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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캡슐 만들기, 과연 함께 열어볼 수 있을까?

Chapter1. 우당탕탕, 또시작? 또, 시작!

by 장병조

하율이 윤이와는 여름방학 동안 매주 1회씩 멘토링을 진행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여러 가지 활동을 함께했다. 질문카드에 답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커리어넷에서 제공하는 자아 탐색 프로그램을 실시해보고, 자신의 진로·진학 목표와 관련된 입시 전형, 채용 공고를 찾아보기도 했다. 아무래도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함께 놀면서 즐거워했던 기억들이다. 직접 얼린 우유를 가지고 자기만의 빙수를 만들어 먹었던 날도 있었고, ‘남은 인생 10년’이라는 로맨스 영화를 보면서 각자의 이상형을 적어본 날도 있었다.

Ch1_사진14_그녀들의 이상형.jpg 그녀들의 이상형, 상시 모집. 연락주세요(?).

시간이 빠르게 흘러 어느덧 마지막 멘토링 시간이 다가왔다. 마지막 활동은 타임캡슐을 만드는 것이었다. 여름방학 멘토링이 끝났다고 해서 멘티와 멘토의 관계가 끝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앞으로도 항상 멘토로서 멘티들에게 응원과 지지를 보낼 것임을 알려주기 위한 활동이었다. 또, 아이들이 타임캡슐을 만드는 활동을 통해 각자의 미래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해보는 것이 앞으로의 진로를 설정해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타임캡슐은 총 3개를 만들었다. 공룡알 모양의 타임캡슐이었고, 각각 1년, 3년, 5년 뒤에 열어보기로 약속했다. 첫 번째로 열어볼 타임캡슐(1년 뒤)에는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고민’과 함께 ‘그 고민에 대해서 자기가 생각하는 해결방안’을 적어 넣었다. 진지하게 자신에 대해서 돌아보고 깊이 고민하는 멘티들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방꾸쟁이들의 가슴에 남았다. 방꾸쟁이들은 각자 적은 고민이 1년 뒤에는 해결되어 있기를 바라며 캡슐을 닫았다.


두 번째로 열어볼 타임캡슐(3년 뒤)에는 자기에 대한 ‘100문 100답’을 작성해 넣었다. 고등학생 2학년이 됐을 때 열어보게 될 타임캡슐이다. 멘티 청소년들이 100문 100답을 다시 읽어보면서 ‘그땐 그랬지, 나도 많이 변했구나.’라는 당연하고도 중요한 깨달음을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에 기획했다. 사람은 누구나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변한다는 것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나아가, 삶의 방향성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변화로 인해 크게 흔들리고 뒤바뀌는 경험을 하더라도 물론 괜찮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누구나 그 과정을 겪어 성장과 성숙을 경험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또, 어떤 답변을 보면서는 ‘이건 그때나 지금이나 그대로네?’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이 일관되게 좋아하는 것이나 싫어하는 것을 알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다.


마지막 타임캡슐(5년 뒤)에는 각자의 진학 목표와 꿈을 적도록 했다. 두 멘티가 스무 살이 되면 열어보게 될 타임캡슐인데, 그때 자신이 목표를 이루었는지, 꿈은 아직 그대로인지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마음을 담아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3년 뒤, 5년 뒤까지 두 멘티와 연락이 닿을지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미래에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해본다. 그녀들이 어떤 20대로 성장해 있을지, 방꾸쟁이들은 어떤 30대가 되어 있을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멘티 두 사람과 멘토 두 사람, 하율이와 윤이, 방꾸녀와 방꾸남 모두 각자의 꿈을 향해 부지런히 달리고 있으면 좋겠다.


방꾸녀와 방꾸남은 일부 타임캡슐에 멘티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적어 넣었다. 또, 방꾸녀가 두 멘티와의 첫 만남에 작성했던 종이를 넣어 두었다. 꿈과 버킷리스트에 관한 질문에 멘티들이 답을 적어보았던 종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알게 모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멘티들이 대견하다. 어머님의 권유로 시작한 멘토링이기에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참여 태도를 보여줄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해준 두 멘티에게 고마움을 느끼기도 했다.


멘티들은 멘토링의 마지막을 그다지 아쉬워하지 않는 듯해 보였다. 아마도 이미 그들은 많은 선생님과 함께하고 친구들과 함께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러나 방꾸쟁이들은 많이 아쉬워했다. 끝인 것처럼 느껴지는 게 아쉬웠다. 아직 알려주지 못한 게 많은데 여러 가지 이유로 멘토링을 마쳐야 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워낙 스스로 잘 해내고 있는 두 멘티이기에 나름 가벼운 마음으로 멘토링을 마칠 수 있었다.


어린 사람이 갖는 순수함은 아름답다. 또, 그들이 갖는 천진난만함과 낭랑함은 어른들이 가질 수 없는 것이므로, 짧디짧은 청소년기에만 가질 수 있는 것이므로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하율이와 윤이도 그런 자기들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을까? 두 멘티가 조금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지금의 그들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좋은 학교에 진학하든 아니든 상관없이 푸릇푸릇한 새싹처럼 자라나는 모습만으로도 아름답다는 것을.


Ch1_사진15_타임캡슐.jpg 오늘, 지금, 여기. 잘 기억해둬:)

■ 다음 이야기(2025.02.23.일 업로드 예정)

□ Chapter1. 우당탕탕, 또시작? 또, 시작!


"스낵 챕터: 멘티 하율, 멘티 윤이는 보거라!"

→ 멘토 방꾸녀와 방꾸남이 두 멘티에게 남기는 소소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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