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스름하다 : 거의 비슷하다
언젠가 캠프에 갔을 때였다. 벌 보다 크고 새보다는 작은 것이 분주히 꽃들 사이를 오가는 것이 보였다. 눈에 익지 않은 그것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날개를 파닥대고 있었다.
"저게 뭐야." "모르겠어." "처음 봐." "벌 아냐 벌?"
아이들과 함께 옹기종기 모여 열띤 대화를 나누었다. 그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대화였지만 대체로 물음표로 끝나는 말들만 날아다녔다. 엄마이자, 어른인 나는 왠지 아이들보다는 많이 알아야만 할 것 같았다. 머릿속에 담아 놓은 정보들을 뒤적거리다가 '벌새'가 떠올랐다. 몸집이 다른 새들보다 작고 부리가 길며 쉼 없이 날갯짓을 해서 꽃의 꿀을 따 먹는다는 새였다.
"음음. 저거 벌새 아냐? 봐봐, 날개도 계속 움직이고 있고 크잖아."
꿀을 먹고, 날개를 멈추지 않고 위아래로 움직이며, 벌레보다는 조금 커 보인다는 이유로 그것은 벌새가 되었다. 우리는 환호했다. 처음 보는 것에 대한 놀라움과 기쁨에 오두방정을 떨었다. 한참이 지나고 나는 그것이 벌새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연히 아이들과 본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벌새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때 괜히 아는 척을 했던 것에 속으로 뜨끔했더랬다. 그런데 오늘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둥이들 마중을 가다가 그것을 발견했다. 다시 보니 나비같이 둥글게 말린 빨대 같은 입을 하고 보송해 보이는 솜털이 달린 것이 커다란 벌레처럼 보였다. 사진을 찍는다고 핸드폰을 들이밀자 정면으로 날아오는 통에 깜짝 놀라 소리까지 꽥 질러버렸다. 엄지손가락만 한 말벌이 떠오르는 포스라고나 할까.
이 녀석의 이름은 オオスカシバ(오오스카시바 : 줄녹색박각시)라고 한단다.
スズメガ(스즈메가 : 박각시나방) 과라고 하는데 그래서 나방특유의 솜털이 보송하게 나 있었나 보다. 나방이라는 말에 한번 만져볼까 했던 생각이 싹 가셨다. 검색할 때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벌 같은 나방'이라고 적었더니 한 번에 원하는 결과가 나왔다. 다들 비슷하게 생각하나 보구나. 다음엔 잘난 척 좀 하면서 나방이라고 알려줘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