藤子・F・不二雄ミュージアム(후지코 F 후지오 뮤지엄)에 다녀왔다. 이름이 길어서 이게 뭔가 싶지만 알기 쉽게 말하면 도라에몽 뮤지엄이다. 이름만 듣고 상상할 때는 만화로만 보던 도라에몽을 만날 수 있는 꿈의 세계인 줄 알았다. 가장 가까운 역인 登戸(노보리토) 역만 해도 도라에몽을 모티브로 해서 얼마나 잘 꾸며 놓았는지. 덕분에 지나다닐 때마다 역이름만 보여도 도라에몽 뮤지엄이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주말을 맞아 아이들과 외출을 하기로 했다. 목소리를 맞대고 어디 갈까 이야기하다 나온 것이 도라에몽 뮤지엄이었다. 오. 가본 적은 없지만 언제나 궁금했던 곳. 번개 같은 속도로 목적지가 결정됐다. 미리 티켓을 예매하고 가야 해서 출발하는 차 안에서 가볍게 구입완료. 매 시간마다 입장이 가능하고 예약할 때 시간을 지정해야 했는데 꽉 찬 시간대가 많았다. 11시가 좀 넘어서 예약을 했음에도 15시에나 지정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걸 보고 인기를 실감했다고나 할까. 기대감이 올라갔다고나 할까.
우리는 뮤지엄에 가기 전에 더운 땡볕에 온몸을 지져가며 점심을 먹었다. 자꾸 들러붙는 머리카락을 떼어내면서도 도라에몽이 그려진 버스를 타고 즐거웠다. 뮤지엄에 도착해서는 또 어땠는가. 잘 차려입은 언니들의 안내를 받으며 대체 뭐가 있길래 이러나 기대를 했었다. 들어만 가면 새 세상이 펼쳐지겠거니. 생각했던 것 같다. 몇 차례에 걸쳐 표를 확인받고 시어터에서 쓴다는 티켓을 받고 난 후에야 전시실에 발을 들였다.
그곳은. 도라에몽 원고의 천국이었다. 오래전 것으로 보이는 만화 원고부터 최근 것까지 전시대에, 벽에, 기둥에, 그러니까 오만 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만화를 많이 본 것도 아니오. 아이들이 볼 때 옆에서 같이 보는 정도였던 나에게는 그것들이 보물이라기보다 만화가의 작품 일부를 엿보는 느낌이었다. 좋아하는 장면이 나왔다면 눈이 빠져라 들여다보고 읽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요즘 도라에몽이 눈에 익은 나에게는 전체적으로 단팥도넛처럼 둥글둥글한 원고 속 도라에몽이 어색하고 이상하다는 감상정도 들었다. 나도 참.
전시실 감상을 후다닥 마치고 시어터로 가서 본 영상은 괜찮았다. 모든 것에 '좋아하는 것'을 우선한다는 작가의 말은 감동적이었다. '그래. 우린 이 영상을 보러 온 거구나.' 5분 정도의 짧은 작가의 영상을 보며 그 생각이 들었다. 그 뒤에 이어지는 도라에몽 애니메이션이 작가 특별 편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실외 전시는 음. 왜 몇 개 없는 와중에 사진을 찍는다고 줄까지 서는가. 기다림이 싫은 우리는 높은 곳에서 조망한 뒤 뮤지엄을 뒤로했다. 내가 만나고 싶었던 도라에몽은 거기 없었다.
만화가가 되고 싶거나, 만화 원고가 보고 싶거나, 도라에몽이 정말 좋아서 원고를 직접 눈으로 보고 싶거나(같은 말인가...), 도라에몽의 공간에 있는 것 자체로 좋거나 하다면 가볼 만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