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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오늘 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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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nautes 프리나우트 Sep 27. 2024

여행이다. 비 온다.

 내일부터 여행을 간다. 그러나 며칠 전부터 일기예보만 열면 보이는 우산그림. 비가 온단다. 하필이면 우리는 배를 타고 가는 일정이고, 만약에 경우에 배가 뜨지 않는다면 여행이 날아가는 결과가 생긴다.


 생각해 보자. 우리 중에 아메오(雨男) 아메온나(雨女)가 있던가. 일본에서는 소풍이나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예를 들어, A만 있으면 비가 오네 싶다면 그 사람을 아메오나 아메온나라고 부른다. 자칭하기도 하고 타칭 하기도 하고.


 우리 가족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아니다. 어쩌면 우리 가족 자체가 그런 건가. 이럴 경우 아메가족(雨家族)? 아니다. 아니다. 이런 말은 없다. 하지만 근래 가족여행을 되돌아보면 거의 대부분 비가 내렸다. 온몸이 다 젖도록 비를 맞고 다니지를 않나. 비를 뚫고 산길을 걷지를 않나.


 하필이면 밤하늘을 기대하고 가는 이 여행에서조차 비가 내리다니. 


 아이들은 테루테루보우즈(てるてる坊主 : 비가 오지 않게 해 달라며 창가에 다는 장식)를 만들자고 하더니 다들 그냥 잠이 들어버렸다. 하얀 천에 솜 같은 것을 넣어 얼굴을 만들고 창문에 매다는 건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나라도 만들까.


 주말을 앞두고 늘어지게 잠을 자고 싶은데, 널브러져 있었더니 준비를 해야 한다며 남편이 깨우러 왔다.


 난 또 같이 놀자고 다정한 손길로 깨운 줄 알았지. 그래. 준비한다.

 내일은 비가 오지 않기를. 배는 뜬다. 우리는 여행을 즐긴다. 밤하늘의 별을 질리도록 구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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