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거 사 왔어." "와, 아빠가 재미있는 거 사 왔대." "뭐야! 뭐야, 뭐야!"
우르르 몰려들어 식탁 위에 올려놓은 비닐봉지를 열었다. 거기엔 팝콘이 들어 있었다. 버너 위에 올려서 뻥뻥 터뜨려 먹는 거라나. 뭐라나. 거기다가 매실맛?
조막만 한 버너에 올리고 슬금슬금 흔들어보았다. 기름이 지글지글하는 듯한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퍼지더니 금방 탁탁 소리가 났다. 조금씩 은박 용기 위에 눌어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비닐이 부풀어 오르는데, 기대되는 마음과 흥분도 따라 커지는 것 같았다. 느릿느릿 흔들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말이 많아지는 걸 보면. 비닐사이로 교묘하게 뚫어놓은 구멍에서 풀풀 피어나는 연기에선 고소한 냄새에 더해 불냄새 같은 것이 섞여 난다. 캠프 가서 바비큐를 할 때에 나는 냄새와 비슷한.
이 사람 저 사람 손에 각자의 방식으로 불 위에서 달궈지던 팝콘 뚜껑(?)을 개봉박두하던 순간. 이상하네. 정말로 숯불에서 고기를 구울 때 나던 냄새가 났다. 고깃기름이 불에 눌어붙는 것 같기도 하면서 살짝 탄 것 같은 냄새.
첫맛은 약간 태운 햄과 비슷한 맛이었다. 두 번째 맛은 시큼한 맛이 아주 살짝 느껴지는 소금맛. 그다음은 기름맛이 조금 느껴지는 고소한 맛. 자꾸 맛이 달라져서 계속 손이 갔다. 둘째의 표현에 의하면 타기 직전까지 바싹 구운 생선의 꼬리 같은 맛이라고. 음. 왠지 알 것 같았다. 절묘한 표현을 잘도 하네.
작은 옥수수 알갱이를 뻥 터트린 이야기를 하다가 옛날 옛적 집 앞에 가끔 오던 뻥튀기 장수가 생각났다.
"한국에서 엄마가 어렸을 때, "
하면서 뻥튀기 장수 이야기를 했는데. 듣는 남편도 굉장히 흥미로워했다.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면서 동영상을 찾아보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뻥이요!"
하는 소리가 터지면 멀리서 손가락을 야무지게 꽂아서 귀를 꼭 막았다. 그러면 "펑!" 하는 소리가 하얀 연기와 함께 천지사방을 뒤흔들었더랬다. 내 기억에 터져 나오는 뻥튀기는 없고 대포같이 생긴 뻥튀기 기계만 떠오른다. 그런데 동영상으로 본 기계는 동글동글하니 꼭 옛날에 물 퍼 올릴 때 쓰던 펌프를 옆으로 눕혀 놓은 것처럼 생겼더라.
요즘도 오나. 뻥튀기 참 맛있었는데. 막 꽈배기 같은 노란 것도 팔고, 떡뻥처럼 가래떡 자른 걸 뻥튀기한 것 같이 생긴 것도 팔고. 맛이 다 달랐는데 달착지근한 게 가끔 나오면 그걸 또 먹겠다고 집어 먹다가 바닥이 보일 때까지 먹던 게 생각난다. 오늘 먹은 팝콘도 새콤하니 매실맛이 잘 든 것이 가끔 나와서 그거 먹겠다고 먹다 보니 남는 게 하나도 없더라. 하여간 둘 다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이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