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선물로 근육통을 받았다. 앉았다 일어나는 것이 그렇게 힘이 들 수가 없다. 억울한 것은 나 빼고 가족들은 괜찮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아예 처음부터 근육통이 생기지를 않았고. 걸음을 걸을 때마다 제멋대로 움직이는 다리가 원망스럽다가, 혹사시켜 미안한 마음이 아주 조금 든다.
살살 마사지를 해주며 앉았다가 산책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천천히 움직이면 근육통이 나아질 것 같기도 했고. 슈퍼에 갈 일도 있어서 장바구니를 들고나간 것은 좋았다. 집을 나서서 걷기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느긋한 마음으로 산책을 즐기다 오자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큰길로 나갈 때의 나는, 그 잠깐 사이에 경보를 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보다 빨리 가려는 심리는 또 뭔지 어디론가로 향하는 사람들을 스쳐 앞으로, 앞으로 걸어 나갔다.
슈퍼까지는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뭘 살지 머릿속으로 정하며 슈퍼 문턱을 넘을 때에는 여유롭게 돌아가자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여유는 무슨. 급하게 장을 보고, 가지고 간 장바구니가 넘쳐 결국은 몇 가지를 손에 들고서 날듯이 집으로 와버렸다.
터질듯한 장바구니가 무거웠다. 게다가 바람이 불긴 했지만 습하고 뜨뜻한 것이 자전거로 전력질주 할 때처럼 덥기도 했다. 아이스크림을 산 것 또한 실수였다. 더우니 녹을 테고 그걸 막으려면 빨리 가서 냉동실에 넣어야 할 것 아닌가.
결국 산책은 하나도 하지 못했다. 지나가는 길에 뭐가 있었는지, 무슨 소리가 들렸는지 제대로 보지도 듣지도 못한 것은 물론이었다. 사진을 찍겠다고 전화기를 들고서 빨리 걷는다고 힘을 줘 쥐는 바람에 괜히 손에 땀만 났다.
그래서 다리의 근육통은 나았냐 하면, 전혀. 무거운 걸 들고 오고 다녀와서 급하게 쭈그리고 앉아 냉장고에 사 온 것들을 정리하느라 더 쑤신 느낌이다. 한 번에 하나씩. 내가 그걸 잊고 있었네. 산책만 하던지, 장만 보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