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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오늘 20화

5시간에 걸친 등산, 우리는 전사로 거듭났다.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은 관계로 사진은 추후 업로드 할 예정(9/30)



여행은 사람을 부지런하게 한다. 특히 식사가 포함되어 있는 곳에서 잠을 잔다면 더 그렇다. 밥을 먹기 위해 일찍 일어나서 식사를 끝마치고 보면 일부러 그러지 않았음에도 빠른, 오전시간에 정신이 들고 만다.


오늘도 그랬다. 선택지 없이 주어진 아침식사 시간에 밥을 먹고, 오전부터 낚시를 하다가, 밥을 먹고 메인으로 점찍어둔 등산을 하기 위해 출발했다.


등산로 입구를 찾아가는 사이에 이미 작은 아이들은 지쳐있었다.


그놈의 태풍이 비는 잔뜩 뿌리지 않았으나 날아갈 것 같은 바람을 몰고 온 탓이었다. 오전에 낚시를 하는 내내 바람에 온몸을 후들겨맞은 뒤였다.


하지만, 시작도 안 하고 되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등산장부에 이름을 적고 등산로를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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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맞기나 한 건지 양 옆으로 단단한 풀들이 그야말로 빼곡하게 자라서, 입구에서 자유롭게 쓰라는 막대기를 방패 삼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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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쉬고, 또 걷고,


작은 연못을 보고, 미끄럽고 뾰족한 바위가 즐비한 길을 걷고, 가끔 내리는 비는 시원하게 맞아주고, 흔들리는 돌과 물웅덩이를 발견할 때마다 서로 소리쳐 주의를 주고받고, 더불어 격려도 주고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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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맞나 싶을 때마다 딱 맞춰 나타나주는 화살표에 기대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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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과 가까운 곳에 있는 전망대에서는 모조리 날려버릴 것처럼 부는 바람이 우릴 맞아주었다. 있다는 건 알았지만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낸 사막은 우릴 깜짝 놀라게 했고, 산이 허물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공사흔적을 지날 때에는, 추락을 막기 위한 어떤 안전장치도 없는 낭떠러지 길을 걸으며 조마조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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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빨리 지는 산속에서 점점 어두워지는 숲길을 걸을 때에는 지쳐가는 서로를 격려하느라 목청을 높였다.


어둑한 길 넘어 아스팔트 길이 보였을 때의 안도감이란.

둥이의 손을 양손으로 한쪽씩 잡고 셋이서 나란히 걸을 때의 편안함이란.

저녁 먹을 시간에 딱 맞춰서 갈 수 있다고 확신했을 때의 기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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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을 내려오던 우리는 모두 전사였다.

서로를 격려하던 목소리가 쩌렁쩌렁 귀청을 울렸다.

만족감에 취해 웃음이 절로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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