌든, 운동은 역시 자신 있었다.


"내가 또 나름 지역에서 손에 꼽는 사람이었어~ 성남시 대표였다고~ 운동을 11년 동안 했는데 고작 2년 쉬었다고 체대입시 뭐 어렵겠어?"

거만했다. 스포츠와 입시는 달랐다. 입시는 지옥이었다. 공부나 운동이나 역시 입시는 괴물 같은 사람들이 많았다. 아니 그냥 괴물이었다. 다른 건 못해도 입시 운동만큼은 말도 안 되게 잘하는 괴물들...


주변에서 다들 그런다. "체대는 운동 잘하면 되잖아", 이건 역시 예체능을 모르는 사람들이 지나가며 하는 말이다. 결국 학교를 결정하는 것은 성적이다. 성적으로 학교를 정하고, 실기로는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하는 게 체대입시다. 공부를 덜 하자고 시작한 체대입시인데, 공부에 운동까지 추가되었다. 그렇게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었다.


사실 학교에서는 잤다. 나는 분명히 안 잤는데 내 몸은 잤다. 왜냐고? 학교가 끝나면 거의 새벽 한 시까지 운동을 했고, 집에 도착해서 씻고 나면 1시 30분쯤 되었다. 그러면 한 시간 반 정도 공부하고 세 시에 잠들었다. 게다가 학교가 멀었다. 스쿨버스를 타야지 30분 정도 걸렸다. 7시 50분에 0교시가 시작인 탓에 늘 여섯 시에는 일어났다. 일곱 시에는 출발해야 되니까. 이런 상황에서 선생님 목소리가 자장가가 아닐 수는 없었다. 내신 수업과 수능 공부 사이에서 집중을 못하고 갈팡질팡 하는 것보다는 수업 시간에 조는 편이 효율적이었다. 그래서 수능 책을 펴놓고 열심히 졸았다. 꿈에서라도 공부하려고 책은 펴놓았다. 사실, 졸지 않겠다고 365일 서서 쓰는 책상을 활용했지만 3분에 한 번씩 다리가 풀려서 넘어질 뻔했다.


"어이, 체대생! 일어나야지"

"아 선생님 저 안 잤어요~"

"(..꾸..벅...꾸벅...)"

"(우당탕탕!)"

"(서른다섯 명 고개 돌리는 소리)"

"아니.. 진짜로.. 쌤 저 복도 잠깐 나갔다 올게요"


이런 날들을 매일 반복했다. 운동 또한 역시 만만치 않았다.


'윗몸일으키기 2분에 140개, 제자리멀리뛰기 284cm, 1200미터 달리기 4분 등등'


내가 실기장에서 도달해야 되는 목표들이었다. 시험 당일에 저 정도 기록을 내려면, 저 기준들이 거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실력을 갖춰야 했다. 그래서 운동하고 또 운동했다.

"이 세상에 하루에 윗몸일으키기 5000개 이상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집에 가면서 눈 감고 1200m 달리는 상상 하면서, 3분 45초를 측정하는 사람이 나 말고 몇이나 될까. 꿈속에서 운동하고 자면서 몸에 쥐 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렇게 대학에 입학했다. 매일 코피 쏟으며 열심히 하기도 했고, 운도 좋아서 다행히 재수는 면했다. 원하는 학교는 아니었지만 서울에 있는 국립 체육대학교에 입학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지만, 나는 술 먹고 담배 피우는 건 어릴 때 질리도록 해봤다. 그리고 '네이*온, 버디*디, 싸이*드'에서 나름 '인싸' 축에 속했고, 메신저를 활용해서 소개팅도 많이 해봤다. 그래서인지 대학교에 입학해서까지 놀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학업과 각종 활동에 매진하게 되었다.


학점 평점 A(4.0/4.5) 이상을 목표로 죽어라 공부했고, 동아리 활동, 학생회, 각 종 연합회 활동도 꾸준히 참여했다. 수면 시간은 2시부터 6시까지로 일정하게 유지했다. 아침에는 신문 읽고 공부하기, 오전에는 헬스, 점심에는 수영, 오후에는 수업, 저녁에는 각종 활동에 시간을 쏟았다.


술을 마신 다음 날에도 아침 7시-9시에는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다. 내 몸이 닳고 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 채로 그렇게 계속 열심히 살았다. 고3을 시작으로 매일매일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내가 반드시 성공해서 가족들을 풍족하고 행복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마음이 절실했기에 그렇게 살았다. 그리고 이런 삶을 지속한 끝에, 군대 가기 전 목표했던 것들은 모두 이뤘다. 대학교 입학, 학점 평점 4.5점, 학생회, 중앙동아리 부회장, 교내 동아리 연합회 임원, 석차 1등, 연애 등을 포함해 원하는 건 모두 이뤘다.


그렇다. 열정은 모든 것을 얻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하지만, 미처 몰랐던 게 있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산다는 게, 과도한 열정이, 어쩌면 모든 것을 태워버리기도 한다는 것을. 미래에 얼마나 안타까운 결과를 가져올지, 이때까지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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