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기팀장의 말

by 영백

새벽 공기가 뺨을 스친다.

까대기 현장은 여전히 분주했고, 오늘도 파렛트 위에 상자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테이프를 자르고, 상자를 옮기고, 다시 쌓는 단순한 반복이지만, 무게와 속도는 매일 달랐다.

기팀장이 옆에서 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쌤, 오늘은 컨디션 괜찮아요?”

“괜찮아요. 오늘은 오히려 몸이 좀 풀리는 기분이에요.”

“에이, 말은 그렇게 해도 팔뚝 보니까 힘 꽉 들어갔네.”

그는 웃으면서도, 내 손목을 흘깃 봤다.

말하지 않아도, 이런 일을 오래 하면 어디가 상하는지 다 아는 사람의 눈빛이었다.


잠시 쉬는 시간, 기팀장은 담배를 꺼내 들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따뜻한 캔커피를 들고 그 옆에 섰다.

“쌤, 솔직히… 이런 거 오래 하면 진짜 힘들어요.

난 낮에는 냉장고, 밤에는 여기. 쌤은 학원까지 하니까 더 빡세지 않아요?”

그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냥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힘들죠. 근데… 버티다 보면 좀 강해지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렇긴 해요. 저도 처음엔 이거 3개월만 하려고 했거든요.

근데 버티다 보니까… 벌써 2년이네요.”

그의 웃음은 씁쓸했지만, 어딘가 단단했다.


작업이 끝나갈 무렵, 기팀장이 상자를 옮기며 말했다.

“쌤, 다음 주에 명절 물량 엄청 들어와요.

진짜 장난 아닐 거예요. 그때 힘든 표정 짓지 말고,

그냥 웃으면서 하세요.”

“왜요?”

“웃으면서 하는 사람이 끝까지 가요. 표정 무너지는 순간, 몸도 무너져요.”

그 말이 묘하게 마음속에 박혔다.


그날 학원 수업 시간. 학생들이 문제집을 풀고 있는 사이, 나는 칠판에 문장을 적었다.


Weight isn’t always bad. Sometimes it makes you stronger.

(무게가 항상 나쁜 건 아니야. 어떤 무게는 너를 더 강하게 만들어.)


기팀장의 말과 묘하게 겹치는 문장이었다.

내 삶의 두 무대는 전혀 다른 곳 같지만, 이상하게도 그 속에서 배우는 법칙은 닮아 있었다.

버티는 법, 웃는 법, 그리고 무너져도 다시 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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